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자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승복' 선언을 강조했다. 위헌·위법적인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를 헌재가 '윤석열 파면'으로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일간지는 경향신문·한겨레뿐이다. 

보수 논객 조갑제 씨(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계엄·승복 양비론'에 대해 "구차하다"고 촌평했다. 조갑제 씨는 제대로 된 언론의 사설이라면 윤 대통령 파면과 기각 중 한쪽을 선택해 주장하는 게 맞다며 "사설은 결단이지 해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헌재는 오는 4일 오전 11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 12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에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여부가 결정되게 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5가지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과 절차(국무회의 심의) ▲계엄 포고령 ▲계엄군 국회 침입 ▲계엄군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법관·정치인 체포·구금 지시 등이다. 이 중 한 가지만 중대한 위법·위헌 행위로 판단돼도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2일 주요 일간지 사설은 대체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승복 선언'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달 15일 이재명 대표가 승복 선언에 '솔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조선일보는 사설 <尹·李에게 마지막으로 “승복” 선언을 요청한다>에서 "오늘이라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여야 모두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한다는 뜻을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채널A 유튜브에서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지나가듯 승복한다는 말을 한 게 전부"라고 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4일 尹 탄핵 선고, 여야는 정쟁 멈추고 승복 선언하라>에서 이 대표의 승복 발언을 "유튜브에서 지나가는 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승복을 거론한 바 없다. 

중앙일보는 사설 <4월 4일, 분열과 갈등의 끝이어야 한다>에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결정된 다음 날의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3월 10일, 분열과 갈등의 끝이어야 한다’였다. 날짜를 4월 4일로 바꿔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라며 "이틀 뒤의 선고로 지금의 분열과 갈등이 화해와 승복으로 바뀔 수 있기를 대부분의 국민은 바라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은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선고 기일이 잡혀 다행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여야 모두 자기 진영의 승리와 상대의 승복을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尹 탄핵심판 4일 선고… 與野 ‘승복 다짐’만이 지금 할 일>에서 "이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간명하다. 여야 모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다짐부터 해야 한다"며 "여야 모두 ‘승복’을 정치적 수사로만 동원할 뿐 진정한 다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수준의 분열에도 나라가 온전히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승복 약속하고 정쟁 중단을… 차분히 4월 4일 기다리자>에서 "(헌재의 결론이)무엇이든 존중하고 승복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했다. 

지난달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지난달 31일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구호를 외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지난달 31일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구호를 외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사설 <尹 탄핵 심판 4일 선고… 불확실성의 짙은 안개 걷히길>에서 "윤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 정치권은 그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절대적으로 승복해야 한다"며 "승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사실 계엄의 밤 국민 모두는 TV를 통해 국회에 군용 헬기가 투입되고 무장한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봤다. 이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체포 대상자들을 잡아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군 현장 간부들의 증언도 이어졌다"며 "이런 사안들마다 헌재는 엄정한 판단을 내리고 그를 종합해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결정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 <헌재 4일 윤석열 선고, ‘8 대 0’ 파면으로 이 혼란 끝내라>에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정체를 온전히 유지하며 내란을 평화적으로 극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비상계엄에 상시 노출된 3류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해 무정부적 혼돈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지가 이 역사적 선고 결과에 달려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그 계엄의 밤, 눈을 가진 사람은 보았을 것이고, 귀를 가진 사람은 들었을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전 국민이 증인인 부동의 사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으로 보건,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건, 긴급한 현실적 필요성으로 보건 윤석열 파면은 정언명령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헌재는 이 당연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질질 끌어 시민들 속을 태우고 국가적 혼란을 키웠다"며 "그 시간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을 파면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것만이 지연된 정의의 명분을 그나마 세우는 길이요, 주권자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헌재 4일 탄핵 선고, 헌법에 따라 ‘윤석열 파면’하라>에서 "‘12·3 내란’의 위헌·위법성은 너무도 분명하다"며 "헌법과 법률상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 선포, 위헌적 내용의 계엄포고령 1호 발표, 군·경찰을 동원한 국회·선관위 침탈, 주요 인사 불법체포 지시 등 소추 사유 하나하나가 다 대통령을 파면하고도 남을 중대한 헌정 파괴 행위"라고 했다. 

한겨레는 "헌재가 탄핵 인용 아닌 다른 선택을 하리라고는 상식적·논리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직면할 상황은 망국적 재앙"이라며 "군을 동원해 민주적 정치 과정을 짓눌렀던 비상계엄이 면죄부를 받게 된다. (중략)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물론이고 생명까지 위협받는 처참한 나날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조갑제 씨는 조갑제닷컴에 올린 글에서 "승복은 가해자인 윤석열만 하면 된다"며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말라. 야당과 국민은 피해자"라고 했다. 3월 15일자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비판이다. 조 씨는 "구차하게 이재명도 끌어들이지 말라. 이재명이 계엄령 선포했나"라며 "중인환시(衆人環視,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봄) 속에서 벌어진 살인강도 현행범 재판을 하는데 판사가 무죄 석방 판결을 하면서 피살자 가족들에게 '승복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했다. 

조 씨는 1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건 양비론으로 이야기할 게 아니다. 분명하지 않나"라며 "작금의 사태의 유발자, 가해자는 윤 대통령 아닌가. 승복하라는 말은 한 사람한테만 해야지, 이것을 이재명·민주당으로 넓혀버리면 윤 대통령 쪽에서 받는 압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 씨는 "양비론이라는 것은 그래서 허무한 것이다. '너도 잘못했고 당신도 잘못했으니 적당히 하라' 이런 얘기"라면서 "그리고 승복이란 말은 양심의 자유로, 사실상 승복을 강요하면 안 된다.(중략)다만, 윤 대통령의 경우에 승복을 요구하는 이유는 지지자들이 탄핵 인용으로 나왔을 때 폭력적 사태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걸 당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연합뉴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연합뉴스)

조 씨는 지난달 29일 조갑제닷컴에 <중앙일보 사설 유감>이라는 글을 올렸다. 중앙일보의 3월 29일 사설은 <대통령 탄핵 심판, 헌재가 이제 결단할 때다>였다. 조 씨는 "제대로 된 사설이라면 파면과 기각 중 한쪽을 선택해 주장하는 게 맞다. 양비론적 주장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사설은 결단이지 해설이 아니다. 헌재에 대하여 인용이건 기각이건 선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중앙일보도 먼저 어느 쪽인지를 선언해야 맞다"고 했다. 

조 씨는 중앙일보와 대비되는 사설로 한겨레의 사설을 꼽았다. 조 씨는 "(한겨레)사설은 헌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 능력만 갖췄어도 12·3 내란의 위헌성은 넉넉히 판단할 수 있다면서 상식을 갖춘 평범한 시민들도 헌재의 선택이 국가의 운명에 끼칠 중차대한 의미를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며 "좌파신문으로 알려진 한겨레가 헌법수호 의지를 선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최근의 좌우 구도는 뒤바뀐 느낌"이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