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봉쇄·의원 체포 지시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진술이 조지호 경찰청장의 입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전후로 반복해서 전화를 걸어와 국회의원 체포를 닦달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도 국회 봉쇄를 풀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 행위의 고의성과 목적성을 확인하는 진술이다.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는 '아무 일 없었다' '호수 위 달 그림자' 등 윤 대통령의 궤변을 거론하며 "말이 되나"라고 직격했다. 동아일보는 "절차 시비로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며 헌법재판소 흔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 지자자들이 여권의 헌재 흔들기 속에서 헌법재판관 자택을 찾아 협박성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은 조지호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조지호 청장은 검찰에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3분까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6차례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시점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시 1분경이다. 조지호 청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에 들어가는 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조지호 청장의 조서 내용이 헌재에서 공개되자 윤 대통령 측은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조서를 증거로 쓰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위배된다며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항의했다. 헌재가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자 윤 대통령 측은 심판정을 나가버렸다. 헌재는 지난 4차 변론에서 형사재판과 헌재 탄핵심판의 차이를 설명하며 수사기관의 조서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오는 20일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조지호 청장은 10차 변론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헌재는 조지호 청장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10차 변론을 끝으로 증인신문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 변론기일 이후 선고까지 걸리는 기간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전례에 비춰볼 때 11일~14일이다. 이르면 3월 초 윤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동아일보는 <조지호 “尹, 6차례 전화해 국회의원 체포 닦달”>, <“尹, 국회 계엄해제에도 봉쇄 풀라는 지시 안해” 조지호 檢진술> 등 2건의 기사를 [단독] 보도하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조지호 청장으로부터 확보한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지호 청장은 "계엄 전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6통의 전화 모두 결론적으로 국회의원 체포를 닦달하는 내용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 조지호 청장은 6통 중 2통의 전화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 걸려왔다며 "국회는 (계엄)해제 의결을 했으니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한다는 선포를 해야 될 것 아닌가. 그게 없어 (현장에)봉쇄 해제를 지시 안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조지호 청장은 국회 봉쇄 경위에 대해 "현장에서 지휘하던 경찰관들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됐으니)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의견을 올렸고 '그럼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 인력을 철수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 현장 경찰관들의 건의로 경찰 인력을 철수시켰다는 얘기다.
앞서 조지호 청장의 하급자인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정반대의 진술을 했다. 지난 13일 김봉식 전 청장은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나 국회 봉쇄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직접 통화한 몇 안 되는 인물인 만큼 조 청장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당시 전화를 받았다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조지호 청장은 모두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홍장원 전 차장은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인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수방사령관(이진우)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지시를 받았다"며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알기 때문에 일절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조지호 “尹, 의원 체포 6번 닦달”… “호수 위 달그림자”가 말이 되나>에서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는지는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으려 했다면 계엄의 위헌성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라며 조지호 청장, 곽종근 전 사령관, 조성현 단장 등의 증언을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아무 일도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 '호수 위에 달 그림자'라는 식의 억지스럽고 모호한 주장을 늘어놓거나, 절차적 측면만 부각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헌재의 조지호 청장 조서 증거채택에 반발하는 윤 대통령측을 향해 "헌재가 평의를 거쳐 이미 지난달에 결정한 사안이다.(중략)그럼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 헌재의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당도 '헌재 흔들기'에 가세하며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절차 시비로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계엄 때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 "헌재가 국정 마비의 공범"이라는 국회의원 30명의 발언 등을 국민의힘 '헌재 흔들기'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19일 경향신문은 사설 <체포지시 6번 받았다는 조지호, 윤석열 파면 증거 쌓인다>에서 조지호 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과의 통화에서 정치인 체포 명단을 들은 인물이기도 하다며 "조지호 청장 진술은 일관성이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의 증언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여인형 전 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가 실패로 돌아간 뒤 부하들에게 '방첩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병확보를 위한 명단 작성'이라고 말했다는 진술과 증거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조지호 청장 조서 내용 일부가 공개되자 헌재 심판정을 나가버린 윤 대통령 측에 대해 "거짓말이 들통나고 반박이 불가능하니 아예 판을 깨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세력이 궤변을 늘어놓고 진실을 왜곡해도 시민과 헌법재판관을 속일 수는 없다"며 "헌재는 엄정·신속한 심판 진행으로 하루라도 빨리 내란 수괴를 파면해 헌법과 법치주의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19일 세계일보와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헌법재판관에 대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협박성 시위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자택 앞으로 몰려가 집회를 열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다른 헌법재판관의 집도 찾아내 시위를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세계일보는 사설 <尹 지지자들 헌재소장 집 찾아가 겁박, 법치 파괴다>에서 "헌법재판관의 사적 영역까지 침범해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건 문명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이 헌재에 대한 과도한 흔들기를 이어가는 건 위험한 일이다.(중략)제도권 정당과 의원들의 헌재에 대한 공격은 자칫 극단 세력들의 헌재에 대한 반감과 위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삼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 인신공격, 경찰 수사 나서라>에서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라온 주장이 극우 유튜브와 언론 매체를 통해 사실 확인 없이 확산되고, 국민의힘이 공식적인 의제로 밀어 올리면 다시 게시판과 유튜브, 언론 매체 및 집회에서 소비되는 되먹임 현상이 반복된다"며 "최초의 가짜뉴스 생산자부터 허구의 사실을 덧붙인 이들에 이르기까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들이 문 대행을 비롯한 헌재 재판관들을 흔드는 이유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불복 운동을 벌이기 위한 사전 포석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인 셈"이라며 "헌법 수호의 마지막 보루인 헌재를 흔드는 것은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반국가적인 행위다. 눈앞의 정략만 따지는 것이 공당의 역할인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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