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은 데 이어 '재판관 3인이 탄핵심판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 보류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의힘의 정치적 편향성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도·보수언론에서 '국가적 자폭 행위' '점입가경' 등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이 헌재의 삼권분립·다양성 구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탄핵심판 불복 여론전에 사법부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술 취한 판사'에 비유하는 칼럼을 실었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 등 3명에 대해 탄핵심판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는 ▲문형배 대행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SNS 교류를 한 사이다 ▲이미선 재판관 친동생은 '민변 윤석열 퇴진특위' 부위원장이다 ▲정계선 재판관 배우자는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근무한다 등의 문제를 제기해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헌법재판관 8명 중 3명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과 1년여 전 '우리법연구회 판사가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치켜세웠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판사는 지난 2019년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사건 1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023년 9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서 "저도 문재인 정부 때 부당 기소에 의해 재판을 받은 사람"이라며 "1심 재판장이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더라. 그런데 정확하게 판단을 하더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결사반대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재에 마은혁 재판관 불임명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민의힘은 마은혁 후보자가 판사로 임용되기 전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선전활동을 주도했고, 2009년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해 국회 점거 농성을 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 편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은혁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민노련 활동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활동이었고, 민주노동당 당직자들만 기소된 것은 차별적 기소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헌재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결론내려도 최상목 대행이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법 제67조는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법 제66조는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3일 한국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여당의 '헌재 갈라치기'는 국가적 자폭 행위다>에서 "헌법에는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에 각각 3인의 재판관을 임명·지명·선출할 수 있는 권한이 명시돼 있다. 헌재 구성 과정에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해 중립성과 독립성,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재판관 편가르기를 통해 헌재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명약관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이 헌재 마비, 헌재 결정 불복을 의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3인의 재판관이 심리를 회피한다면, 현재 '8인 체제'인 헌재에서 탄핵심판에 참여할 수 있는 재판관은 5명뿐이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인용 결정엔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최상목 대행에게 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보류 권한쟁의심판이 헌재에서 인용되더라도 임명 거부를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라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는 것은 향후 헌재 결정 불복까지 염두에 둔 여론전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기 위해 공정한 심판자인 재판관의 양심과 양식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분별력을 잃은 처사"라며 "개인의 안위와 보수 결집을 위해 '심리적 내란 상태'라는 진영 갈등에 사법부를 끌어들여 정쟁화를 도모하는 건 그 심대한 악영향에 비춰 국가적 자폭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썼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여권의 과도한 헌법재판관 흔들기 우려스럽다>에서 "점입가경"이라고 촌평했다. 세계일보는 "사법부에서 특정 성향의 사조직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정치권이 사법부를 공격하는 건 삼권분립 훼손이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지금 중요한 것은 헌재가 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반했느냐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헌재의 탄핵심리에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다. 여권은 헌재에 대한 지나친 공격을 중단하고, 헌재도 재판관 불신을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1일 사설 <與 헌법재판관 공격, 도를 넘었다>에서 "진보 성향 재판관 3명을 심판에서 배제하자는 것은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논리라면 윤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여당이 추천한 재판관도 제척·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참여해야 하는 탄핵 심판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헌재에는 보수-중도-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늘 혼재돼 있었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반했느냐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재판관들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을 쏟아내는 것은 탄핵 심판 보이콧이나 불복까지 염두에 둔 여론전으로 비칠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30일 사설 <헌재 향한 국민의힘 정치공세, 도 넘었다>에서 "재판관의 성향이나 임명 배경을 들어 그가 어떤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다만 그 비판도 헌법 질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 비판의 의도가 서울서부지법 난동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부추기는 데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국민의힘의 도를 넘어선 ‘헌재 때리기’는 윤석열의 내란과 선을 긋지 않고 점점 극우화되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3일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한겨레 칼럼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에서 "사법농단 사태를 정치투쟁으로 애써 호도하는 과정에서 금도로 여겨졌던 판사 흔들기가 예사로 진행되었는데, 바로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정치판사로 둔갑시키는 일"이라며 "낙인찍기가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전격적으로 실행되면서 이에 신뢰가 부여되었다. 판사 낙인찍기가 최근의 서울 서부지방법원 테러를 발생시켰고, 헌법재판관 흔들기에 악용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사법농단을 정치투쟁으로 변질시킨 이들은 결과적으로 사법독립과 법치주의를 흔든 셈"이라고 했다.
류영재 판사는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다투는 대신 여론전을 펼치며 헌법재판관과 판사들을 낙인찍고 재판을 부정하는 행태 앞에서 법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걱정하게 된다"며 "국내법은 공권력에 의한 실질적 집행력이 담보되기는 하지만 결국 헌법과 법률이 살아 있는 법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헌법과 법률에 대한 믿음과 이를 지켜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현재 그 믿음과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다.

반면 3일 조선일보는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치를 실현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칼럼을 실었다. 송재윤 교수는 "에스엔에스(SNS)에 정치 편향의 잡글을 올리거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주식 투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헌재를 점령한 현실은 디킨스 소설에나 등장하는 취한 판사의 재판정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며 "알량한 편견에 휩싸여 자기 부족에 충성하는 자들은 헌법을 수호할 자격이 없음에도 헌재의 결정을 뒤집을 방도는 없다"고 썼다.
송재윤 교수는 "광장 여론에 압도된 8년 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과연 제대로 된 법치주의의 발로였을까?"라며 "그 점에서 오히려 양분된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상황이야말로 헌재의 재판관들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기사 <헌재, 마은혁 임명 땐 진보 우위로 완전히 기울어져>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9인 체제를 완성해 탄핵 심판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조직 논리에 빠져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서두르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 한 법조인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마은혁 후보자 문제 역시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이려 임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라는 여권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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