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 대해 "적개심이 들어가 듣기가 거북하다"며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이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MBC 오보 책임, 정치중립 위반 논란, 2인체제 방통위 의결 위법성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대정부 질문 종료 후 SNS에 "대정부 질문인데 개인 의견에 대해 따지듯 묻는 국회의원은 괜찮고 정부 기관장은 '적개심에 차있다' 말하는 우 의장"이라고 썼다.

1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을 마치면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답변 태도를 고치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회방송 중계화면 갈무리)
1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을 마치면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답변 태도를 고치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회방송 중계화면 갈무리)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을 마치면서 "오늘 이 위원장 답변 들으면서 '너무 가슴에 적개심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며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답변 태도에 적개심이 들어가 있고 대답도 정말 듣기에 거북하게 하고, 그렇게 하면 정상적인 토론이 되기 매우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도 너무나 어렵게 대답한다. 그렇게 해서 정부가 정말 국민 삶을 제대로 챙겨나갈 수 있을까"라며 "정부가 그런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 국민의 삶을 위해 하는 고민 속에서 답변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정부 질문 종료 후 이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보도에 대해 사과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행위'에 대한 헌재의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역사에 죄송한 날'이라고 페북에 쓴 것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라, 이런 질문에 강제 사과는 안 하겠다, 방통위 업무와 상관 없는 질문에는 답변 않겠다고 했다"고 썼다. 

이 위원장은 "대정부 질문인데 개인의 의견에 대해 따지듯 묻는 국회의원은 괜찮고, 정부의 기관장은 '적개심에 차있다'고 말하는 우 의장에게 다시 한 번 요청한다"며 "방통위 국회 몫 상임위원 3명을 추천해달라.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그 속도는 아니더라도, 1년 8개월동안 왜 국회 몫 상임위원을 추천 안 하는지, 민주당과 국회의장은 답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이날 민주당 김현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MBC 보도본부장 시절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사과 의향을 물었다. 이 위원장은 "수차례에 걸쳐 MBC가 책임이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그러나 이 자리에서 강요하는 사과를 할 수는 없다. 저도 제가 그때 같은 연령대의 딸을 키우고 있던 입장이라 학부모 입장에서 엄청난 슬픔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진숙 보도본부장 시절 MBC는 '전원 구조' 오보를 내고 세월호 승객의 보험금을 계산하고 '세월호 유족들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 위원장은 2014년 6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에서 세월호 보도 참사 지적과 관련해 "권력을 비판해야 공정보도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무슨 일만 생기면 기관이나 정부에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된 것이다.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가 없었으니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22년 9월 자신의 SNS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에 대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노란리본으로 온 나라를 뒤덮었다"고 썼다. 이 위원장은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나라 앞날이 노랗다"고 했다. 

지난해 7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고 장준형 군 아버지)은 "오늘 같은 날이 꼭 있기를 바랐다. 내 자식이 40m 물속에 있는데, 아직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시간에 보험금 보도를 했다"며 "제가 여태껏 10년 넘게 제일 많이 들었던 게 '시체팔이', '아이들 죽음 이용해 로또 맞았다' '놀러가다 죽은 아이들 얼마나 더 보상해줘야 되냐' 이 얘기"라고 울분을 토했다. 당시 이진숙 후보자 답변은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죄송하다"였다. 

지난해 7월 24일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고 장준형 군 아버지)가  국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MBC뉴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지난해 7월 24일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고 장준형 군 아버지)가 국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MBC뉴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김 의원은 이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역사에 죄송한 날"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페북에 올린 개인적인 글에 대해 이 자리에서 답변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그 부분이 방통위원장 업무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임명권자가 윤석열이기 때문에 묻는 것이다. 임명권자가 내란행위로 직위에서 물러났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입장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유튜브 채널 '이진숙TV'에 국민의힘 로고와 "도전과 열정으로 대구를 위해 진심으로 일하다"라는 문구가 있다며 현재 거주지가 어디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서울"이라며 "업데이트를 못한 것 같은데 업데이트 하겠다. 현재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현재 띄워져 있다. 이 위원장은 정치중립의 의무를 가진 방통위원장이자 공무원"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2인 체제 의결 위법성을 김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적받자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국회 몫 방통위원을 의결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국회방송 중계화면 갈무리)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2인 체제 의결 위법성을 김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적받자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국회 몫 방통위원을 의결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국회방송 중계화면 갈무리)

김 의원은 법원에서 잇따라 위법성이 인정되고 있는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최근 대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임명한 신동호 EBS 사장 효력도 정지됐다. 

이 위원장은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자리에 우 의장도 있으니 국회 몫 방통위원이 본회의에서 방통위원 3인이 의결될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한다. 2인 구조를 만든 것은 국회"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국회가 추천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 임명을 7개월 넘게 거부했다. 기형적 방통위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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