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 신동호 EBS 사장이 첫 출근에 나섰으나 구성원들의 반대로 약 2시간 만에 발걸음을 돌렸다. 신 사장은 “구성원들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 EBS지부 등은 27일 오전 8시부터 신 사장의 출근 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신 사장은 오전 8시 26분께 관용차량을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에서 내린 신 사장은 마중 나온 이준용 EBS 이사와 함께 사내 진입을 시도했다. 

27일 출근을 시도하는 신동호 사장과 옆에서 길을 트는 이준용 EBS 이사(사진=미디어스)
27일 출근을 시도하는 신동호 사장과 옆에서 길을 트는 이준용 EBS 이사(사진=미디어스)

EBS 구성원들이 신 사장을 둘러싸고 저지했다. 구성원들은 연신 “불법 낙하산 신동호를 거부한다” “이진숙의 알박기 신동호는 자격 없다” “방통위 불법인사 철회하라” “위법절차 동조세력 물러나라” “위법으로부터 EBS를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신 사장은 “대화 좀 하자”는 말만 반복하며 가끔 웃음을 보이는 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신 사장에게 “불법으로 선임된 자신이 부끄럽지 않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인가”라면서 “집으로 돌아가라. 공영방송 무너뜨리러 왔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 지부장은 “KBS를 망가뜨렸고, MBC를 망가뜨리려고 시도하고, 이제 EBS도 망가뜨리려는 것인가”라면서 “‘사랑하는 후배’라고 부르는 방통위원장이 EBS를 망가뜨리라고 지시했나. 위법한 절차로 선임된 사장은 EBS에 한 발짝도 들어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오른쪽)이 신동호 사장(왼쪽)에게 물러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오른쪽)이 신동호 사장(왼쪽)에게 물러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한 언론노조 조합원은 “2인 체제 불법 방통위가 임명한 신동호는 돌아가라”며 “EBS는 이진숙이 마구 나눠줄 수 있는 전리품이 아니다. ‘사랑하는 후배’에게 나눠줄 수 있는 그런 방송국이 아니다. 공영방송에 맞지 않다. 돌아가라”고 말했다.

신 사장 옆에 있던 이준용 EBS 이사는 "근무지에 가서 방송을 잘하는 게 EBS를 지키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이 이사는 언론노조 집행부를 겨냥해 “EBS 직원이 아니면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구성원들이 “이사가 사장 대변인이냐, 사장의 경영을 관리 감독해야 할 이사가 왜 사장을 대변하고 있냐”고 따졌고, 이 이사는 “관리 감독하러 온 것”이라고 응수했다.

27일 신동호 EBS 사장이 구성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다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7일 신동호 EBS 사장이 구성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다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약 2시간가량의 대치 끝에 신 사장은 발걸음을 돌렸다. 신 사장은 차량에 타기 전 기자들에게 “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임명이 됐고, 법리적 판단은 어느 일방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야 할 EBS에 이런 상황에 생겨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같이 일해야 할 구성원이기 때문에 갈등이 있더라도 협의하고 대화해서 극복해 나갈 문제”라면서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신 사장은 ‘2인 체제 방통위 의결 위법성 판결’과 관련해 “어떤 한 가지를 갖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신 사장이 차량에 탑승해 떠나는 순간까지 구성원들은 “신동호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27일 언론조조와  EBS 구성원 등이 신동호 사장 출근저지 투쟁에 나섰다. (사진=미디어스)
27일 언론조조와  EBS 구성원 등이 신동호 사장 출근저지 투쟁에 나섰다. (사진=미디어스)

이날 오전 김유열 전 EBS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2인체제 방통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EBS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은 있었으나 임명절차의 불법성 시비가 일어난 것은 EBS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면서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원 2인만으로 진행된 이번 임명 절차로 인해 벌써부터 EBS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미 EBS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27일 언론노조와 EBS 구성원들이 신동호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7일 언론노조와 EBS 구성원들이 신동호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김 전 사장은 “신임 사장이 취임하여 조직개편과 인사 등 돌이키기 어려운 조치를 진행할 경우, 법원의 본안 소송 판결이 나중에 나온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손해와 혼란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며 "이에 신속한 법적 대응을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전날 EBS 부장급 이상 간부 52인은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동호 사장 임명 강행에 반발해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EBS 보직간부는 독립적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 사무국·감사실 보직 간부를 제외하면 총 5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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