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는 국민의 중도층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국민의힘이 집권 연장을 노린다면 이재명·헌법재판소 때리기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보수의 위치로 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조국 때리기'에만 열중하다 참패한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 40%, 국민의힘 34%,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의 순을 나타냈다. 전주 대비 민주당 지지도는 2%p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5%p 하락했다.(2월 18일~20일 성인 1002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언론은 조기 대선 캐스팅 보트인 중도층에 주목했다.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도는 42%, 국민의힘은 22%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한 주 만에 10%p 하락해 민주당과의 격차가 5%p에서 20%p로 벌어졌다. 중도층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도 상승했다. 일주일 사이 '탄핵 찬성' 응답률은 60%에서 69%로 상승, '탄핵 반대' 응답률은 33%에서 25%로 하락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탄핵 불복 가능성을 남겨두면서 헌법재판소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정이 난 후에 당 공식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당의 공식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점은 계속 지적해 나가겠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의 사법 독점을 해소하는 사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는 성역이 아니다. 헌재도 비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라며 "이대로 헌재가 선고를 내리면 이미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나라가 더 큰 갈등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서는 오동운 처장의 즉각 사퇴와 기관 폐지를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MBC '특집 100분토론-위기의 한국 사회 해법을 묻다'에 출연한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MBC '특집 100분토론-위기의 한국 사회 해법을 묻다'에 출연한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24일 한국일보는 기사 <'중·수·청' 다 밀리는데 느긋한 與... "총선 참패 반복될라">에서 "조기 대선 시 승부의 키를 쥔 '중도층, 수도권, 청년(중·수·청)'에서 모두 정권교체 지지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엄호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수직적 당정관계의 굴레에 갇혀 '이조 심판'(이재명·조국 심판)을 외치다 참패한 지난해 총선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21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2030세대 여론도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18~29세 응답자 중 정권 교체 지지가 47%로 정권 유지(32%)를 앞질렀다. 30대에서는 정권 교체 지지가 62%로 정권 유지(27%)를 압도했다"며 "여권 일각에서 '청년들이 보수화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내지만 판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닌 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기사 <따로 가는 與 지도부와 대권 잠룡들... 尹 탄핵 심판 엇박자>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시대정신'을 화두로 기자회견을 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에 맞춰 활동을 재개한다며 "'윤석열의 시간이 돼야 한다'는 당 지도부와 '중도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대선 주자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당원 선거인단 50%,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경선 룰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조기 대선 준비에 선을 긋는 터라 논의할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라며 "과거 전례에 비춰 민심과 괴리된 당심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당내 잠룡들 뛰는데 정신 못 차린 국민의힘>에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대해 "이 같은 민심 변화는 강성보수 결집에 고무된 국민의힘이 자만한 결과"라며 "집권여당으로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때리기 말고는 국정 정상화 노력이나 정책능력 면에서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은 2000년대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존립 위기에 처했다가 여야의 견제·균형을 바라는 민심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며 "불법계엄 사태는 차원이 다른 위기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 민심이 또 기회를 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국민일보는 사설 <중도층 민심 이반 자초한 與, 갈등 대신 통합의 정치 나서야>에서 "‘보수 결집’에 골몰하며 극단적 목소리에 노선을 맞춰온 여당을 향해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이 결국 등을 돌린 것"이라며 "중도층 민심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예상됐고, 국민의힘은 그것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국민의힘이 탄핵 국면에 내놓은 메시지는 사실상 '이재명은 안 된다'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 탓에 '이재명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중도층 지지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 됐다"며 "민주화 이후 중도 민심을 얻지 않고 창출된 정권은 없었다. 우리 정치 지형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중도층 등돌리는데 민주당 욕만 하는 국민의힘>에서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대거 이탈하고 탄핵 찬성 의견 또한 더 높아진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며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윤 대통령 주장을 무너뜨리는 증언·진술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했던 일부 중도층이 등돌린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집권 연장을 노린다는 여당이라면 이런 여론의 변화를 심각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과 ‘우클릭’ 행보를 '우측 깜빡이 켜고 핸들은 좌측으로 꺾는다'며 비난하는 데 열 올리고 있다"며 "이 대표의 진정성 여부를 공격한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저절로 합리적 보수의 위치에 놓이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2월 24일 5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일보 2월 24일 5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홈페이지)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5면 기사 <뜨거운 광장… 尹 최종 변론 앞두고, 대전 최대 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서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지난 22일 대전 보라매공원에서 개최한 집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집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탄핵과 내란죄가 시작된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가 정치인 체포 명단으로 바뀐 것은, 자고 일어나니 나무토막이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보다 더 믿기 힘든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수사권 없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 윤석열 대통령 암살 음모론 등을 유포해 온 전한길 강사는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국민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한길 강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의 심리를 거부하고 국민들과 함께 '국민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헌재는 결국 가루가 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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