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채해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촛불집회'가 번지고 '정권퇴진' 목소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내가 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여당 이탈표를 단속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야7당은 어제(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0번째 거부권 행사는 총선 민심 정면 거부 선언이자 국민안전 포기 선언"이라며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별렀다. 

2022년 12월 3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2년 12월 3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21일 한국일보는 기사 <'채 상병 특검'에 尹 10번째 거부권 임박... 또 민심과 맞서다>에서 "거부권 행사는 취임 이후 10번째다. 하지만 앞서 9차례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총선 결과에 아랑곳없이 민심에 맞선 격이기 때문이다. 이에 범야권이 장외집회를 포함한 전면전을 예고하고 압박하면서 정국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채해병 특검법이 윤 대통령이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과 '무게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검법이 대통령실 수사외압 의혹, 즉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일보는 "최대 관건은 여론"이라며 "윤 대통령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수사 종결 후 특검 도입'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정작 외압 의혹은 비켜갔다. VIP 격노설에 대한 질문에 '순직한 사고 소식을 듣고 국방장관을 질책했다'는 동문서답으로 응수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전혀 풀지 못했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사설 <채상병특검법 거부권 행사 후폭풍 감당할 수 있나>에서 "거부권 행사 시 대치 정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야당은 국회 재의결을 추진하고 부결 시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과 함께 재발의한다는 입장"이라며 "둘 다 대통령 본인과 가족이 관련된 사안이다. 특검법 지지 여론이 반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용산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공수처가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관여된 의혹을 신속히 제대로 수사하기엔 부족하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수처 수사의 기소권은 최근 지휘부가 교체된 검찰이 갖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주말 촛불집회가 번지고 '정권퇴진'을 입에 올리는 극단적 상황이 우려된다. 대통령이 민심과 맞서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국정 부담과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이후 이탈표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윤 대통령은 20일 부산·경남(PK) 지역 초선 당선자 14명과 관저에서 만찬을 갖고 "내가 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PK 당선자들은 "정치는 의리" "대통령님 기운 빠지지 마시라" 는 말과 함께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과 초선 당선자들의 만찬은 지난 16일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 초선 당선자들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22일에도 비례대표 등 초선 당선자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라며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각종 특검법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내부 단속을 위해 여당 초선 당선자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만찬에서 "여당이 소수더라도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임하라", "대통령 권한으로 도울 게 있으면 돕겠다", "거부권을 적극 활용해 협상력을 야당과 대등하게 끌어올리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대야 협상카드로 쓰라는 초법적 주문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동아일보 보도에 야당의 채해병 특검법 처리가 '입법권 악용'이라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이 실렸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기관(검찰)의 수사 결과부터 봐야 한다"면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라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되지만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특검법은 절대다수 정당의 입법권 악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내부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조선일보에 "정권의 목을 겨누려는 해병대원 특검법의 목적이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서 22대 국회에서도 이 법은 절대 안 된다는 내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8명의 이탈 표가 나와 탄핵 저지선인 200석이 뚫린다는 것은 말이 해병대원 특검법이지 그냥 탄핵하자는 이야기”라며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당 의원들이 야당의 탄핵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은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 ▲경찰·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다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특검이 이뤄진 전례가 없다 ▲특검 추천 절차는 여당을 배제해 불공정하다 ▲특검의 언론 브리핑은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있다 등의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21일 기사 <수사 중이라 ‘채 상병 특검법 반대’한다는 국민의힘…추경호, ‘대장동’ 땐 수사 시작도 전에 “특검”>에서 4가지 이유 모두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과거 언행과 배치됐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021년 9월 23일 대장동 특검법을 의원 107명 명의로 공동발의했다"면서 "당시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2022년 1월 10일 대장동 특검법 처리를 촉구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현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당시 추 원내대표는 "국민은 피의자를 비호하고 결국 소환에 협조하지 않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특검을 발족해 수사하면 20~30일 만에라도 큰 가닥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은 1999년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 특검'부터 2022년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검'까지 총 14건으로, 이 중 3건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고 1건은 여당이 없는 상황에서 거대양당 합의로 통과됐다고 짚었다. 특검 공정성을 위해 여당 추천을 배제한 특검법의 대표적 사례로는 '드루킹 특검법' '국정농단 특검법'이 있다. 특검 언론브리핑의 경우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참여했던 '국정농단 특검법'에 관련 조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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