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신체제 조선일보에서 강제 해직된 지 50년을 맞은 언론인들이 조선일보를 '극우 언론'으로 규정했다.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는 조선일보가 일제, 독재에 부역한 데 이어 내란에 부역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조선투위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결성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성명 <내란을 비호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를 발표했다. 조선투위는 조선일보 창간 55주년 기념식 다음 날인 1975년 3월 6일 결성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유신체제 옹호 보도를 비판한 백기범·신홍범 기자를 해임하고, 자유언론실천운동에 나선 기자들을 무더기 파면·정직 조치했다. 해직된 조선일보 기자 31명은 조선투위를 결성해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이어왔다. 조선일보는 아직까지 해직 기자들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조선투위는 "50년 동안 독재 권력에 빼앗긴 언론을 되찾고 그 언론을 바르게 세우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의 언론은 과연 달라졌는가"라며 "윤석열의 내란 사태를 다루는 주요 언론의 태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서 또다시 분노한다"고 했다.
조선투위는 조선일보를 향해 "언론을 한다는 신문사가 어떻게 내란을 비호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조선투위는 "법원도 대법원 행정처장도 적법하다 밝힌 공수처의 체포영장에 대해 계속 시비를 걸더니 수사를 거부하는 윤석열을 조사하려고 강제 구인하려는 공수처를 '막무가내 공수처'라고 비난했다"며 "최근에는 '정치권의 개입과 군사령관의 진술'로 내란이라는 프레임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를 계속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투위는 "윤석열의 내란은 나라를 50년 전의 끔찍한 독재 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이었다"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인데도 조선일보는 본질적인 문제는 깔아뭉갠 채 온갖 시빗거리를 동원하여 윤석열의 내란 사태를 '내란이 아닌 것'으로 만들고 있다. 윤석열과 그 측근들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쓰는 무책임한 보도로 윤석열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투위는 "조선일보는 방대한 지면을 동원해 노골적인 편파·정파적 보도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헌정 질서를 무너뜨려 나라를 파탄내고 있는 그의 반역 행위마저 비호하고 있다"며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에 부역하고, 독재 시대에는 독재에 부역하더니, 이제는 내란에 부역하고 있다. 일찍이 사라졌어야 할 신문"이라고 했다.
조선투위는 "조선일보는 '보수 언론'이 아니라 '극우 언론'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부정하는 언론, 내란을 비호하는 언론이 어떻게 '보수 언론'일 수 있는가"라며 "오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 세력의 광기도 언론과 관련되어 있다. 극우 언론이 군사독재 시대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비판 세력을 좌파, 빨갱이, 종북 친북 세력으로 모함하는 극우적 사고와 이데올로기를 지속적으로 퍼뜨리면서 증오를 조장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투위는 "우리는 과거의 악한 시대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검찰과 언론이 독재 정권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라는 것을 뼈아프게 체험했으면서도 그것을 청산하지 못했다"며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들 가운데 특히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했다. 프랑스인들은 나치 시대를 청산한 후 '카인의 죄는 아벨에서 끝나지만 지식인의 죄는 무한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은 "조선과 동아가 일제 식민통치와 함께 시작해 오늘까지도 이 광화문 거리에 대한민국 정부보다도 더 깊이 뿌리내려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저희가 올바른 언론을 해보고자 노력했지만 그들의 뿌리를 아직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부영 위원장은 "이제 언론자유 운동을 지원했던 민의가 많이 성장했다. 조선·동아의 뿌리를 뽑아버릴 시기가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50년이 지나면 우리들이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앞에 가서 어정거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퇴장이 정신적으로나 언론사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여의도와 광화문에 찬연하게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그 젊음들에게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권영길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은 "윤석열 탄핵 반대 세력들의 한복판에 조선일보가 서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조선투위 투쟁 50주년을 맞고 있다. 50년 전 자유언론을 외친 기자들을 내쫓은 조선일보가 반성하기는 커녕 극우 집단 세력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으니 조선투위 위원들의 가슴이 얼마나 무겁고 착잡하겠나"라며 "조선일보는 박정희, 전두환, 오늘에 이르기까지 군사 독재정권, 반평화집단, 반평등 집단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했다.
권영길 위원장은 "하지만 여러분이 원상회복되지 않았다고 해서 여러분들의 투쟁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투쟁인가. 절대로 아니다"라며 "조선투위의 투쟁은 한국 사회를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민주화를 이루는 한 걸음 한 걸음의 투쟁이었다. 오늘날 윤석열 반동 집단이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우리는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조선투위 결성을 함께한 함세웅 신부는 "50년 전 조선투위 기자들의 결단을 갖고, 다시 저희 모두 힘을 모아 후배 기자들과 함께 언론의 정화를 위해 자기 몸을 자르는 고통을 감수하는 그러한 결단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오늘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침 기도 올렸다"며 "조선투위 기자들, 또 선종하신 기자들, 앞서 가신 민주 열사들을 마음에 품고 조선투위의 정신이 한국 언론의 정신, 역사의 기초가 되길 바라면서 함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부정선거 음모론에 올라탄 조선일보 '사전투표 폐지' 선동
- 동아일보가 '윤권위원회' 직격할 때 조선일보는
- 대놓고 헌재 흔드는 최상목-국민의힘-조선일보
- 조선일보, '윤석열 복귀' 고대? "민주당도 승복해야"
- 윤석열 최후진술에 ‘개헌’ 언급 기대하는 보수의 계산
- 윤석열 측 "중대 결심", 조선일보가 말한 '하야'인가
- 조선일보 헌재 흔들기의 끝은 '윤석열 하야' 카드
- "'내란 옹호 무비판보다 나쁜 건, '팩트' 취사선택"
- 윤석열과 조선일보가 이끄는 극우-내란 동맹
- 윤석열과 조선일보의 내란 탄핵 '무효화' 동맹
- '이진숙·최상목' 고리로 헌재 흔드는 조선일보
- 조선일보, 대법 추천 내란특검법에 '선거용·위헌' 생떼
- 조선일보, 또 '부정선거' 광고 게재…사설에선 "음모론" 비판
- 양문석 "문체부, '내란선동' 조선일보 신문 등록 취소 검토하라"
- 조선일보, 헌재가 인정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에 '내란' 딱지
- 동아투위 결성 50년 "자유언론실천 응원·격려하겠다"
- '헌재 이념 편향' 조선일보, 한덕수 기각은 뭐라고 할까
- "언론 역할 무력화되면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죽을 것"
- '결성 50주년' 동아투위, 서재필언론문화상 수상
- MBC, 동아투위 안종필 언론상 본상 수상
- 동아투위, '자유언론의 날' 제정 청원..."자유언론실천 다짐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