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열심히 싸웠지만, 조선일보는 패색이 짙다고 보는 모양이다. 조선일보 11일자 3면에 <이르면 다음주 尹 탄핵심판 종결… 이대로면 ‘2말 3초’ 선고>라고 썼다. 1면의 <졸속 헌재> 기사와 호응하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가 “여러 절차적 흠결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3월 중 선고를 목표로 재판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는 게 조선일보의 분석이다.
조선일보가 ‘절차적 흠결과 논란’으로 지적하는 것들은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 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은 검찰 조서나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일부 진술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은 증인의 발언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쟁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헌법재판은 형사재판과 다르다”, “증거의 신빙성 문제는 재판 사항이라 재판부에서 판단할 때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다. 해석하자면 이런 얘기로 보인다. 형사재판의 결론은 피의자에 대한 형벌을 규정한다. 반면 탄핵심판은 본질적으로 징계재판이고, 목적은 헌정수호이다. 파면이 곧바로 인신구속 등의 기본권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고, 특히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헌정수호의 목적 달성 필요성이 훨씬 더 크다.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본질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말 그대로 ‘준용’하는 것뿐이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어떻게 될까? 4월 18일 이후까지 절차가 늘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문형배, 이미선 두 재판관의 임기가 지나 공석이 발생한다. 마찬가지의 ‘침대 축구’를 요구하는 쟁점인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이 지연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3인의 재판관 자리가 공석인 상태가 되는 거다.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은 불가능하다. 현행 법률은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하게 돼있다.
더군다나 문형배, 이미선 두 재판관은 대통령 추천 몫이다. 이 자리가 공석이 되면 지금 상황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잘 알려졌다시피 권한 행사에 제약이 따른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 탄핵심판이 공전하는 상태로 직무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인가?
이는 헌정유린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고자 노력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결론을 서두르는 게 아니라 헌정수호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일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요원, 의원, 인원’ 논란과 같은 괴이한 쟁점을 만들어 내며 절차에 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측의 악의적 대응을 차단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선 헌법재판소의 의무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이다. 무엇보다도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규범적 정당성이 갖춰지려면 9인 체제에서 결론이 나는 게 바람직한데, 최상목 권한대행은 근거도 없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미루고 있다. 이런 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헌정유린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탄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러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혼란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최소한,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의 결론이 나면 이에 승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날 3면에 <崔대행, 여당 요구와 반대로 가나>란 기사를 싣고 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리면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기울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법제처 등의 법률 검토를 거친다는 명목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헌재 결정에 정면 배치되는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이 사실을 전하면서 “한편 최 대행은 헌재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결정을 먼저 내리라고 촉구해야 한다는 정부 일각과 여권의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서술은 사실상 최상목 권한대행 입장에서는 여당의 요구에 코드를 맞추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걸로 보인다.
최근 여당은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조력 등에 규모가 커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등에 고무돼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옥중의 윤석열 대통령과 완전히 일체화 돼, 내란정당이라고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다. 조선일보는 앞서의 지면 배치로 여당의 이런 태도를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추동하고 있다. ‘윤석열-국민의힘-조선일보-일부 보수 개신교계’가 극우-내란 동맹이 된 것이다.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하에서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무관용의 시민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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