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기세가 오른 모양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소한의 혁신과 자기성찰보다는 더욱 극우화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

13일 국민의힘은 자체적인 내란 특검법 발의 여부를 논하는 의원총회를 열었다. 언론에 보도된 바를 종합하면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특검법 발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내란 특검법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막는다 쳐도, 재의결 국면에서 이탈표를 방지하려면 최소한의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당이 자체 특검법을 마련했으나 야당이 수용하지 않은 것이므로, 여당도 야당의 특검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로 이탈표를 최소화 하겠다는 게 이 논의를 진행하려는 사람들의 속내다.

특검을 하겠다는 것보다 막겠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는 논의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의원총회는 난장판이 됐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특검 논의 그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 강하게 표출됐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보수궤멸’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고 한다. 특검을 막기 위해 특검 논의를 하자는데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지지자들이 최소한의 논의 자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형적으로 강성 지지자를 따라가는 정치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원내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대식 의원이 그간 이 건에 대하여 상식에 가까운 주장을 해온 김상욱 의원을 겨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이 당이 갈 데까지 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상욱 의원을 향해 대놓고 탈당 압박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면 백보 양보해도 바른말 한 사람을 외면하는 게 마지노선일 것이다. 그걸 넘어 바른말 한 사람을 단지 바른말을 했다는 이유로 조직적으로 괴롭힌다면 이 조직은 희망이 없는 거다. 결국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특검을 어찌할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원내지도부에 판단을 위임했다.

앞서 짚었듯 국민의힘이 이렇듯 극우본색으로 달려가는 것에는 지지자들의 강경한 태도가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여론조사에도 반영되고 있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극우유튜브 등의 역할에 힘입어 정치적으로 활성화 된 강경보수층이 대단히 적극적으로 응답한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내놓고 있는 주장을 보면 하나 같이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의 적법성,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의 정당성 등은 이미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이미 1차적 판단을 끝낸 사안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극우 유튜브 사업가들은 이게 무슨 논란의 대상이 되는 양 여전히 쟁점화를 시도한다. 국민의힘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타고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일부 보수언론도 이를 거들고 있다. 이러니 극우적 강성 지지층은 ‘윤석열은 억울하다’, ‘우리도 할 말이 있다’는 정서 속에서 적극적인 응답 태도를 갖게 되고 이게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거다. 이게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로 갑자기 떠오르고 보수적 응답자 층에서 1등을 하는 비결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거의 모든 주장의 결론을 ‘이게 다 이재명 탓’으로 결론짓고 있다. ‘만물이재명원죄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지경이다. 물론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다 잘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이는 별도로 다룰 문제다. 여기서는 국민의힘의 이러한 전략이 지지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덕분에 현재 국면을 ‘대선 전초전’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 유권자층의 결집은 이런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범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의 경우엔 결집보다는 오히려 이완될 만한 요인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응징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1차적으로 이뤄졌다. 이후 체포, 구속, 탄핵심판 등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이는 윤석열 대통령 측의 상식을 벗어난 대응 탓에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라를 잘 운영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러 논란만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다고 ‘줄탄핵’을 하자고 하기엔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다. 어려운 문제다. 그러니 이쪽의 여론조사 응답은 이완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점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폄훼할 필요는 없지만 이는 결국 ‘해석’이 필요한 수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 짚은 구조적 변수를 제외하고 본다면 국민의힘이 현재 여론조사 수치에 휘둘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쪽으로 끌려가는 게 과연 득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 등 여전히 다수 우위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등 수사 변수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라는 불확실성이 정리되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여론조사 결과는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현재는 극우 지지층에 갇힌 정당으로 왜소화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이게 스스로 망하고 말 일이면 그것도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지지층이 같이 극우화 된다는 점이다. 진영논리는 현실이다. 국민의힘이 극우화되면 그것을 옹호하기 위해 지지층도 같이 극우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 사회 전체가 좀 더 극우화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갈 수밖에 없다. 이미 조금은 그렇게 되었다. 이 역사적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수틀리면 총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불법 계엄 정도는 선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갈 데까지 간 당이라지만, 이런 이유로 여전히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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