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의 김건희 씨 주가조작·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가 '총장 패싱' '출장 조사'로 특혜 논란을 빚는 가운데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보도가 KBS, 조선일보 등에서 이어졌다. 대통령실에서는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국민에게 사과한 이원석 검찰총장을 향해 "정치하냐"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언론에서는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씨 조사를 두고 '하극상 수사', '조직 자해' '검찰의 흉기화'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 수뇌부가 정권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수사팀을 흔드는 게 아닌 수사팀이 원칙을 깨고 검찰총장을 들이받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건희 씨 특혜조사' 논란이 첨예하게 일었던 22일 KBS '뉴스9'은 <[단독]“(알 수 없음)님이 나갔습니다”로 끝났다…김건희-최재영 카톡 전문 입수>에서 "최재영 목사가 어떻게 김 여사에게 접근을 했고, 무슨 청탁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김 여사와 최 목사의 22개월 동안의 메신저 대화 전문을 입수했다"며 "최 목사는 검찰에 대화 내용을 제출했었는데, 검찰은 최 목사가 일부를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와 최재영 목사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022년 1월 28일부터 지난해 11월 26일까지 대화를 나눴다. KBS는 "윤 대통령 취임 뒤 두 사람의 대화는 점차 뜸해진다. 지난해 7월엔 양평고속도로 의혹을 두고 다소 거친 대화가 오갔고, 이후 통일TV 송출재개를 요청하는 최 목사의 메시지에 김 여사가 대답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26일 최 목사는 대화방을 나갔다"며 "이른바 '고가 가방' 의혹 몰래 촬영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기 하루 전"이라고 했다.
이어 KBS는 "최 목사는 화장품과 가방을 건낸 이후에도 계속해서 다른 선물도 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김 여사는 답변하지 않았다"며 "대화 내용이 유출될 것에 대한 우려에 최 목사는 보안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최 목사가 처음 선물을 언급한 건 대화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안 된 2022년 2월 21일. 거절한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최 목사는 2022년 6월과 9월, 김 여사에게 화장품과 고가 가방 등 선물을 건넸다"며 "최 목사는 지난해 4월에도 더 좋은 가방을 주겠다고 했고, 자신을 관저에 초청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김 여사는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23일 조선일보는 기사 <[단독]金여사 “최재영, 동향이라며 접근… ‘쥴리 의혹’ 억울함 이해해줄 것 같았다”>에서 "김 여사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최 목사와 처음 연락했을 당시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검찰에 "중 3때 부친이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4남매를 키우셔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며 "최 목사가 '어릴 때부터 부친이 운영하시던 약국에 자주 들렀다'고 하는 등 아버지와 관련된 추억을 이야기하니 반가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또 김건희 씨는 명품백에 대해 "포장지 안에 든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최 목사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김건희 씨를 보좌하는 코바나컨텐츠 출신 유 모 행정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돌려주라는 지시를 깜빡했다'는 진술로 논란을 빚었다.
김건희 씨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을 청탁했다는 최재영 목사 주장에 대해 "행정관에게서 그런 청탁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고 한다. 최재영 목사가 통일TV 송출 재개를 청탁한 것에 대해서도 김건희 씨는 "그전까지는 최 목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갑자기 ‘통일TV’ 이야기를 하기에 조모 행정관에게 ‘무슨 방송국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종북 성향의 방송 같다’는 답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최 목사가 통일TV 송출 재개를 부탁한 것은 디올백이 전달된 지 1년가량 지난 시점이어서 시기적으로 디올백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22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씨 조사에 대해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지키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원석 총장은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법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 드렸다"며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이원석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수사팀에서는 항의성 사표가 나왔다. 23일 국민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로 파견돼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경목 부부장 검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김 부부장검사는 주변에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돼 회의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렇게 어려운 것(김건희 씨 대면조사)을 해냈는데, 칭찬은 둘째 치고 완전히 매도를 해버렸다. (수사팀으로선)썩 기분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사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던 대통령실에서는 이원석 총장을 향해 "정치하냐"는 반응이 나왔다.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고를 했든, 패싱했든 그건 검찰 내부의 문제"라며 "총장이 정치하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규정에 맞게 수사했는데 자꾸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23일 한국일보는 사설 <'패싱' 총장의 대리 사과··· 조직 자해한 검찰 기강>에서 "영부인에 대한 조사 특혜도 문제지만, 일선 검찰청이 이를 보고하지 않고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든 초유의 사건"이라며 "검찰의 정치화가 기강과 건강성을 스스로 훼손하며 '조직 자해'의 지경에 이른 게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수사지휘권이 박탈돼 총장 보고를 할 수 없었다는 서울중앙지검 주장에 대해 "한심한 논리"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당시 수사지휘 배제는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시기여서 총장 부인 수사를 엄격히 하라는 의미에서 이뤄졌다. 이를 지금에 와서 영부인 특혜 제공 논리로 사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수사지휘 배제가 문제라면 수사팀이든, 중앙지검장이든 법무부에 철회를 요청하면 되는데 그런 움직임도 없다"고 질타했다.
한국일보는 "과거 검찰 내부의 갈등은 주로 정권의 압력을 전달한 수뇌부와 원칙을 지키려는 수사팀의 충돌로 빚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일선 수사팀에서 먼저 원칙을 저버리고 총장과 갈등하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이번 사태의 경우 지난 5월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고, 수사지휘부가 교체될 때부터 예견됐다"며 "총장이 아닌 인사권자에게 줄을 서고, 총장 지휘와 수사 원칙이 아닌 권력의 의지를 따르는 것은 검찰의 흉기화"라고 했다.
전날 김건희 씨 불기소를 사실상 전제하며 대국민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조선일보는 23일 사설 <수사 불신 자초한 ‘검찰총장 패싱’ 논란>에서 "늦은 조사인 만큼 수사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대통령실과 검찰총장은 김 여사 수사 문제로 여러 차례 갈등을 노출해왔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김 여사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했지만 대통령실은 그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주요 수사 간부들을 교체해버렸다"며 "그리고 대통령의 측근을 서울지검장에 임명했다. 이번에 검찰총장에 김 여사 수사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서울지검장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특혜·성역 없다는 원칙 못 지켰다”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에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과 관련해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검찰총장도 두 차례나 바꾸었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돌려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며 "또한 수사팀이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것과 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 <이원석 총장, 김건희 면죄부 주려는 ‘하극상 수사’ 감찰해야>에서 "극히 이례적인 ‘하극상 수사’이자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려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이 지검장에 있지만, 배후는 지난 5월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전직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은 검찰 조직이나 검찰 수사 원칙이 망가지든 말든 자신의 배우자를 구제하겠다는 일념밖에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권력에 굴복하고 검찰총장을 패싱한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지만 검찰 내부는 평온하다. 이달 초 야당이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벌떼처럼 일어났던 일선 고·지검장들과 대검 간부들도 조용하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남은 수사와 처분에 있어 헌법 원칙이 실현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이원석 총장에 대해서도 '임기 1개월여 남은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건희 성역’ 인정, 존폐 기로에 선 검찰>에서 "이 자체로 검찰은 '권력'에 굴종하는 조직임을 다시 한번 온 국민에게 알린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 총장이 자신의 약속을 실현하려면,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다시 소환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며 "김 여사도 면피성 검찰 조사로 의혹을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늘 그랬듯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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