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TV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은 법질서에서 중요한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후보자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으로부터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등 윤석열 정부 '시행령 통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이 의결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형배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이견이 없다면, 수신료 징수방법을 시행령을 통해 큰 폭으로 개정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권 후보자는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법 전체의 취지와 내용, 조항의 문헌 등을 고려해 위임된 범위 내에서만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며 "위임입법금지 원칙은 충실히 관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위임입법금지 원칙은 우리 법질서에서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다. 그 체계에서 법질서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전체 법질서가 무너진다"며 "결국 헌법, 법률, 명령, 규칙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이고 상호적인 체계와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위임입법금지 원칙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민 의원은 "헌재와 사법부는 계속해서 '수신료는 특별부담금' '수신료 납부는 거부하거나 받아들이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의무사항'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납부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 드린다'고, 분리고지 이후 체납이 발생하면 강제집행을 지나가도 될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위법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은 상위법(방송법) 충돌, 국회 입법권 무시 등의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법 제67조(수상기 등록 및 징수의 위탁) 2항은 'KBS는 수상기의 생산자·판매인·수입판매인 또는 KBS가 지정하는 자에게 수상기의 등록업무 및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8년 헌재는 수신료를 공영방송 운영을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하면서 "수신료 징수업무를 KBS가 직접 수행할 것인지 제3자에게 위탁할 것인지, 위탁한다면 누구에게 위탁하도록 할 것인지, 위탁받은 자가 자신의 고유업무와 결합하여 징수업무를 할 수 있는지는 징수업무 처리의 '효율성' 등을 감안하여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으로 연간 2천억 원의 추가 징수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수신료 분리고지는 수신료 납부의무와 무관하기 때문에 체납자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신료 체납 시 가산금, 추징금 등이 부과된다. 납부 의무자는 별도의 계좌를 통해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또한 1999년 헌재는 수신료의 결정과 관련해 "납부의무자의 범위, 징수절차 등과 함께 수신료에 관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이므로, 입법자인 국회가 스스로 행하여야 하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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