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대응 전략은 거의 ‘폭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헌법재판관을 들이받고, 증인에게 호통을 쳐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우며, 그러다가 자주 드러눕는다. 이러한 전략으로 한 차례 변론 기회를 더 얻었지만 그래도 대다수 언론은 이르면 3월 초에는 파면 결정이 내려질 걸로 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측의 이런 전략 때문에 남는 건 극도의 혼란과 분열, 보수의 붕괴뿐일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고 있다.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장한 바를 요약하면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당일 홍장원 전 1차장과 통화를 한 이유는 ‘싹 다 잡아들이라’는 취지가 아니고 국정원을 잘 관리하라는 취지였다. 원래대로면 국정원 1차장과 통화할 일이 없지만, 조태용 국정원장이 미국에 있는 줄 알았기 때문에 통화가 이뤄졌다. 홍장원 당시 1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알겠다고만 답했는데, 술에 취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평소 반주를 즐기므로 잘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홍장원 전 1차장과의 통화 이전에 이뤄졌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안 가셨어요?”라고 물었고, “내일 떠납니다”라고 답하자 “알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 수사기관 진술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또, 조태용 국정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였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홍장원 전 1차장과 그 이후에도 통화해 방첩사를 도우라는 지시를 했다. 즉,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앞뒤가 안 맞는 억지를 동원해 홍장원 전 1차장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엔 조태용 국정원장도 힘을 보탰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홍장원 전 1차장의 메모가 4차례나 업데이트 됐다는 점, 홍장원 전 1차장이 방첩사와 통화를 했다고 증언한 장소가 비슷한 시각에 CCTV에 찍힌 장소와 다르다는 점, 홍장원 전 1차장이 과거 야당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홍장원 전 1차장 증언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홍장원 전 1차장의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반론을 보면, 메모를 반복 정서한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아니고, 방첩사와 통화를 한 장소와 CCTV에 찍힌 장소는 불과 차로 3분 거리여서 애초 방첩사와 통화를 한 시각의 해당 장소의 CCTV 등을 확인하면 될 일이며, 인사 청탁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애초에 사건의 본질과 관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대목을 제외하면 상식에 부합한다. 명단이 몇 번 정서가 됐든 그것은 방첩사 등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과 ‘크로스 체크’가 되는 상황에선 의미 없는 쟁점이다. 인사 청탁 의혹은 과거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로 지목된 박지원 의원도 다른 인사의 의혹을 언급한 것이지 홍장원 전 1차장이 직접 인사 청탁을 했다는 취지 의혹을 제기했던 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지난해 8월 26일 국회 정보위 속기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박지원 : 제가 원장할 때 제가 거절할 수 없는 국정원 고위 간부가 저에게 7번 인사청탁 한 거 알고 계셨어요?
홍장원 : 7번 하셨습니까?
박지원 : 인사 청탁 한 거 알고 계셨냐구요
홍장원 : 인사 청탁을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에게 했던 것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박지원 : 본인이 한 게 아니라 그분이 한 것 알고 계셨냐 이거지요.
맥락을 보면 홍장원 전 1차장이 청탁을 했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청탁을 알고 있었냐고 묻는 내용인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식으로 밑도 끝도 없는 트집을 잡아 놓고 증언을 재검증해봐야 한다고 우기니 변론 기일을 다시 잡아 홍장원 전 1차장 쪽의 말도 들어볼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 측이 장외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주부터 윤석열 대통령 측이 힘을 싣고 있는 쟁점인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측의 주장을 단칼에 잘라버리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을 장외에서 여론전을 통해 지원하는 국민의힘은 심지어 문형배 재판관을 ‘변태적 이중인격자’로 규정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문형배 재판관이 가입돼 있는 인터넷 카페에 음란물이 다수 게시되었는데 탈퇴도 하지 않고 그 게시물에 오히려 댓글을 달며 방관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시물에 달았다는 댓글은 합성 등으로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카페는 문형배 재판관이 관리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지도 않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런 허접한 의혹을 공당이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공식 논평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은 얼기설기 엮여져 극우 유튜브 등에서 이런 스토리로 유통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핵심 논리인 내란죄는 더불어민주당이 철회했다, 헌법재판소는 더불어민주당이 조작한 홍장원 메모만 믿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려고 한다, 헌법재판소장 대행인 문형배 재판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죽고 못사는 사이이며 근무 시간에 일은 안 하고 블로그에 독후감을 올리는 세금 도둑인데 ‘변태적 이중인격자’이기까지 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오히려 내란이다….
조선일보 등은 이런 잡음이나 생산하는 과정을 ‘방어권 보장’이라 부르며 헌법재판소가 공정하지 않다고 하고, 일부 식자들은 ‘국론분열’이니 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절차적으로 최대한 책잡히지 않을 수 있도록 절차적 공정성을 기하라고 하는데, 속편한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 측의 이런 개소리(bullshit)까지 다 받아주고 있는데, 더 이상 어떻게 공정하란 말인가? 신속한 파면이 혼란을 최소화 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자명한 사실을 윤석열 대통령 측 스스로가 매일 매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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