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탄핵 청구인인 국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주요 탄핵 소추 사유인 ‘공영방송 이사 심사·선임’ 과정의 속기록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방통위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확인을 거치지 않은 속기록은 내부문서에 불과하다’며 자료거부가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헌재는 증인으로 채택된 방통위 간부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12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첫 공개 변론이 진행됐다. 청구인으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피청구인으로 이진숙 위원장이 출석했다.

변론 말미 국회 측은 방통위 전체회의 회의록 문서제출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방통위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 7월 31일 2시간여 만에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를 심사하고,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해 졸속 심사 논란이 일었다. 지원자 1인당 심사 시간이 평균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또 방통위는 지원자에 대한 정당가입 여부, 허위 이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국회 측 변호인은 “(회의록은)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을 가리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라며 “(방통위가) 헌재에서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문서 제출 명령에 대해서도 거부하고 있는데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다), 통상 재판에서는 현장에 나가 채증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헌재 재판부는 “회의록은 속기록을 작성해 그 다음 기일에 채택하는 것이 관례고, 방통위에서는 그 다음 기일이 없었기 때문에 회의록을 채택할 수 없다는 방통위 측 해명이 틀렸다고 말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측 변호인이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확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할 수 있지 않냐”고 제기했다. 이에 헌재 재판부는 “속기는 내부 문서에 불과하다. 속기에 대한 확인이 맞다고 결정해야 효력이 있는 문서가 되지 않겠냐”며 “그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보류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 지원서류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틀렸다고 볼 수 있냐, 김영관 증인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가 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이 사건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기획조정관은 당시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방금 재판장이 지적했듯이 회의 속기록은 방통위에서도 참석자들이 본인이 한 발언과 일치하는지 검토를 거쳐서 다음 회의 때 의결하고 공개한다”며 “저는 직무가 정지돼 있기 때문에 회의록 속기록을 볼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래서 방통위는 (속기록을) 제출하고 싶어도 제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차라리 탄핵을 하지 않고 청문회 같은 국회 회의가 있었다면 훨씬 더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변론에서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2인 체제 의결’에 대한 위법성 판단을 두고 각을 세웠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2인 위원으로 방통위에 부여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건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것이고, 피청구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 위헌·위법적 심의·의결은 지속될 것”이라며 “탄핵을 인용해 권력 남용을 심판하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 원리가 살아있음을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서 제 직무를 수행했다. 임기가 12일 앞으로 다가온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2차 변론기일을 다음 달 3일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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