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에 응하지 않을 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궤멸의 선봉에 설 것임을 경고한다" 

2일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법이 국민의힘 집단 퇴장 속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를 통과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가 밝힌 입장이다. 이날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이달 내에 통과시키는 데 국민 67%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다음 날 '거야 폭주다' '협치가 깨졌다'는 보수 성향 언론들의 사설이 이어졌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은 이르다, 야당 특검 추천과 특검 언론 브리핑은 독소조항이다 등 국민의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달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절차를 잘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공수처의 만성적 인력난과 정부여당에 대한 특검 전례 등을 종합하면 채 상병 사건 특검의 정당성은 상당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종료 전 처리하는 것에 대해 찬성이 67%, 반대가 19%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 조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사설에서 '거야 폭주' 프레임을 부각한 언론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민주 ‘채 상병 특검’ 단독 처리, 지혜롭게 풀 방법 없나>
중앙일보 <채 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 굳이 이렇게 해야 했나>
동아일보 <野 ‘채상병특검법 강행’ 與 ‘거부권 예고’… 1시간 만에 깨진 협치>
서울신문 <협치 물꼬 하루 만에 뭉개버린 巨野의 입법 독주>
세계일보 <이태원법 협치 1시간 만에 채상병법 입법 폭주한 巨野>
국민일보 <‘이태원 합의’ 하루 만에 입법 폭주… 다시 멀어진 협치>

조선일보는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할 때 하는 것이다. 지금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민주당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면 22대 국회 개언 후 특검법을 처리해도 늦지 않았다.(중략)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정쟁이 목표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이 갖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검은 주로 여야가 함께 추천하거나 대한변협 등 제3자가 하는 것이 관례"라며 "그러지 않고 민주당이 특검을 지명하면 불공정 시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피의 사실 공표와 정치적 악용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의구심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채·김 특검 수용 결단’은 몽상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바 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되어도, 여당에서 찬성표가 여럿 나와 통과되어도 정권에 깊은 내상이 불가피 한 이슈로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담겼다. 양 주필은 두 사건이 법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중앙일보는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특검을 시작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행동은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절차적으로 과속한 느낌"이라며 "제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100일 가까이 공백 상태였던 공수처장이 새로 임명된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국민의힘도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즉각 특검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어제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가 끝나는 5월 말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이 67%(반대는 19%)로 압도적이었다. 특검까지의 절차를 잘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도 해석되지만,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이처럼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공수처장 후보자로 오동운 변호사를 '지명'했다. 공수처장이 공석이 된 지 3개월,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한 지 2개월 만의 지명이다. 오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는 17일 예정돼 있다. 

공수처의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에서야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이 소환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공수처의 인력난 때문에 수사 진척이 더디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공수처와 특검의 규모를 비교해보면 공수처는 부장검사와 수사관까지 합쳐 10명 남짓의 1개 부서가 수사를 진행하는 반면, 특검은 파견 검사만 20명에 파견 공무원 등 최대 100명 규모로 구성·운영된다. 또한 공수처는 이번 사건 수사를 마치더라도 사건을 검찰에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는 검사·판사·고위경찰만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출범시키는 것은 전례가 없다는 주장(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전례에 비춰보면 맞지 않는다. 야당의 특검 추천과 특검의 언론 브리핑이 '독소조항'이라는 여당 주장은 드루킹 특검법, 국정농단 특검법 전례를 보면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됐을 때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지칭하며 독소조항을 주장했다. 한 전 장관이 검사 시절 참여한 특검이 야당 추천 특검, 수사 상황 중계 특검이었다. 

3일 한국일보는 사설 <채 상병 특검, 野 단독 처리 아쉽지만 대통령 전향적 판단을>에서 "야당의 단독 처리가 입법 폭주 재발, 협치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면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며 " 현재의 공수처 상황에 비춰 철저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적지 않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은 물론 공직기강비서관, 나아가 윤 대통령까지 간여된 의혹이 제기된 상태"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데 대해 "대통령실과 대통령이 이해당사자인 점에서 명분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전향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채 상병 특검’ 국회 통과,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아야>에서 "지난해 8월 고발장 접수 이후 공수처가 주요 피의자를 처음 소환한 것은 8개월이 지난 4월 말이었다. 게다가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까지 연관된 만큼, 독립적 기관이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며 윤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공포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젊은 병사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규명하는 건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라며 "민심은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의혹을 남김없이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려 든다면, 민심의 거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채 상병 특검법 국회 통과,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말라>에서 "채 상병 특검법은 정부·여당이 자초한 일이다.(중략)여당이 공수처 수사를 특검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최근 공수처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 공수처는 법관·검사·경무관 이상 경찰만 기소할 수 있고 나머지는 검찰이 기소하는데, 현 정부에 편향적인 검찰을 보는 불신이 크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끝내 거부한다면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진상 규명을 요구한 4·10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이 국민의힘 의원 집단 퇴장 속 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이 국민의힘 의원 집단 퇴장 속 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중앙일보 1면 기사에는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여권 이탈표가 등장할 가능성이 보도됐다. 중앙일보는 기사 <총선 청구서 '채상병 특검'…"낙선 많은 與, 재의결 땐 모른다">에서 "문제는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의원 113명 가운데 55명이 불출마·낙천·낙선 등을 이유로 곧 국회를 떠난다는 점도 변수"라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한 낙선의원은 중앙일보에 "오늘은 '나가자'는 말에 우르르 일어났으나, 다음에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은 "법안 찬성 여부를 떠나, 공천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여명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22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영남권 의원은 중앙일보에 "5월 말에 본회의가 열리면 나는 불참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국민의힘 의원 26명이 불출석하면 재의결 정족수가 180명으로 낮아져 야권 의원만으로 재의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이 정부에 이송되면 15일 이내에 법안을 공표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달 말 한 차례 더 열리는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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