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심상찮다.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1%, 부정평가는 70%였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역대 정권의 사례와 비교할 때 이례적이고 독보적(?)이다.

총선 대패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수습을 제대로 했다면 지지율은 일부 회복됐을 것이다. 그럴 기미가 안 보이는 건 수습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느라 보수 유권자층도 분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긍정평가는 35%에 그쳤다. 윤석열 정권의 정체성이 보수임을 감안하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총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차기 대권주자 및 당권주자들이 분열하고 있는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치는 걸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된 배경엔 채상병 사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응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이번에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지난달 31일 언론에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해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군사법원법에 맞지 않게 혐의자를 많이 만들었으니 바로잡으라고 대통령이 야단을 친 게 아니겠나”라고 한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격노설’을 부정하다 “대통령은 격노하면 안 되느냐”라고 하더니, 주요 사실관계를 부정하기 어렵게 되자 아예 대놓고 관여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통령은 그래도 된다’는 논리를 편 셈이다.

대통령이 “바로잡으라”는 지시를 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 그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여부는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 소속인 검찰의 수사 과정에 개입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해병대 수사단에 “애초에 수사 권한이 없다”고 하고 있으나, 국방부가 회수해 재검토한 결과에도 두 명에 대한 혐의는 적시됐고 이에 대해 대통령은 따로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니 경향신문이 3일 사설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면 수사이고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면 조사라는 식의 궤변”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려면 대통령이 주요 국면마다 실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업무용 전화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통화를 한 대목은 대통령의 전적인 협조가 있지 않으면 사실상 수사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수사 협조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법정 전략을 방불케 할, 이런 저런 말 바꾸기와 방어 논리로 이슈 피로도만 높인다. 이런 상황이 유권자 눈을 피해갈 수 없으므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오르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려된다. 대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는 게 아닌가?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에 돌입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선 판문점 선언에 더해 9.19 군사합의의 추가 무효화가 고려돼야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CG) [연합뉴스TV 제공]
대북 확성기 방송(CG) [연합뉴스TV 제공]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의 군사적 반발을 불러올 게 자명하다. 2015년 북한은 확성기를 향해 고사총과 직사화기 등을 발사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에 더해 GPS 교란 공격에도 나섰는데, 서해상에서 소규모 어선이 이 영향으로 북측으로 넘어가는 등 피해를 입을 경우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요컨대 북한은 군사적 충돌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저강도 도발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 ‘강대강 대치’ 국면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게 될 수 있다.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수단은 국민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자제를 요청하면서 북한에 협의를 요청하고, 협의를 거부하면 이를 근거로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공동대응 및 개입을 요구하는 등 명분을 확보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대강 대치’ 국면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강력하게 주고 있는 것 같다. 동아일보는 “정부가 직접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북한을 더 압박할 추가 대응 조치로 대북 전단 살포가 거론된다. 민간단체를 통할 수도, 아니면 은밀하게 정부가 직접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추가 조치의 명분만 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 걸로 보인다.

정치적 위기에 빠진 상황과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까? 보수층은 북한에 ‘어퍼컷을 한방 날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 심리적 위안을 얻게 될지 모른다. 하락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일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민 다수의 입장으로 시점을 옮겨보면, 그게 누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앞서 언급한 대로 오히려 북한이 원하는 국면을 우리가 만들어 주는 ‘적대적 공생’의 환경만 조성될 뿐이다.

정치적 위기는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 여기서 정공법이란 특검을 수용하고 수직적 당정관계는 일소하며 총선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을 명확히 해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국정 운영 방식을 국민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보수세력은 연일 ‘거대 야당’의 횡포에 대해 말하는데, 그중에는 일리가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정공법으로 스스로 거듭나지 않으면 그러한 일도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게 된다. 물론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잠시 불행해지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사정이 나아진다는 점을 봐야 한다. 오히려 대통령의 짧은 행복을 위해 모두가 불행한 상태가 돼야 한다면 무책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그렇다고들 느꼈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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