[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공개모집을 선언했다. 야당의 위원 추천을 비난했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를 대비해 '알박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1월 2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기각 이후 야당에 줄기차게 방통위원 국회 몫 3인 선임을 위한 추천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해왔다"며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야당은 아무런 응답이 없고, 2인 체제 방통위가 위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늘부터 우리당 몫 방통위원 1명에 대한 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상 5인의 방통위원은 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추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 임명을 7개월 넘게 거부하면서 2인 체제 방통위가 시작됐다. 이진숙 위원장, 김태규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 지명 몫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통위원 2인을 추천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하자 "정치공작이자 재판개입 행위"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8월 22일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철회하고 방통위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뒤늦게 방통위원 야당 몫 2명을 추천해 다시금 가처분 재판에 영향을 주려 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려는 정치공세를 당장 멈춰라"라고 말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 31일 2인 체제 상황에서 KBS·MBC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해 탄핵소추됐다. 헌법재판관 의견이 4(인용) 대 4(기각)로 갈려 정족수 미달로 이진숙 위원장 탄핵안은 기각됐다. 하지만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은 방통위설치법을 형해화한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4차 위원회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4차 위원회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방통위원 공모에 나선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 주 후반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을 옹호하고 방통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방통위의 여권 우위 구도가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국민의힘이 여당 추천 몫으로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 해소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대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임명 효력 정지를 최종 확정했다. 

방송통신학계 전문가 A 씨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방통위 2인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남은 1인(여당 몫)을 빨리 '알박기'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면서 "최근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볼 수만 없다'는 움직임을 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2인 체제 방통위가 EBS 사장 이사 인사 등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복귀 이후 2인 체제 의결을 강행하고 있으며 현재 EBS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여야 추천 방통위원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A 씨는 "국민의힘은 빨리 자신들 몫 방통위원을 추천해 임명하고 싶겠지만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의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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