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명절도 쇠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비현실적인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변호인단 접견에서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 독재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판단해 이를 알리고자 헌법상 권한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게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고 유혈 사태나 인명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정치인도 체포되지 않았으므로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반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다. 모든 게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포고령 1호가 증명한다. 현행 법령은 비상계엄 선포 시라도 계엄사령부가 국회를 봉쇄하고 정당의 정치 활동을 금지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고령 1호는 그렇게 했다. 아무 근거없이 헌법기관을 불능 상태로 몰아가려 한 것이다. 이것은 정확하게 우리 법률체계가 규정하는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1997년 전두환 노태우 등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이번 사태가 ’폭동’에 해당한다는 사실 역시 뒷받침 한다. “이게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할 게 아니라, “이게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 내란인가”라고 할 문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보석 청구도 검토한다고 한다.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 행사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침대축구’에 열중해보겠다는 것인데, 황당하다. 내란 혐의를 다루는 형사 재판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수사 기록을 문제 삼으며 시간 끌기 작전에 돌입할 거라는 예측도 있다. 직무정지된 상태이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인데, 지도자로서의 품격이나 책임감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도 헌법재판소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31일자 신문 1면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이르면 2월말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헌법재판소가 2월 6일부터 심리를 종일 진행하는 ‘집중 심리’를 하기로 했다는 거다. 이렇게 해야 늦어도 3월에는 심리를 끝마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라고 한다. 잘 알려져 있듯 4월 18일에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다. 두 재판관은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 중 대통령 추천 몫이라 후임을 임명하는 절차와 관련해선 해결이 매우 어려운 논란이 발생한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든 절차를 4월 18일 이후로 지연시켜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무력화 하거나 최소한 정당성을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무리한 공격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최근 국민의힘은 문형배 재판관의 과거 SNS 활동 내역까지 뒤져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SNS에서 2011년 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주고 받은 게 부적절하다거나 블로그에 2010년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후기를 적은 내용이 북침설을 연상케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14~15년 전 일인데다 별 문제가 안 될 수준이거나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내용들로 그야말로 생트집이다.

국민의힘은 이미선 재판관의 경우엔 동생인 이상희 변호사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걸 문제삼고 있다. 형제자매가 헌법재판관이 되면 모든 가족이 그 이전에 하던 사회적 활동을 다 그만둬야 하나?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정계선 재판관 배우자 문제의 경우 이미 인사청문회 때부터 거론하던 문제를 다시 재탕하고 있다.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가 일하는 공익재단의 이사장이 국회 측 대리인인 김이수 변호사라는 건데, 정계선 재판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제 남편 충암고 나왔습니다”라고 우회적 반박을 내놓은 일이 있다.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에 속한 원외 당협위원장 80명이 설 당일인 29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편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편지에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에 속한 원외 당협위원장 80명이 설 당일인 29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편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편지에 "구치소에 계시니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온 당원 시민들과 인사와 덕담을 나눌 수도 없고 참으로 안타깝고 애통하다"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밝은 미래를 위해 대통령님과 한마음으로 언제나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적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런 식으로 윤석열 대통령 측의 부적절한 전략에 발을 맞추는 것은 자신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탄핵은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러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할 텐데 이런 식으로 일관해서 확장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것뿐이라면 ‘자업자득’ 이라고 평가하고 말면 될 일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해악이 있다는 게 문제다. 윤석열-국민의힘-극우 유튜브로 이어지는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한 선동의 고리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다. 책임져야 할 문제는 커지고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라 극우 지지층 사이에서도 균열이 일어나는 판이라는 데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국민의힘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단지 극우 지지층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창출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나?

더 큰 망신을 당하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윤석열식 비상식과는 선을 긋고 상식적인 정치로 돌아가는 것만이 그나마 사는 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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