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 측이 급기야 ‘내란 탄핵 공작론’을 주장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에 출석해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는 진술을 하자 음모론적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은 이런 식이다. 자신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의원을 빼내라’고 한 적이 없고 ‘요원을 빼내라’고 한 말이 와전됐을 뿐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박선원 의원 등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발언을 왜곡하는 등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평소 야당 정치인들과 교류하던 자로 애초 계엄과 관련한 통화를 한 일이 없음에도 사실상 거짓 메모를 작성해 정치인 체포설을 날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전부 다 더불어민주당 측과의 공감대 속에서 자신을 탄핵하려는 음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와 같은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에 근거가 될 수 있는 보도를 계속한다. 조선일보만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근거가 되고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는 모든 진술은 다 흔들리고 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에 나오는 대통령의 발언은 요원인지 의원인지 인원인지가 불분명하고,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진술을 봐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말이 있었던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하는, 윤석열 대통령 측의 지엽말단적 쟁점에 매달리는 변론 전략에 호응하는 침소봉대에 불과하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들었다는 발언이 요원이든, 의원이든, 인원이든 변하는 것은 없다. “아직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는 대목의 존재 등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전체 발언의 맥락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임이 분명한 대목이 거듭 확인되기 때문이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증언 역시 논란이 되는 대목은 자신이 국회 관련 절차를 비롯해 관련 법령에 무지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맥락일 뿐,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지침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이 현장에서 지침의 의미가 뭔지 이해했는지 쟁점은 별개로 하더라도, 그러한 지침이 존재했다면 이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당일 계엄군의 국회 침탈은 질서 유지가 아니라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기 위함이었음이 분명해진다. 그리고 이게 바로 ‘국헌문란’이다.

조선일보 2월 5일 1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일보 2월 5일 1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홈페이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물론 자신에게 제기되거나 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최소화 하기 위한 의도 역시 섞여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군 조직의 명예와 부하들의 추가 피해를 덜기 위한 책임 의식을 갖고 증언하고 있다. 이런 이들의 증언을 난도질하고 왜곡하고 비틀어서 극우 유튜브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윤석열-조선일보-국민의힘' 동맹이야말로 ‘내란 탄핵 무효화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끝까지 진실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반박을 하면서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또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도 기자들에게 “사람에 대해 인원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 “대통령에게 인원을 들었다고 하는 것은 그 말 전체에 대한 신빙성이 붕괴되는 것”이라고 했다.

2월 7일 MBC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2월 7일 MBC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만 해도 탄핵심판에서 수차례나 인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국회에) 약 15명,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들어갔다”, “(국회) 7층 건물 안에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등의 표현에서다. 지난달 23일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특전사 요원 배치에 대해 물으며 “본관 건물 안으로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갔습니까”라고 했다. 윤갑근 변호사의 표현과 달리 사람에 대해 인원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는 종종 있다. ‘수사팀 인원’, ‘체포된 인원’, ‘파출소 팀당 인원’, ‘집회 인원’, ‘가용 인원’, ‘전담 인원’ 등등….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윤갑근 변호사가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 전략은 사회적 소음만 양산할 뿐 법률적 판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냉정하게 말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을 확률은 매우 낮다.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는 전략으로 얻을 게 뭔가? 소탐대실하지 말고 이제라도 겸허한 자세로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지만, 너무나 한심하고 참담해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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