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그로기 상태의 복서'를 봤다는 언론 평가가 나왔다. 총선 참패에도 '특검 거부', '국정기조 유지'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에게 '마이웨이' '절망적'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반면 일부 보수언론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사과와 소통 의지를 평가하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 정도 수준의 기자회견만 자주 하더라도 국민의 의구심이 해소돼 총선에서 참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보수적 국정기조를 유지해 달라는 바람을 더했다. 윤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것 국정 실패에 제때 경고음을 울리지 않은 보수언론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 2년이 되는 10일, 주요 종합일간지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尹 ‘부인 처신’ 뒤늦은 사과, 부인 문제 재발 방지가 관건>
중앙일보 <대통령과 민심의 소통, 더욱 늘려 가길 바란다>
동아일보 <특검 충돌도, 의정 갈등도, 연금개혁도 해법 못 낸 尹 회견>
서울신문 <낮은 자세로 소통한 尹 대통령 취임 2년 회견>
세계일보 <‘명품 백’ 사과했으나 국민 눈높이에는 못 미친 尹 회견>
국민일보 <21개월 만의 尹 기자회견… 지속적 소통 노력해야>
한국일보 <尹 사과했지만 '총선 민심'에 부응 못한 기자회견>
한겨레 <특검도 소통도 ‘마이 웨이’, 기자회견 왜 열었나>
경향신문 <특검도 변화도 거부한 윤 대통령의 ‘절망스러운 회견’>
9일 윤 대통령은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국정기조는 옳았는데 소통이 부족했다'는 인식을 거듭 내비쳤다. '김건희·채상병 특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고, 국정기조 전환 요구에 '일관성 유지'를 거론했다.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2년 넘게 탈탈 털었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이 시기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다. 윤 대통령은 본인 의혹인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행사(VIP격노설) 여부엔 '왜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국방장관을 질책했다'며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관련기사▶"총선 참패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
정치 현안에 집중된 기자들의 질문은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헤치는 질문이 아닌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수준에 그쳤다. '언론탄압' '검찰공화국' 등 윤석열 정권의 고질적이고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 문제를 지적하는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관련기사▶대통령실 기자단의 '입틀막 정권' 질문은 없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하고 총선 패배도 ‘내 탓’이라고 인정"했다며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늦지 않게 이런 자리를 가졌다면 윤 정부에 대한 국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이날 회견을 보고 그동안 왜 회견을 피해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주장하며 "이 정도라도 설명을 하면 국민 분노나 의구심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것을 꽉 막아왔고 쌓인 압력이 총선에서 터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또 "연금·노동·교육·의료·규제 개혁은 나라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윤 대통령 '국정기조 일관성 유지'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에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두렵다"(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는 평가와 정반대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사과'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실 명품 백 의혹이 처음 보도됐을 때 지금처럼 사과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커질 상황도 아니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여러 차례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며 "총선 결과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한 것이다.(중략)윤 대통령의 성찰이 말로 끝나지 않고 국정 운영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회견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 주요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종전과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라면서도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또 법치를 추구해야 할 대통령 입장에서 섣불리 파격적인 얘기를 꺼내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채상병 특검'은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법치주의와 공직자 윤리를 훼손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서울신문은 "국정의 최고·최종 책임자인 윤 대통령도 ‘관계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설명·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셈"이라며 "윤 대통령은 야당, 언론에 대해서도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 '어떤 정치인도 선을 긋지 않고 늘 열어 놓겠다'고 했다.(중략)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 이영태 논설위원은 지난 9일 칼럼 <보수가 회초리를 더 일찍 들었어야 했다>에서 "윤 대통령이 남은 3년을 걱정해야 할 만큼 벼랑 끝에 몰린 데는 보수언론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친윤 당대표’를 세울 때 엄중히 꾸짖었더라면, 잇단 인사 참사에 확실히 제동을 걸었더라면,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커졌을 때 진영 논리를 떠나 언론 자유를 지지했더라면, 국무회의 생중계로 하고 싶은 말만 홍보하는 걸 따끔하게 질책했더라면"이라며 "그땐 애써 눈감고, 뭉개고, 또 옹호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10일 경향신문 이용욱 정치에디터는 칼럼 <윤 대통령, 불행한 퇴장을 향한 빌드업을 하고 있다>에서 "집권 2년을 맞은 윤 대통령은 덩치만 컸을 뿐 기초체력과 실력은 형편없는 복서임이 드러났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등을 보였고, 엑스포 유치 실패로 다리가 풀렸으며, 총선 참패로 그로기 상태가 됐다"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이 에디터는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것은 ‘더는 못 봐주겠다. 너희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민심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지만,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음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확인됐다"면서 "윤 대통령의 회견과 최근 민정수석실 부활 등을 지켜보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윤 대통령이 버티기, 이른바 ‘침대축구’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 에디터는 "침대축구도 기초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연속 25% 밑으로 나타났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지지율과 비슷하다"면서 "국정기조 바꾸겠다고 무조건 사과하고, 생살을 자르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 말고 현 상황을 대처할 방법은 없다. 권투에선 패자의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통치의 세계에서 패배는 훨씬 비정하다"고 했다.
한겨레 최혜정 논설위원은 칼럼 <윤 대통령은 그저 섭섭할 뿐이다>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은 선거 구도를 민생이 아닌 ‘심판론 대결’로 이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여당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국정 쇄신은 윤 대통령의 선택지에 들어 있지 않다"며 "2년간 누적된 인사 파동, 민생 무능, 정당 민주주의 훼손, 협치 파괴, 언론 탄압, 김건희 여사 논란 등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최 논설위원은 "여소야대 국회에 불만을 늘어놓지만 이태원 참사, 잼버리 부실 운영, 엑스포 유치 실패 등은 오롯이 정부 탓"이라며 "다만 윤 대통령에게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어서, 그동안 발생한 문제는 담당 공무원과 전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면 된다"고 꼬집었다.
최 논설위원은 "심판당해도 심판당한 줄 모르는 윤 대통령의 남은 3년은 그래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각자도생 단계로 진입했고, 야당은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활발'해질 국민과의 소통은 지난 2년처럼 일방적인 독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본인다"는 것이다. 최 논설위원은 "임기 말 '59분 대통령'의 일방 소통, 상상만 해도 피로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기자회견은 정부에 준엄한 심판을 내린 총선 참패를 계기로 마련됐다. 그런데 국민이 바라는 변화는커녕 그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한 것은 남은 임기 3년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를 키운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총선 이전과 이후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 변하지 않은 국정기조로는 남은 임기 국정동력을 추동할 국민 마음을 얻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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