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인사 등의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필요한 안건은 의결하겠다"는 태도로 2인 체제 의결은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을 정면에서 또 부정한 셈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규정한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방통위 마비법"이라고 깎아내리고 야당이 2인 체제를 만든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28일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열고 ▲EBS 사장 선임계획 ▲KBS 감사 임명 ▲2025년도 공익채널·장애인복지채널 인정 ▲2024년도 본인확인기관 지정 ▲부가통신사업자 시정조치 ▲2023년도 방송평가 결과 ▲2023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방통위 전체회의 결과를 언론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2인체제 의결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고갔다. 김영주 방통위 행정법무담당관은 '2인 체제 의결에 대한 위법성 검토가 법정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EBS 사장 선임 계획안을 의결했다'는 EBS 기자 질의에 "제가 구체적으로 설명드릴 부분은 아니다"라며 "저희는 2인 체제에서 의결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추진을 하겠다"고 했다. EBS 신임 사장 공모는 28일부터 3월 10일까지 진행되며 결격사유 확인, 국민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3월 말 EBS 사장을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또 EBS 기자는 지난해 방통위가 진행한 EBS 이사 공모·선임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업무 순서상 이사 선임 후 사장 선임을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영주 담당관은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그 부분은 모두 방통위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방통위는 2인 체제 상황에서 EBS 이사 후보자 공모를 실시했지만 이후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KBS 감사 임명 안건의 경우, 비공개 회의를 통해 처리됐다. KBS 신임 감사는 정지환 전 KBS 보도국장이다. 과거 KBS에서 중징계를 받아 감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2015년 12월 당시 고대영 KBS 사장 첫 인사로 보도국장에 임명됐으며 2016년 3월 '기자협회 정상화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정상화모임'은 박근혜 정부 시절 KBS 보도에 비판적인 KBS 기자협회의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해 보도국 간부들 위주로 결성됐다.
이진숙, 법사위서 못다 한 '방통위 마비법' 말문 트여
이진숙 위원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해당 법안의 골자는 ▲방통위 의사정족수 3인 이상 ▲국회 추천 방통위원 30일 이내 임명(임명하지 않을 시 임명한 것으로 간주) ▲보궐 방통위원 30일 이내에 임명 등이다. 방통위원 5인은 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된다.
이진숙 위원장은 "방통위 마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민주당이 기획한 방통위 마비가 한발짝 앞으로 다가왔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수시로 '먹사니즘', '잘사니즘'을 밝혀왔는데 이번에 통과시킨 개정안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인 체제 방통위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2인 체제를 만든 당사자들이 2인 체제가 문제가 있다고 외치는 이 상황은 코미디"라며 "저를 탄핵(소추)해 방통위를 마비시키고도 안 되니까 이제 법을 바꿔서 방통위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다.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은 거부하고 3인 이상이 되어야 방통위를 열 수 있게 만드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 2인 체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추천 방통위원 임명 거부에서 비롯됐다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지난 2023년 3월 30일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됐다. 이 시기에 맞춰 민주당은 최민희 전 의원(현 국회 과방위원장)을 국회 본회의를 거쳐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민희 방통위원 임명을 하지 않았다. 결격사유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저희 지도부(국민의힘)가 국회 추천 3명이 올라오면 패키지로 처리하는 쪽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개월 넘도록 임명을 거부하자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는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방통위원 지명·임명권은 곧바로 행사했다. 지난 2023년 4월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대통령 몫 김창룡 방통위원이 퇴임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인 변호사를 대통령 몫 방통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5월 30일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 처리, 방통위 여야 구도를 2대 1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야당은 방통위 회의 소집 권한을 상실했다.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방통위원(현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3인 체제에서 회의 소집과 의결을 강행했다. 방통위가 사상 처음으로 기형적 구조에서 주요안건을 의결한 사례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방통위원 2인만이 남아 2인 체제 의결을 강행했다.
현행 방통위설치법을 입법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26일 "이진숙 위원장은 2인 위원 이상이라도 빨리 (의결)하는 게 좋다는 게 법의 취지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이 법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5인이 합의해 처리하라는 것이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취지"라고 했다. 앞서 이진숙 위원장은 법사위에 출석해 "최소한 2인의 위원으로라도 민생 관련한 업무를 의결할 수 있게, 입법한 분들이 그렇게 (법을)만들었구나라는 사실을 체험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합의제 기구라는 것은 5인 전부가 합의해서 하라는 취지이지만, 그렇게 되면 일처리가 안 되기 때문에 최소한 5인 중 3인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과반수로 하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안 하는 이런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정족수)조항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누가 국회가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뭉개는 것을 상상했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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