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기각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물론 여당과 보수언론의 억지 주장을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하다. 아니, 사실은 궁금하지 않다. 다들 모른 척 하고 이제 다른 버전의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2차례 모두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됐고, 이 중 2번째 영장이 집행된 상태다. 따라서 적부심은 상식적으로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측은 굳이 이걸 서울중앙지법에다 청구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공수처법상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할 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은 ‘법원 쇼핑’이어서 불법이라는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측 청구를 기각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공수처법 31조를 보면 공수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사건의 1심 재판을 서울중앙지법 관할로 하게 되어 있으나, “범죄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처검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도 되어 있다. 형사소송법의 기준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관할 법원은 서울서부지법이다. 그마저도 이는 ‘공소를 제기하는 사건의 1심 재판’에 관한 조항이다. 영장 청구에 관한 조항이 아니다. 따라서 영장 청구에서의 관할은 형사소송법을 따르면 된다. 이에 따르면 역시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하는 건 문제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뻔한 결론이 예상되는 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한 것은 자신들만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여론전을 더 해보자는 의도 말고는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발부될 리 없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서울서부지법의 판사들이 집단적 이념 편향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면 망상인 거고,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하는 행위를 통해 서울서부지법을 공산당으로 믿는 사람들을 결집시키자’는 의도였다면 여론전인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는 행위다.
일부 언론이 이 비정상적인 광란을 꾸준히 옹호해온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선두에 선 것은 조선일보였다. 가령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사설에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이 관할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유독 이번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며 “공수처와 판사가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썼다. 이들은 이런 주장이 담긴 기사, 칼럼, 사설을 지면에 꾸준히 게재했다.
사설로만 봐도 지난 16일 사설에 “애초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수사에 나선 것부터 문제였다. 공수처는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청구해 ‘판사 쇼핑’ 의혹을 일으켰다. 그 판사는 제 맘대로 체포 영장에 압수·수색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고 썼고, 7일에는 “공수처가 서울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영장 판사와 미리 짰다는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 판사는 제 맘대로 ‘군사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윤 대통령 체포 시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판사가 무슨 권한으로 법 적용을 막나. 계엄과 같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썼다. 이런 주장의 대부분은 이미 사법부와 법조계 다수 의견에 의해 반박당하거나 무력화됐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여당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이런 식의 우기기를 반복했다.
앞서 본 것처럼 이제 윤석열 대통령 측이 꿀단지라도 숨겨놓은 듯 굴었던 서울중앙지법이 체포영장의 발부와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 말도 안되는 주장의 퍼레이드는 더 이어질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사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런 사정이 반영된 지면을 꾸미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체포적부심 기각 사실만 전할 뿐 그 의미와 맥락에 대해선 외면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17일 1면 톱기사는 ‘탄핵 체포 했지만 … 야 독주에 민심 뒤집혔다’는 제목이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무엇을 뜻할까? 상대방을 손가락질하며 무슨 뉴스가 새로 전해질 때마다 억지 주장을 끼워맞춰 ‘이재명을 위한 조기 대선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서로 보조를 맞춰 대선을 위한 조기 대응에 들어간 것은 여당과 보수언론이라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가 대단한 일인 양 하며 1면에 전한 여론조사 결과(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지난 13~15일 전국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 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 응답률 19.6%,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는 오히려 다각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는 소재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는데,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보수 대권주자 1위, 전체 2위를 차지한 것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김문수 장관은 무려 13%의 지지를 얻었는데, 최근 여론조사에 누가 주로 응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걸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치어리딩’의 소재로 쓰는 것은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노선으로 계속 가면서 ‘이재명 정권만은 막자’는 메시지에 ‘다 걸기’ 하겠다는 거면 결국 극우보수의 당으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자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식의 보도는 저널리즘의 길이 아니다. 쇠 귀에 경 읽기 같은 얘기겠지만, 신문부터 똑바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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