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측 억지 주장을 보면 과연 이래도 되나 싶은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가령 헌법재판소에 대한 거듭된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권한쟁의,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

이전에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2일 권한쟁의심판 첫 변론기일을 통해 변론 절차를 마무리 할 계획이었던 걸로 보인다. 당시 최상목 권한대행 측은 여야의 재판관 추천 공문이 존재하는데도 ‘여야 합의’가 미진하다고 본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다면 ‘여야 합의’란 애초에 무엇인지, 거기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서만 ‘여야 합의’가 미진하다고 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못했다. 계속 같은 답변이 반복되는 가운데 쟁점이 해소되지 않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계속 (답변이) 겉돌고 있기 때문에 변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변론절차를 종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후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최상목 권한대행 측에 ‘당일까지 추천 공문 관련 사실관계를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애초에 변론기일 당일 제대로 답변도 못한 사안이므로 보충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최상목 권한대행 측은 공문 문제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변론 재개를 요구했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1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의결 없이 국회를 대표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새로운 쟁점을 포함한 추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동시에 최상목 권한대행 측은 언론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리더라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권고적 성격이라거나, 강제 규정이 없다거나, 법제처나 법무부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최상목 권한대행 측의 이런 스탠스에 국민의힘은 사실상 힘을 실어주며 장단을 맞췄다. 아니, 오히려 최상목 권한대행이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나 관계 법령을 보면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은 무리다. 헌재법 66조 2항은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67조 1항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 대통령 권한대행이 언론에 법을 무시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서울=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서울=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3일 결정은 최상목 권한대행 측이 뒤늦게 제출한 추가 의견서의 쟁점을 다루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상목 권한대행 측이 새로운 쟁점을 제기한 것이니 만큼 국회 측 입장도 변론 재개를 통해 들어 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헌법재판소는 이날 “최 권한대행이, 헌법소원이 만약 인용됐는데 결정 취지를 따르지 않으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 “헌재 결정에 강제적인 집행력이 없는 것이지, 그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종합하면 헌법재판소의 3일 입장은 최상목 권한대행 측의 변론재개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으니, 결론이 날 경우 따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어찌됐건 국민의힘이 현재 절차를 정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최상목 권한대행 측의 요구가 수용됐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인정하는 기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절차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게 증명됐다며 더 날뛰는 분위기다. 그간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문제 삼으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막으려 했던 의도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3일 국민의힘 지도부의 투톱인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나경원 의원과 함께 구치소의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에게 “당이 하나가 돼 2030 청년들을 비롯해서 국민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만드는 역할을 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본인 방향으로 (당을) 끌고 가려는 거란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지만,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도 제 발이 저리니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당이 분열된다면 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분열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긋기 여부가 1순위일 것이다. 그런데 분열은 안 된다고 한다면, 그게 어떻게 하자는 얘기겠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장단을 맞추는 조선일보 등은 헌법재판소가 큰 문제를 일으켜 나라가 위기에 빠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수차례 이미 지적했듯 그 호들갑이 오히려 나라를 위기에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 진실일 것이다.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이게 뭐하자는 건가? 헌법재판소까지 이런 식으로 흔들면 그 다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평소 체제를 지키기 위해 불순 세력을 엄단하겠다는 자들이, 스스로 체제를 부정하는 불순 세력이라는 걸 고백하는 황당한 장면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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