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헌법재판관들이 이념 편향적이라고 주장한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의 반응이 궁금한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국무총리 등 9건의 탄핵심판을 기각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재판관 이념 편향 공격에 나설 것인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은 우리법연구회·국제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을 '좌파' '정치 결사체'로 낙인찍었다. 조선일보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이 기각되자 "사법적 균형 감각 작동이 느껴진다"며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기대했다.

25일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은 칼럼 <헌재 이념 사냥한 이들에게>에서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재판관 의견이 기각 5, 인용 1, 각하 2로 갈린 데 대해 "위헌이어도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각 판단은 우리 공화정이 작동한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재판관들이 공격과 겁박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때 당사자와 지지자들이 승복함으로써 민주주의 회복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는 윤 대통령 ▲서울서부지법 침탈을 감싼 국민의힘 정치인들 ▲우리법연구회·국제법연구회 출신이 헌재 8명 중 3명을 차지해 편향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쓴 보수신문 ▲연구회를 자진 해산하라고 쓴 보수신문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김 실장은 "한 총리 탄핵심판을 비롯해 9건의 탄핵심판이 줄줄이 기각된 것도 연구회 출신 3명이 함께 내린 결정인데 여기엔 이의가 없나?"라며 "이번엔 맞는 결정이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그것은 편향적인가?"라고 물었다.
김 실장은 "애초에 이들 연구회가 편향적이라는 예단이 어디서 왔나. 바로 이 신문과 정치인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서 만들어 낸 편견 아니었던가"라며 "판결 해설에 흔히 판사의 이력을 끌어오고, 공부 모임을 '좌파 성향'이라 일컫고, 주요 보직 인사나 이슈가 된 판결 때마다 연구회를 언급해 낙인찍기에 성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12·3 계엄 이후 한국 사회는 이전과 다르다. 대통령 탄핵 결과에 불복할 것을 걱정하는 이들이 대다수일 만큼 국민 분열과 사법부 불신이 깊어졌다"며 "탄핵 이후 우리가 만날 세상은 분명 더 분열적이고 위태롭다.(중략)그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법치를 존중하고 제도를 신뢰하는 것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또한 성향과 가치가 다른 이들을 갈라 치고 공격하기보다 마음을 열고 용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이 언급한 보수신문은 조선일보다. 지난 22일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칼럼 <마은혁 문제>에서 "계엄 이후 펼쳐진 탄핵 정국은 공수처·법원·선관위 같은 국가 기관이 좌파 카르텔에 포획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폭발시켰다. 그중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심각했다"며 "헌재 재판관 8명 중 3명이 이념적으로 치우쳤다고 지적받는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었다. 전체 판사의 5%도 안 되는 특정 집단이 헌재의 40%를 차지했으니 정상이 아니었다"고 썼다.
박 논설실장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박 논설실장은 28년 간 판사의 길을 걸은 마 후보자에 대해 "특별히 문제된 일은 없다"면서도 과거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활동했던 점을 문제 삼았다. 마 후보자가 운동권 시절의 사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박 논설실장은 "사상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어떤 사람을 향해 내심을 밝히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헌법 기관의 문제라면 얘기가 다르다"고 했다.

지난 2월 7일 조선일보 황대진 사회부장은 칼럼 <국제인권법연구회 자진 해산 어떤가>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는)연구 단체라지만 법원 내 ‘정치 결사체’로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창립 멤버 31명 중 10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한동안 잊혔던 우리법·인권법이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탄핵심판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썼다.
황 부장은 "윤 대통령을 체포한 공수처 오동운 처장은 인권법 출신이다. 공수처에 체포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부장판사는 우리법 출신"이라며 "탄핵심판을 맡은 헌재는 문형배 권한대행이 우리법 회장이었고, 이미선 재판관은 인권법 출신이다. 정계선 재판관은 우리법과 인권법 모두에서 활동했다"고 말했다. 황 부장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현재 조선일보는 헌재의 '사법적 균형 감각'을 치켜 세우고 있다. 헌재가 한 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하자 나온 반응으로,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탄핵 기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25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전 주필)는 칼럼 <숫자 많다고 이기는 것 아니다>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비상계엄’이라는 단추를 누르고도 탄핵 반대라는 2030과 보수층의 우군(友軍)을 얻은 것은 윤 대통령이 지적한 국가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적 동의 때문만은 아니며, 거대 야당을 잘못 만들어준 국민적 보상감 때문이라고 보고 싶다"며 "이런 인식 변화는 헌법재판소에도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헌재도 무조건 도장 찍는 장소가 아닌 곳으로 변모했다. (중략)이것은 어제 한 총리 탄핵 기각으로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며 "헌재에서도 좌파-야당 일변도로 이끌려 갈 수 없다는 일종의 사법적 균형 감각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사법(courts)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마지막 중요한 방어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고 무책임하다. 진정한 저항은 의회에서, 행정부 일선 현장에서 그리고 거리(streets)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인용했다. 트럼프 대통령 체제의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김 칼럼니스트는 "우리나라는 지금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어벽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는 달리 어쩌면 그것이 사법(헌재)에서도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탄핵 반대 집회의 목소리가 헌재에 반영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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