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무장관'을 신설해 여소야대인 국회와의 소통을 전담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데 자리가 문제냐는 언론 비판이 이어진다. 

대통령실은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출석한 국회에서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 윤석열 대통령 10·29 이태원 참사 조작 발언 논란 등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정무장관직을 신설해 국회와 정부와의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비서실장은 "앞으로 주요 정책 현안과 국정 현안들에 대해 의원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달 중 정무장관직과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부인했다. 정 비서실장은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항명이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정 비서실장은 채 해병 특검법에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30일에서 8월 2일에 걸쳐 이뤄진 대통령실-국방부장관 통화에 대해 정 비서실장은 "소통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수사외압 의혹의 시작점으로 지목되는 윤 대통령의 '격노'에 대해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 없다"고 했다. 

지난해 7월 31일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전화번호 '02-800-7070'이 누구의 번호인지 질의가 이어지자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사항"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구글에 검색하면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번호가 16개 뜬다. 챗GPT에 물어봤더니 '각 부서 번호는 다음과 같다'며 나왔다"며 "안보라고 하는데 다 뚫렸다"고 비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명함관리서비스를 검색해도 '02-800-7XXX'로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공개돼 있다며 "기밀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선 "저열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명품백은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 내에 보관 중이며,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는 수사 상황을 감안해 판단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천 의원은 명품백이 대통령실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국회 운영위 소속 의원들이 보러가도 되는지 물었다. 국회에 참석한 대통령실 참모 중 명품백의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못했다. 국회의원 방문에 관해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 시설을 열람하거나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을 통해 불거진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조작' 발언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은 '왜곡'에서 '대통령이 그런 말 한 적 없다'로 뒤바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윤 대통령은 이태원 사건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됐기 때문에 제기된 의혹을 전부 수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된 사고다, 조작된 것이다 정식으로 제기한 언론이 있나"라며 "많은 언론 기억나는 것 하나만 대보라"고 했다. 이 홍보수석은 "많은 언론이 바닥에 기름이 뿌려졌다 이런 식의 의혹을 제기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각시탈이 오일 뿌렸다', 이것 다 극우유튜버들이 제기했던 내용"이라고 했다. 

2일 동아일보는 사설 <정무수석에다 정무장관까지… 문제는 자리가 아닌데>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등 의정활동 경험이 풍부한 참모들이 이미 포진돼 있다며 "단지 예산과 인력을 들여 내각에 장관 자리 하나 만드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 협치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가진 것 외에는 야당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게 대통령 거부권과 정부 예산편성권을 활용하라 주문했다며 "윤 대통령이 먼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자리를 만들더라도 옥상옥이 될 뿐이고 정치의 복원은 요원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소통 강화’ 정무장관 부활해도 대통령이 변하는 게 급선무>에서 "정무장관이 있다고 해도 안 될 일이 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통 리더십을 바꾸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며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은 '저부터 먼저 바뀌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대로"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정무장관 신설, 협치로 이어지려면 대통령 의지 뒷받침돼야>에서 "‘정무장관을 두면 협치가 이뤄질 것이냐’는 질문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소통은 형식보다 의지의 문제"라며 "정부의 ‘의지’를 좌우하는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협치에 무게를 싣지 않는다면 장관이 아니라 총리가 맡는다 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향신문 7월 2일 1면 톱기사 갈무리
경향신문 7월 2일 1면 톱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 <채 상병 사건을 ‘박정훈 항명’ 규정한 대통령실, 바뀐 게 없다>에서 "대통령실은 국회와의 소통을 전담할 정무장관을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민심을 도외시하고 불통·독주하는 한 정무장관이 있다 한들 달라질 건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는 근거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김홍일)의 공영방송 3사 이사 교체를 꼽았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이 국회 운영위에서 보인 모습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 수사결과가 왜 석연찮게 바뀌었는지, 박정훈 수사단장에겐 왜 항명죄 올가미를 씌웠는지, 수사기록 회수에 대통령실이 왜 그리 깊이 개입해야 했는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 한다. 이런 근본적 의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은 채 무엇을 감추려 ‘항명’을 강변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며 "총선 심판을 받고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실의 불통과 독선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이 채 해병 특검도, 김건희 씨 의혹도 본질은 외면하고 '골대 옮기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채 상병 사건 본질은 박정훈 항명”이라는 대통령실>에서 "국민적 의구심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하는 격"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채 상병 사건 기록이 이첩되던 날 국방부 인사들과 수차례 통화하는 등 외압 행사의 정황은 연일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이를 명확히 규명하자는 요구엔 귀 막은 채, 박 단장의 ‘이첩 보류 지시 거부’가 사건의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건 얼토당토않은 궤변"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채 해병 특검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통령실 주장에 대해 "특검 추천에도 대통령 ‘의중’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 자신이 연루된 사안에 대통령이 입김을 행사하겠다는 인식 자체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 앞에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수사팀장이었던 '국정농단 특검'이 야당 추천 특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조선일보는 A6면 기사 <정진석, 해병대원 특검법에 "위헌 소지 법안, 거부권은 당연">에서 여야가 국회 운영위에서 격돌했다며 "윤 대통령이 이날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정무장관직 신설 방침을 밝혔지만, 그 취지와는 대조적인 장면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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