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채해병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10번째(법안 수 기준) 거부권 행사로 '채해병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4일 만이다.  

해병대 예비역단체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며 “사생결단 결사항전의 각오로 25일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21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 해병특검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열고 ‘채해병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법안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검사의 추천 방식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박정훈 대령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해병대는 사생결단 결사항전의 각오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자기를 향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거부권을 남용했는데, 헌법 가치를 대통령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이 수사받을 때 방해하지 않았고, 김대중 대통령도 아들들이 수사받을 때 방해하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도 형과 아들 본인이 수사받을 때 방해하지 않았고 특검도 받아들였는데, 대통령이 사사로이 권력을 남용하면 나라가 통째로 무너진다는 것을 역대 대통령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이유도 해괴하고 궁색하다며 “민주당이 특검 추천권을 독점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한변협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구조인데 어떻게 이런 허위사실을 퍼뜨릴 수 있나”고 토로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들은 수사 대상자인 대통령이 자신을 향하는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거부권을 남용하는 행태를 보고 있다”며 “국가 최고 지도자가 자기 혼자 빠져나가겠다고 사건을 덮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 이제는 주권자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해병대는 사생결단 결사항전의 각오로 25일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특검법만이 아니라 엄중한 국민의 명령”이라며 “총선으로 이미 심판받은 정권이 또다시 70% 가까이 되는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윗선 외압’의 실체가 밝혀질까 두려워 특검을 거부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말처럼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21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시도할 것이고 불발된다면, 22대 국회가 시작하는 즉시 해병대원 특검법을 비롯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모든 법안을 재발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지금 채해병의 죽음은 의혹과 정쟁의 한가운데에 표류하고 있는데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라면서 “사안은 명백하고 간단하다. 공정하고 엄정해야 할 수사과정의 결과가 왜 바뀌었는지, 그 과정에서 장관도 거부 못 할 외압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왜 했는지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분명히 거부권은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은 거대한 민심의 칼로 돌아올 것이다. 진실 앞에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어이 정권 붕괴의 방아쇠를 당기고야 말았다”면서 “대통령이 민심과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린 윤 대통령, 이제 국민의 준엄한 심판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진보당도 논평을 내고 “'국정기조를 전환하라'는 단호하고도 엄중한 우리 국민들의 명령을, 또다시 대통령은 가차없이 묵살해버린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깡그리 짓밟고 무시하는 대통령과 한 하늘 아래 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어디서든 탄핵 논의가 나오게 된다면, 그 모든 책임은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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