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로 '채해병 사건' 자료를 이첩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통화기록이 나왔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법률대리인 측은 이 같은 자료를 ‘채해병 특검법' 재표결 부결 이후 전달 받았다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28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낮 12시 7분, 12시 43분, 12시 57분 세 차례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통화는 4분 5초, 두 번째 통화는 13분 43초, 세 번째 통화 시간은 52초다. 이날 오전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 기록을 경북 경찰청에 이첩했고, 같은 날 저녁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기록을 회수했다. 이날 두 번째 통화 이후인 낮 12시 45분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 전 수사단장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는 게 박 전 수사단장 측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인 8월 8일 오전 7시 55분 이 전 장관과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맡기기로 결정하기 하루 전이다. 또 ‘VIP 격노설’이 불거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가 있던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기록이 확인됐다.

해당 통화기록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SBS에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전화로 소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8일 저녁 박 전 수사단장 법률대리인 김규현 변호사는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해당 통화기록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부터 사용하던 번호인 것으로 저희가 확인해 윤 대통령이 전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 번호가 뜬 기지국은 용산”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대통령실 개입 정황까지만 나왔다면 이제는 대통령 본인의 직접 개입 정황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전화 이후 경찰로 이첩된 기록이 회수되고, 박 전 수사단장은 보직해임된다. 그러면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이런 지시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들고, 이 정도 의심이라면 대통령에 대한 입건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자료를 어떻게 입수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 전 수사단장 군사법원 항명 재판에서 이 전 장관 등의 통화내역을 신청했었다”면서 “광장히 아쉬운 것은 어제(27일) 통신사가 군사법원에 이 전 장관의 통화내역 자료를 회신해 준 걸로 파악되고 있다. (채해병 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된 다음에야 변호인단이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는데, (군사법원이)어제 또는 오늘 오전에 줄 수도 있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이 자료가 세상에 미리 나갔다면 본회의 때 국민의힘 의원들 표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혹시 지연됐던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이 든다"면서 "또 군사법원에도 어떤 외압이 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을 계속 주장해 온 이유가 7월 8월이면 이런 통신내역이 전부 다 삭제가 돼 구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에 이런 자료 신청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공수처가 해당 통화 기록을 이미 확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런 자료를 갖고 있었다면 왜 대통령실이나 이런 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다. (공수처가)외압에 시달렸거나, 일부러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소수 인력이다 보니 대통령실까지 할 여력이 없었거나인데, 어느 쪽으로 보든 특검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김 사령관은 이 수사에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김 사령관한테 외압을 넣은 이 전 장관 같은 국방부 인사들을 수사하고, 대통령실은 그 이후에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가)한 달 넘게 김계환 사령관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수사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정도 규모의 수사는 검찰이었으면 검사를 적어도 10명, 20명, 30명 이상 투입할 것”이라면서 특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늦게 드러날수록 그걸 숨겼던 사람들은 더 가혹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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