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EBS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강제하기 위해 3년 이내 당적 보유자를 금지한다는 결격사유를 두고 있다. 하지만 당적 보유는 정당 이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어 어디까지나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EBS 사장 지원자들에 대한 결격사유를 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당의 도움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정설이 불거진 신동호 후보자의 경우, 총선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력이 있으며 2023년 2인 체제 방통위의 EBS 보궐이사 임명 당시 당적 보유 등 결격사유 검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EBS법 제11조는 ▲정당법에 따른 당원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선거법에 따른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직에서 퇴직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대통령선거에서 후보 당선을 위해 방송·통신·법률·경영 등에 대해 자문·고문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대통령직인수위원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등은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17일까지 사장 지원자 8인에 대한 후보자 결격사유를 검증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한다. 지원자는 접수번호 순으로 ▲신동호 EBS 이사(전 MBC 아나운서 국장) ▲김영호 전 KNN 본부장(전 코바코 차장) ▲장두희 KBS 심의위원(전 KBS 글로벌전략센터 신사업기획단장) ▲권오석 한서대 교수(전 KBS 미디어 사장) ▲류남이 EBS 수석 ▲김덕기 전 KBS 대구총국장 ▲김승동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전 CBS 논설위원실장) ▲박치형 전 EBS 부사장이다.
이 중 김승동 지원자는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신동호 지원자의 경우, 2023년 10월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 방통위가 EBS 보궐이사로 임명할 당시 결격사유의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2023년 10월 18일 KBS·한국일보는 신동호 EBS 보궐이사 임명을 전하며 "MBC 퇴사 후 미래통합당 4.15 총선 중앙선대위 대변인과 국민의힘 당무위원 등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신동호 지원자는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선대위 대변인에 이름을 올렸던 2020년 4월 이후부터 EBS 보궐이사로 임명된 2023년 10월까지의 이력은 공란이다.
2023년 10월 19일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성명에서 신동호 EBS 이사 임명 철회를 촉구하면서 "오랜 정당 활동 이력이 있는 신동호가 법률상 이사 자격을 갖췄는지도 해명되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은 "(신동호 이사는)MBC 퇴직 열흘 만에 미래통합당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쪼르르 달려갔다. 비례대표 면접에서 탈락한 뒤 미래통합당 총선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다"며 "이후 당무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치권을 전전했다"고 말했다.
신동호 지원자는 2020년 3월 5일 MBC를 퇴사하고, 같은 달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4번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한국당이 비례 번호를 조정하면서 신동호 후보자는 당선권 밖인 30번대로 밀렸다. 이후 미래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한 시점은 2020년 9월 2일이다. 신동호 지원자가 2020년 10월 18일 이전에 국민의힘에서 탈당하지 않았을 경우 EBS 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문제는 이진숙 위원장·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KBS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지원자 당적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임명 당일인 지난해 7월 31일 방문진·KBS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하면서 지원자들의 당적 보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국회 과방위에서 방통위가 각 정당에 지원자 당적 조회 확인을 요청했지만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의 회신을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기사▶'위법 투성이' 방문진 이사 선임, 당적 보유 확인도 안 해)
지난달 13일 국회 과방위원장 최민희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7월 31일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방통위 사무처는 방문진·KBS 이사 지원자들의 당적 보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결격사유가 없다는 검증 결과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에게 보고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결격사유 확인방법은 지원자가 제출한 결격사유 확인서를 기본적으로 하고, 법 조항별로 정당 등 외부기간에 의뢰해 추가로 확인하였다"며 "확인 결과 결격사유에 위반되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지원자 말만 믿고 결격사유 검증을 완료했다는 얘기다.
또 허위 이력, 겸직 위반을 걸러내지 못했다. 이진숙·김태규 체제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로 선임한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지원서 주요경력사항란에 근무처를 'KBS, MBC, SBS, YTN, EBS'로 기재하고, '2005년 2월부터 현재까지 시청자위원, 위원장, 평가원'이라고 썼다. 그러나 김동률 교수는 당시 EBS 시청자위원만 맡고 있었다.
EBS 사장 내정설이 불거져 있다. 미디어스 확인 결과, 신동호 지원자는 사장 공모 시기 EBS 이사회 사무국에 두 차례에 걸쳐 경력 증명서를 신청하고 떼어갔다. MBC 출신인 신동호 지원자의 인맥으로 같은 MBC 출신인 이진숙 위원장,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거론된다. 최재혁 비서관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MBC 아나운서 국장을 맡았다. 신동호 지원자는 2013년부터 최재혁 비서관 후임으로 MBC 아나운서 국장을 이어받았다. 이진숙 위원장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MBC 기획조정본부장을 지냈다.
한편 EBS 내외부에서 방통위가 중단했던 EBS 이사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소추되고 1인 체제가 되자 지원자 접수를 마친 EBS 이사 임명 절차를 중단했다.
연임에 나선 여권 추천 이준용, 강규형 이사가 차기 EBS 이사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적인 방통위 2인 체제에 의해 공영방송 EBS의 의사결정, 집행단위가 한 번에 재편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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