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정권 차원에서 임성근 사단장을 지킬 이유가 없는데 이 점이 국민적 미스터리예요. 대통령, 국군통수권자 입장에서 보면 해병대 사단장 하나 지키려고 정권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 있는 이유를 몰라요, 본인도 궁금하지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 "저도 궁금합니다"

-2024년 6월 21일 '채해병 특검법' 국회 입법청문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씨(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VIP'를 상대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운동을 하겠다고 말한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수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혹의 중심축이 '수사외압'에서 '구명로비' '김건희'로 이동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임성근 전 사단장 주장이 담긴 기사 1꼭지로 갈음하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이종호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다. 1심 재판부는 이종호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이종호 씨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계좌를 관리했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블랙펄인베스트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컨트롤타워'로 지목했다. 블랙펄인베스트 직원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파일이 발견된 바 있다. 

JTBC '뉴스룸' 7월 9일 
JTBC '뉴스룸' 7월 9일 <[단독] "VIP한테 내가 얘기하겠다"…'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녹취> 썸네일

'채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은 '민간인 이모 씨와 골프친 적 없냐'는 질문에 이종호 씨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JTBC가 이종호 씨를 비롯한 해병대 출신들이 임성근 전 사단장과 골프모임을 추진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멋쟁해병')을 보도하면서 위증 의혹이 제기됐다. 

이종호 씨, 대통령 경호처 직원 출신 A 씨, 변호사 B 씨 등이 '멋쟁해병' 멤버다. JTBC <뉴스룸>은 9일 이종호 씨와 B 씨가 지난해 8월 채 해병 순직사건이 불거진 뒤 나눈 통화 녹취를 입수해 보도했다. 녹취에서 이종호 씨는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가지고 A가 전화 왔더라고"라며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말한다. B 씨가 "위에서 그럼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 쪽에서?"라고 묻자 이종호 씨는 "그렇지. 그런데 이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라고 말했다. 이종호 씨는 임성근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이라고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해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증언을 마친 뒤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해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증언을 마친 뒤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씨는 채 해병 순직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해병대 4성 장군'을 거론했다. JTBC <뉴스룸> 10일 보도에 따르면 이종호 씨는 지난해 7월 '멋쟁해병' 멤버들에게 "우리 4성장군 탄생하잖아"라고 말했다. 3성 중장인 해병대사령관을 4성 대장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대선공약이었다. 이어 JTBC <뉴스룸>은 이종호 씨와 김건희 씨의 관계에 대해 "주가조작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서면조사에서 이 씨와의 관계를 물은 것으로 취재결과 파악됐다"고 전했다. 

JTBC 보도 이후 임성근 전 사단장은 시점 상 구명로비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를 결재한 시점은 지난해 7월 30일로, 8월 통화에서 구명로비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종호 씨의 구명로비 발언은 과거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종호 씨는 'VIP가 누구냐'는 MBC 취재진 질문에 "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가, 10일 중앙일보 취재에는 "녹음파일에 나온 VIP는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구명로비 의혹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언론에 공지했다. 국민의힘은 구명로비 의혹에 대해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다. 

JTBC '뉴스룸' 7월 10일
JTBC '뉴스룸' 7월 10일  <[단독] 검찰도 주목한 '김 여사-이종호' 관계…서면질의 있었다> 썸네일

11일 한국일보는 사설 <“VIP에 얘기” 임성근 구명 녹취록··· ‘용산로비’ 의혹 규명해야>에서 "사실이라면 ‘국정 농단’급 파급력이 아닐 수 없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낱낱이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이종호)가 평소 이야기하고 다녔던 '정보'들이 현실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언도 나온다"며 "지난해 8월 2일, 임 전 사단장이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입장을 바꾼 것도 이 전 대표의 발언 내용과 일치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사건은 유야무야 덮거나 덮일 수 없는 사건이 됐다"며 "대통령실이 채 상병 특검을 거부하고 여야가 '힘대힘'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수처라도 원칙을 지키고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실체를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VIP에 임성근 구명”… 철저하고 빠른 수사로 사실 여부 밝혀야>에서 이종호 씨가 '편집'을 거론하며 녹취 내용을 부인하는 데 대해 "편집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공개된 내용만 보면 전언이라기보다는 본인 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VIP가 대통령이 아니라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한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했고 구명 로비에 관한 언급을 한 이상 의혹을 살 만하다. 공수처는 구명 로비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신속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도이치 공범의 ‘임성근 VIP 로비설’, 이래서 특검 막고 있나>에서 "이 녹취록으로 인해 채 상병 사건의 초점은 ‘수사 외압’에서 ‘구명 로비’로 바뀌었으며, 의혹의 중심은 김 여사로 이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 가장 큰 피해자는 윤 대통령 부부일 것이다. 이런 의혹은 어물쩍 넘기려 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법"이라며 "늦기 전에 윤 대통령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청해서라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게 옳다. 채 상병 특검이 필요한 결정적 이유가 추가된 셈"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격노’에 이어 ‘VIP 구명’ 녹취, 언제까지 덮을 수 있겠나>에서 "임 전 사단장도 처음에는 사표를 내려고 했다가 갑자기 이를 번복했다. 해병대 출신인 이 씨는 해병대 고위직과도 친분이 있다고 한다"며 "이런 사실들을 고려하면 녹취록을 일개 주식 중개인의 과장된 허풍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씨와 김 여사의 관계를 보면, 이 씨의 구명 로비 의혹은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녹취록에는 이 씨가 군과 경찰 인사와 관련해서도 로비를 했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김 여사의 공직 인사 개입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버렸다"며 "오죽하면 정부 고위직에 이상한 인사가 날 때마다 ‘김건희 인사’라는 말이 나왔겠는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녹취록은 또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는 의심을 뒷받침하기도 한다"며 "검찰도 말로만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지 말고 제대로 수사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반면 조선일보는 구명로비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인 11일 <'구명 로비 의혹' 임성근 "로비 자체가 불가능">(10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작년 7월 28일 사의표명 전 어떤 민간인과도 사표 관련 얘기를 나눈 적 없다 ▲이종호 씨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적 없다 ▲구명로비가 있었다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 결재를 번복하기 전에 이뤄졌어야 한다 등의 임성근 전 사단장 해명을 중점적으로 서술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종호 씨와 대통령실의 반박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주가조작범의 로비에 의한 국정 농단' '로비 창구는 김 여사' 등을 주장하며 "의혹을 키우는 중"이라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이종호 씨와 통화한 사람은 김모 변호사라며 "김 변호사는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부로 출마하려다가 경선에서 탈락했다"며 "지난 5월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멋쟁해병' 보도 당시 김규현 변호사를 JTBC 제보자로 지목하며 "정언유착" 주장을 한 바 있다. 권성동 의원은 1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통화에서 "JTBC가 그 제보자가 누군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보자의 신원을 감추고 마치 박정훈 대령과 관계가 없는 제3자인 것처럼 위장해서 보도한 것"이라며 "보도윤리에도 어긋나는 것이고, 떳떳하면 박정훈 대령 변호인도 자기 신분을 밝혀야 한다. 자신이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같은 방송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분의 이력이 진영을 편중해서 움직였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은 김 변호사가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 이력이 있지만 이후 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전 서울고검장,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설립한 법무법인 평안의 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의원은 "예를 들어 이 자리에 나와서 누가 고등학교 친구라 해서 진행자의 편향성을 의심한다 하면 그건 좀 이상한 것"이라며 "공과 사가 따로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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