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보수언론에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진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은 신동호 EBS 사장 임명 정지 등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에 대해 연달아 제동을 걸었다.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방통위의 신 사장 임명을 정지시켰다. 재판부는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2인 체제로 신 사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회의체의 의사결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즉시항고에 나섰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은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대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방문진 이사 6인의 임명 효력을 정지시킨 1·2심 재판부는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이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의 방송사 제재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강행하고 있다. 방통위 재허가 심사위원회는 지난 3일  KBS·MBC·SBS·TBS 등을 대상으로 의견청취를 실시했다. EBS 재허가 의견청취는 8일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신 사장 임명 효력이 법원에서 정지되면서 연기됐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김현 민주당 간사는 이진숙 위원장에게 재허가 심사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9일 동아일보는 사설 <법원서 또 제동 걸린 ‘2인 방통위’… 국회 몫 3인 언제 추천하나>에서 "제구실 못 하는 조직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방통위는 방송 통신 융합 추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주요 기능을 합쳐 2008년 출범했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 산업 발전엔 별 효과를 못 보고 통신 관련 업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떨어져 나간 상태"라며 "업무와 인력은 대폭 줄었는데도 장관급 위원장에 차관급 위원 4명은 그대로인 기형적 조직이다. 그나마 위원들 간 합의는커녕 여야가 위원회 구성을 놓고 방송 주도권 다툼만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야당의 추천 권한을 무시한 대통령도, 이를 핑계로 후임자 충원을 가로막은 야당도 1년 8개월째 이어지는 방통위 파행의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지난해 7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 유성열 사회부 차장은 칼럼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정부와 국회가 대법원과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거나 심지어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 사례로 방통위를 들었다. 유 차장은 이진숙·김태규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은 대법원에서 효력이 정지됐고 본안소송 1심에서도 방통위가 패소했다고 짚었다. 

유 차장은 "대법원 결정 후에도 방통위는 신동호 EBS 이사를 EBS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고, 서울행정법원은 7일 집행정지 결정을 또 내렸다"며 "대법원 판단이 이미 나온 만큼 집행정지 결정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방통위는 이를 무시하고 2인 체제에서의 임명을 또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의결권 없는 '2인 방통위'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에서 방통위를 향해 "법원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건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서열 정부에서 방통위는 줄곧 기형이었다. 2023년 3월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의원을 윤 전 대통령이 거부한 게 시작"이라며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의결한 사안에 대해 법원은 일관되게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중략)그럼에도 이 위원장 등이 2인 체제 의결을 강행하고 항고에 재항고까지 이어가는 건 법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행보"라고 질타했다. 

한국일보는 방통위 5인 체제 복원과 방통위설치법 개정을 주문했다. 현행 방통위설치법 제13조는 '2인 이상 요구로 회의를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해당 조항이 모호하고 정부·여당의 방송장악에 이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그래서 민주당이 '의사정족수 최소 3인, 의결정족수 출석 과반'으로 하는 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이 거부했다"며 "정권이 바뀐다면 국민의힘이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구성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힌 신동호 EBS 사장 (사진=미디어스)
​지난달 28일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구성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힌 신동호 EBS 사장 (사진=미디어스)

한국일보 강지원 문화부장은 칼럼 <민주주의는 당연하지 않다>에서 "여전히 민주주의는 위태롭다. 대통령 윤석열 파면은 시작일 뿐"이라며 "숨 고를 새 없이 언로부터 막히고 있다"고 했다. 

강 부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조기 대선을 겨냥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류 위원장의 방심위가 꾸린 22대 총선 선방위는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장악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등 '2인 체제' 방통위는 지난달 말 신동호 EBS 사장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MBC 등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돌입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법원 EBS 사장 임명 제동, 지상파 재허가 심사도 중단해야>에서 "이 위원장은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랑하는 후배'라고 애정을 표시했던 문화방송 후배를 무리하게 (EBS)사장에 임명했다"며 "법원의 연속적인 판결을 무시하는 행태도 천인공노할 만하지만, 이해충돌 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부도덕함은 공직자로서 기본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4 대 4로 결정된 헌재의 이진숙 위원장 탄핵 기각은 재판관 의견이 반으로 갈려 파면에 이르지 못한 것일 뿐, ‘2인 체제’의 합법성을 확인해준 판결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마치 면죄부를 받았다는 듯 거리낌이 없다.(중략)쓸데없는 행정력과 소송 비용을 낭비해 국고를 축내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