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야당 패악질 책임을 여당에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사정을 봐주는 헌재에 탄핵심판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방통위 2인 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야당 추천 방통위원 임명거부에서부터 시작됐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당사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항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있느냐를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민주당이 국회의장에게 보낸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공문이 공개됐다.
![조선일보 2월 6일 [김창균 칼럼] 헌재는 '野 패악질' 책임을 與에 묻고 있다](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2/311688_218746_5529.png)
6일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은 칼럼 <헌재는 '野 패악질' 책임을 與에 묻고 있다>에서 지난해 11월 12일 헌재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의 한 장면을 거론했다. 당시 헌재는 '국회 뜻은 헌재와 방통위 보고 일하지 말라는 거냐'며 국회가 방통위원 충원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국회 측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창균 주간은 당시 방통위원은 5명 중 4명이 결원 상태였고, 헌재 재판관 9명 중 국회 추천 3명 충원이 미뤄지고 있었다면서 민주당이 "KBS와 MBC의 친야(親野) 성향 이사진 교체를 막으려고 방통위를 식물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창균 주간은 "헌재가 재판관 결원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걸 즐기기까지 했다"며 "자신들이 마구잡이로 탄핵소추한 윤 정부 공직자들의 탄핵 심판이 늦어져 직무 정지 기간을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창균 주간은 "민주당이야 정략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 왔으니 그러려니 했다. 석연치 않은 것은 덩달아 장단을 맞추는 헌재 태도"라고 했다. 김창균 주간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을 유보시킨 것은 민주당이 석 달 전 헌재에서 '여야 합의를 못해서' 재판관 추천을 못 했다고 한 것과 같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창균 주간은 "헌재는 밀려 있는 다른 탄핵 일정은 미뤄둔 채 재판관 1명 유보가 위헌인지 따지는 결정만 서둘렀다"며 "헌재가 대통령 파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재판관 1명 추가에 안달하는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하는 것처럼 비친다"고 한술 더 떴다.
김창균 주간은 "헌재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어거지 탄핵소추를 4대4 동수로 가까스로 기각시키고, 더구나 '탄핵소추는 남용이 아니다'라고 정당성까지 부여한 것은 이런 의구심을 부채질한다"며 "이진숙 파면에 찬성한 헌재 4인은 민주당 나팔수 MBC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맞다고 공표한 셈"이라고 했다. 김창균 주간은 "헌재 재판관이 충원 안 된 책임도 여당에 묻고, 방통위 위원이 충원 안 된 상태에서 운영한 책임도 여당에 씌운다. 야당 패악질이 남긴 장애물을 안 치운 것도, 그 장애물을 그냥 돌파한 것도 모두 여당 잘못이라는 헌재 판단"이라며 "그런 헌재에 맡겨진 탄핵 심판에 대한 공정성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방통위 2인 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추천 방통위원 임명 거부에서 비롯됐다. 지난 2023년 3월 30일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됐다. 이 시기에 맞춰 민주당은 최민희 전 의원(현 국회 과방위원장)을 국회 본회의를 거쳐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최민희 방통위원 임명을 하지 않았다. 결격사유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저희 지도부(국민의힘)가 국회 추천 3명이 올라오면 패키지로 처리하는 쪽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개월 넘도록 임명을 거부하자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는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방통위원 지명·임명권은 곧바로 행사했다. 지난 2023년 4월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대통령 몫 김창룡 방통위원이 퇴임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인 변호사를 대통령 몫 방통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5월 30일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 처리, 방통위 여야 구도를 2대 1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야당은 방통위 회의 소집 권한을 상실했다.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방통위원(현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3인 체제에서 회의 소집과 의결을 강행했다. 방통위설치법상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사상 처음으로 기형적 구조에서 주요안건 의결을 처리했다.
종합하면, 야당 몫 국회 추천 방통위원 임명을 불분명한 사유로 장기간 거부한 채 방통위가 여권 우위에서 불완전한 의결을 강행하도록 한 장본인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현 위원(현 민주당 의원)이 방통위에서 퇴임한 2023년 8월 이후에는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2명의 위원장-부위원장 체재로 방통위가 운영됐다.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위원장 체제 방통위의 2인 의결은 행정법원·고등법원 등에서 방통위설치법을 형해화했다는 지적과 함께 효력정지·취소 판결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2인 체제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 효력을 정지시켰다. 방통위는 항고했으나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 8-2부는 방통위의 항고를 기각했다.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이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KBS 남영진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2인 체제 방통위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확인된 것만 3건이다' '취임 당일 KBS·방문진 이사 교체를 통해 공영방송 장악 의도 위험을 무릅쓴 것이란 평가가 될 여지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가 없었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것과 국회가 '여야 합의를 못했다'고 헌재에서 변론한 것을 같은 차원에서 이야기하기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의결해 추천했다. 국회 의결 전 여야 합의 과정에서의 문제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의결한 인사를 임명하지 않는 문제는 다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2일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다. 공문을 보면 지난해 8월 13일 국회는 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 임기가 10월 17일자로 만료된다는 헌재 공문을 접수했다. 이에 우원식 의장은 지난해 8월 16일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공문 사본을 송부했다. 지난해 12월 9일자로 국민의힘은 조한창 후보자를, 민주당은 마은혁·정계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하겠다는 공문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다음 날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장에게 마은혁·정계선·조한창 선출안을 회부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조선일보는 <3명 공석인 헌법재판관… 與, 野에 2명 추천권 줄 듯> 기사에서 "국회가 책임을 방기해 헌재 파행이 장기화한다는 지적이 커지자 국민의힘이 ‘국민의힘이 1명,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자’는 민주당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며 "헌재 조기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 안을 수용하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협조 없이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어렵다는 현실론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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