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경향신문이 헌법재판소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 위헌 여부 결정 선고 기일 연장과 관련해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이 말도 안 되는 갖은 이유로 헌재를 흔들어 대니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뜻”이라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를 향해 즉각 헌재 결정 수호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헌재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3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이 마 후보자만 임명하지 않는다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연기했다. 지난달 변론을 종결한 헌재는 선고 당일 최 대행 측의 변론 재개 요청을 수용했다. 앞서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브리핑을 열고 “권한쟁의심판이나 헌법소원이 인용됐는데도 그 결정의 취지를 따르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며 “헌재 결정에 강제적 집행력이 없다는 것이지, 그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헌재 “결정 안 따르면 위헌”, 마은혁 임명 뭉개온 최상목 경고다>에서 “최 대행 측이 헌재 결정에 시비를 걸 조그마한 핑곗거리도 남기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대통령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이 말도 안 되는 갖은 이유로 헌재를 공격하고 흔들어대며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할 명분을 쌓고 있으니, 그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뜻도 담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헌재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헌재의 입장을 거론하며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하더라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버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헌재가 그건 위헌·위법이라고 공식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헌재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최 대행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헌재 입장은 지극히 당연하다”면서 “‘헌법 수호’는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다. 우리 사법시스템에서 헌법의 최종 해석권은 헌재에 있는 만큼 헌재 결정을 따르는 것은 합헌이요, 따르지 않는 것은 위헌이고,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위헌적 행위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국정 최고 책임자조차 따르지 않는다면 누가 헌재 결정을 따르겠나. 그야말로 국헌 문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나라가 ‘12·3 내란의 강’을 건너고 있는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 최 대행이 할 일은 여당 눈치나 살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의 중심을 잡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최 대행이 윤석열 체포·수색 영장 집행 건, 내란특검 도입 건, 마 후보자 임명 건 등에서 보인 모습은 그와 정반대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헌재 결정마저 거부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국가적 혼란과 사법시스템 붕괴의 책임을 최 대행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최 대행은 변론 재개 후 이뤄질 헌재 결정을 즉각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제라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인 지난 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인 지난 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사설 <헌재는 ‘졸속 논란’ 해소를, 최 대행은 헌재 결정 존중을>에서 “헌법재판소법은 권한쟁의 심판이나 헌법소원 인용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명시한다. 또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 청구를 인용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도록 규정한다”며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헌법재판관 편향성 주장을 펼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측을 향해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뭐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재판관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윤 대통령이나 여당이 뽑은 재판관도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지키면서 보수 성향의 재판관도, 진보 성향의 재판관도 공존하는 게 우리 헌법의 정신”이라며 “헌재에 대한 과도한 흔들기는 헌법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해 국가적 위기 극복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헌재도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와 내용에서 흠결 없이 공정한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헌재는 절차적 정당성 충실하고, 與는 헌재 흔들지 말길>에서 “헌재는 이제라도 절차적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시일이 걸리더라도 쌍방이 제기하는 사실확인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 “그와 동시에 헌재를 흔드는 일도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특히 여권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나 일부 재판관들의 과거 글이나 인연을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트집 잡기”라며 “헌재 구성이 다양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게 헌법정신이고 그래서 추천권도 분산된 것이기에 과거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무엇보다 재판부 9인 체제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오히려 재판관들이 줄어들면 정상적 심판을 방해하겠다는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조선일보는 헌재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헌재의 거듭되는 경솔하고 정파적인 행태>에서 여권에서 주장하는 ▲권한쟁의 심판 청구 국회 의결 필요 ▲한덕수 전 대행 탄핵안 우선 재판 등을 거론하며 “그런데도 한 전 대행의 정식 재판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반면 마 후보 재판은 변론을 한 번만 하고 종결하려 했다. 최 대행 측의 변론 재개 신청을 3시간 만에 기각한 적도 있다. 왜 이 문제만 이렇게 서두르는가”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헌재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 마 후보 문제에 대한 헌재의 행태는 공정, 신뢰, 신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또 여권에서 주장하는 ‘헌법재판관 편향성’을 되풀이했다. 조선일보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인용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4인 모두 더불어민주당 측이 추천한 사람이라면서 “4명 중 3명이 우리법연구회나 그 후신인 특정 판사 그룹 출신이다. 이들의 행태는 헌법 재판관이 아니라 민주당이 파견한 정당원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추천 헌법 재판관들이 마 후보 임명을 밀어붙였으나 이 숫자(6명의 위헌 의견)를 얻지 못하자 ‘일단 후퇴’했을 가능성이 있다. 헌재가 청구인 자격 문제 논란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어느 쪽이든 경솔하고 위험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선고 2시간 전 변론 재개... 헌재, 절차적 흠결 없어야>에서 “국민의힘 등에서는 그동안 헌재의 ‘선택적 신속 선고’를 비판해왔다”면서 “이러니 헌재의 오락가락 행보가 여당의 ‘헌재 흔들기’에 실제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헌재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면서 “변론 재개를 일축해놓고 뒤늦게 자료를 요청한 건 스스로 무리한 선고 일정을 자인한 격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자칫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양쪽 진영이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불복할 수 있는 중차대한 국면”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쏟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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