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의 탄핵소추안을 처리한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무고죄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매일경제가 [단독] 보도했다. 형법상 무고죄는 '형사·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자'에게 적용된다. 헌법재판관 전원은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현실성 없는 '무고죄 고소'를 언론에 흘려 야당 비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장관급인 이진숙 위원장의 야당 비난이 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란으로 불거진 상황이다. 감사원은 이진숙 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률 검토 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2일 매일경제는 [단독] <이진숙 “野 탄핵남발, 무고죄 가능하단 얘기도... 여러 의견 듣는 중”> 기사를 게재했다. 변경 전 기사의 제목은 <[단독]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무고죄로 野의원 고소 검토”>이었다. 

이진숙 위원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야당 의원들에 대해)무고죄로 볼 수 있다 얘기하는 분들이 있어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숙 위원장은 "거대 야당에서 추진한 여러 탄핵이 전부 기각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문제가 있어 탄핵을 한 것인지, 국정마비를 목표로 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탄핵을 발의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탄핵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 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에 대한 무고죄 고소를 본격 검토하는 경우 법조계에서도 탄핵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썼다. 

매일경제는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탄핵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직무 배제를 목적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킨 정황이 분명하다면 법원도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영수 교수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물망에 올라 인사검증을 받은 바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 내란죄·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매일경제는 이진숙 위원장의 무고죄 고소 검토와 관련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관건이라고 가리켰다. 매일경제는 "대법원에도 국회의원의 명백한 허위·고의에 의한 발언 등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적시한 판례가 있다"고 했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가 '명백한 허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일경제 3월 12일 기사 제목 갈무리 (네이버뉴스, 매일경제 홈페이지)
매일경제 3월 12일 기사 제목 갈무리 (네이버뉴스, 매일경제 홈페이지)

그러나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은 "의결 과정에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이진숙 위원장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됐다면, 탄핵소추는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 재발을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이 취임 당일에 한 행위의 위법성을 문제 삼아 곧바로 탄핵소추로 나아갔다고 하더라도 탄핵소추권의 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심판 기각은 헌법재판관 의견이 4(인용) 대 4(기각) 동수로 갈려 정족수 미달로 결정된 것일 뿐, 2인 체제 의결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난 것이 아니다. 탄핵소추안을 인용한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헌법재판관은 이진숙 위원장의 2인 체제 방통위 의결 강행은 방통위설치법 제13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그 자체로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인 체제 방통위 심의·의결의 적법성 여부는 헌재가 아닌 법원이 최종 판단할 문제로, 각급 법원에서 2인 체제 의결이 방통위설치법을 형해화 해 위법하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의 '무고죄 고소 검토'는 조선일보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 25일 사설 <민주당 정략 탄핵들 전부 기각, 무고죄 처벌감이다>에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기각된 이진숙 위원장을 비난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 남발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만 아니라면 무고죄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 견해도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사설 <3년간 30회 연쇄 탄핵, 이것은 내란 아닌가>에서 방통위 이동관 전 위원장, 이진숙 위원장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 남발은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정을 마비시키고 사법 기능까지 방해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무고 행위"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조선일보, 헌재가 인정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에 '내란' 딱지)

12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헌법이 정한 국회의 탄핵소추권을 무고죄와 연결할 수 있는 이진숙 위원장의 사고구조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자신에 대한 탄핵을 기각해준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를 위한 것으로 판단한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무고죄 운운하다니 그야말로 헌법 파괴세력임을 자인하는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매일경제 기사 제목이 수정된 것에 대해 "여기저기서 웃음거리로 전락하자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한발 물러선 것 아닌가? 자신감 있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으면, 차라리 끝까지 밀어붙여봐라"라며 "여론의 반응을 보고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게 더 우스운 꼴"이라고 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이런 사고구조를 가진 이진숙 위원장이 방통위에 계속 있다면 방통위도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헌법과 민주주의를 능멸하지 말고 방통위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사퇴하라"고 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국회방송 중계화면)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국회방송 중계화면)

13일 한겨레는 "이진숙 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감사 중인 감사원이 '이 위원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 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한겨레는 장경태 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법률 검토 의견서에 "이진숙 위원장은 국가공무원법 65조의 적용 대상이고, 본건 발언은 국가공무원법 65조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돼 있다고 전했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정치 운동 금지' 조항이다. 의견서는 "(이진숙 위원장은)특정 정당(민주당)에 관한 명시적인 반대 표현이 포함된 다수의 발언을 했다.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와 후원을 독려·호소하는 발언도 했다"며 "특정 정당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발언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편향성을 명확히 드러냈고, 본인을 ‘보수 여전사’로 지칭하는 발언에 동조하며 특정 정당과의 연계성을 자인했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다"고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지난해 9월 10일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제가 그 민주당, 야당 의원들에 맞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했는데도, 그렇게 시민들이, 국민들이 응원을 해주셨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20일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 당시 패널 중 한 명이 "보수 여전사 하면, 다 같이 이진숙!"이라고 건배 제의를 하자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지난해 9월 24일 유튜브 '따따부따 배승희 라이브'에서는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고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직무 복귀 이후에도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공개된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이진숙 위원장은 "제 사건(탄핵 심판)은 처음부터 민주당, 민노총(민주노총), MBC 대 이진숙의 싸움이었다. 민노총은 머릿수가 있고, MBC는 여론은 만들고, 민주당은 입법부 아닌가"라며 "보통 싸움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MBC는 민주당 브로드캐스팅 코퍼레이션(Broadcasting Corporation)이냐, 민노총 브로드캐스딩 코퍼레이션이냐"라고 말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언론을 혐오·비하하는 표현인 "언창"이라는 단어를 썼다. 언론을 의미하는 'press'와 매춘부를 의미하는 'prostitute'를 합성한 'presstitute'를 한문으로 쓰면 '言(말씀 언)+娼(창녀 창)'이라는 것이다. '창녀'는 성매매 종사자, 성노동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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