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통령실이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분리 징수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인 가운데 여권 성향 KBS 이사가 책임은 현 경영진에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22일 KBS 이사회는 경영진으로부터 대통령실의 의견 수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여권 성향 이은수 이사는 “(대통령실의) 칼자루가 느껴졌다”며 “법리 이런 것을 떠나 KBS 생존과 관련한 문제여서 상당히 위협감이 든다. 칼자루가 칼집에서 빠져 칼쥔 사람들조차 통제 못할 상황이 되면 그야말로 옳고 그름의 문제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대통령실이 어떻게 개입했든 간에 시청자들의 (국민제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집행부가 먼저 책임을 지고 이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사원들도 뼈를 깎는 혁신으로 시청자들한테 납작 엎드려 읍소를 하는 것만이 KBS가 살 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라는 것인지 명확하게 말해달라’는 다른 이사의 지적에 이 이사는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숙현 이사는 “제가 보기에는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곳에서 상당히 부적절한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기관 당사자나 임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고 다투는 것이지, 굴복하는 방식으로 져야하지 않을 책임을 지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한국전력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면 KBS도 답이 없는 상황인 같다"면서도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왜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류일형 이사는 “현 집행부가 취임하고 나서 다 잘했다는 생각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비례의 원칙이라는 게 있지 않나, 잘못한 것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인데, 과연 누가 책임 지고 물러나야 할 정도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 이사는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로 집행부나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수 이사는 현 경영진의 위기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KBS와 한국전력과의 관계에 급격한 변동사항이 발생했을 때 법리적 논리와 판례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경영진은) 고통스러운 결과가 나와도 ‘우리는 괜찮아’라고 하는데, 4,400명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경영진 일원이 “굉장히 모욕적”이라며 “왜 집행부가 우리 있는 동안은 괜찮을 것이고 이후에는 안중에 없다는 것처럼 표현하나”라고 말했다.
김의철 사장은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와 관련해 이번 사안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사안 발생 초기부터 쉼없이 긴밀하게 움직여왔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수신료는 재원 안정성, KBS 독립성을 담보하는 가장 본질적인 장치”라면서 "KBS는 수많은 풍파를 겪어왔지만 그런 위기가 있을 때마다 역설적으로 공적 위상과 사회적 의미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임직원은 이번 사안 역시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사장은 “이사님들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비판해도 좋다”면서 “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수신료 제도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정치적 입장도, 내부 진영 논리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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