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방부가 '사전승인 없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박정훈 대령(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계속하고 있다.
박 대령은 지난 2023년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KBS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박 대령은 언론 인터뷰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상급자들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대령 법률대리인은 국방부가 박 대령 징계 절차를 직권으로 취소해야 한다며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3일 박 대령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수사외압 폭로)당시 국방부의 허가를 안 받고 언론에 나갔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 처분을 했다. 박 대령 측은 항고했다"며 "그 항고 심사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통지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항명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령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했지만 특검법에 의해 공소유지권을 넘겨받은 채해병 특검팀(특검 이명현)이 재판부에 항소취하서를 접수, 박 대령의 무죄가 기소 1년 9개월 만에 확정됐다. 하지만 박 대령이 1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군의 징계 절차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당시 (언론 인터뷰)허가를 받으려면 (김계환)해병대 사령관에게 허가를 받든가 또는 원흉인 (이종섭)국방부 장관한테 허가를 받으라는 것인데 그게 말이 되나"라며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인데 '언론에 접촉하려면 허가를 받아라'라는 규정은 군에서 군인에게 재갈을 물리는 규정이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징계를 직권취소하라는 요구들이 많은데 국방부에서는 법·형식 논리를 끌어다 쓰고 있다"며 군이 항고 절차를 개시하지 말고 박 대령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정의로운 사람에 대해 (군이)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는데 그러면 국민들에게 호소를 하지 누구한테 하겠나. 호소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면 그들이 살려줬겠나"라며 "자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데, 그래서 언론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것을 '군인은 하지마라', 자기들 치부 가리겠다고 규정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은 정권이 교체되고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말을 바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건개입 정황을 밝히고 있다. 'VIP 격노설'을 들은 적 없다는 위증 혐의를 받는 김 전 사령관은 지난 2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누군가로부터 격노설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전 장관은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의 시발점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2년 만에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은 것이 맞다고 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군을 우려한 말씀'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격노'는 없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이후 해병대 수사결과보고서 경찰 이첩과 사건 관련 브리핑을 취소했다.

국방부는 박 대령이 KBS <사사건건> <뉴스9>에 출연해 질의응답한 행위가 '국방홍보훈령'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징계 절차를 계속하고 있다. 박 대령은 지난 2023년 8월 11일 KBS <사사건건>과 첫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현역 군인이 생방송 인터뷰에 출연한다는 것은 많은 부담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현역 군인이 방송에 나온다는 것도 부담스럽고, 사안 자체도 굉장히 엄중한 사안이다 보니 더더욱 마음은 무거웠지만 공영방송에서 사실을 설명하고 진실을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나왔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인의 언론 인터뷰 제한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홍보훈령상 군인·군무원의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언론인터뷰 제한 사유 및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토록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주문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는 "표현의 자유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기본권이고, 헌법재판소는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위축효과를 야기하여 표현의 자유의 본래적 기능을 상실케 한다’고 판시했다"며 "군인복무기본법에 규정된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은 해석 재량이 큰만큼 규정 적용에 있어 개별 부서의 실무적인 절차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명확한 범위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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