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2차 사건의 ‘콘트롤타워’로 법원에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와 관련된 녹취록 내용을 보다 보면 놀라게 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90년대 후반 같았으면 ‘게이트’라는 이름을 벌써 붙였을 거다. 그런데 다들 그저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이게 이 정권의 특히 대단한 점이 아닐까 한다.
이종호 전 대표는 언론을 통한 해명에서 ‘허풍쟁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신이 녹취에서 한 주장은 대부분 허세이거나 거짓말이었다는 거다. 일부 언론은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녹취록에서 언급된 모 경무관의 경우 이종호 전 대표가 치안감으로 승진을 추진했으나 실제 인사에 반영되지는 않은 걸로 나온다.
![MBC 뉴스데스크 7월 16일 ['이종호 녹음파일' 나온 경무관, 수사 외압 의혹 징계도 피해갔다] 보도 화면](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407/309371_213826_4417.png)
그런데 최근 보도를 보면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MBC, 한겨레 등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런 얘기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7월 대규모 마약 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항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반입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언론 브리핑을 10월 10일 진행하려 했는데, 5일부터 관세청 관련 내용은 빼달라는 서울청을 통한 외압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때 외압을 행사한 인물 중 하나가 조 모 경무관인데, 이 사람이 이종호 전 대표가 녹취록에서 승진을 언급한 바로 그 인물이다.
당시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소속돼 있던 모 경정에 따르면 조 모 경무관은 관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언론브리핑 이틀 뒤 예정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야당 좋은 일만 하는 것’이란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외압 때문에 중간에 영등포경찰서의 수사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언론 브리핑이 예정되로 진행되고 이후 외압 의혹이 보도될 상황에 이르자 조 모 경무관은 다시 모 경정에 전화를 걸어 “이번에 서울청 생안부장하다가 승진이 안되고 그래서 이번에 마지막으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게 언론 보도 나면 이 기회마저 정말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외압 의혹 보도는 나왔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에 격노해 조 모 경무관에게 직접 징계를 요청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도 인사혁신처가 징계 결정을 하지 않아 결국 경찰청장이 직권 경고 조치를 하는 데에 그쳤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세관에 대한 수사는 이후 답보 상태에 빠졌는데, 지난 4월 영등포경찰서가 인천세관 압수수색을 위해 신청한 영장을 서울남부지검이 두 차례 기각을 했고, 이에 대해 남부지검 검사에 대한 직무 배제 및 회피를 요청한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이 났다는 것이다. 이 형사과장은 앞서 조 모 경무관으로부터 수사 외압을 당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이종호 전 대표가 언급한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징계를 받을 상황이 무마된 정황이 의심된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종호 전 대표뿐만 아니라 ‘멋쟁해병’ 단체 채팅방의 멤버인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 모 씨 역시 관련 언급을 한 바 있다는 점까지 종합하면 의심은 더 커진다.
MBC 보도에 따르면 같은 채팅방 멤버였던 현직 경찰 최 모 씨는 조 모 경무관을 수행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어느 날 송 모 씨가 “(조 모 경무관은)승진이 안 되냐”고 물어와 “승진이 안 돼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답을 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 모 경무관의 승진 문제가 현직 경찰 최 모 씨를 거쳐 경호처 출신 송 모 씨에게 전달됐고, 이게 이종호 씨에게도 전달돼 녹취록에 나오는 대로 모종의 ‘일’이 진행되던 상황 아니었나 하는 건데, 이 경로가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경우와 비슷해 보인다는 게 MBC 보도의 핵심이다.
조 모 경무관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종호 전 대표와 송 모 씨는 최소한 서울경찰청과 서울남부지검을 움직일 정도의 배경을 갖춘 인물이라는 뜻이 된다. 이들이 수사기관을 움직일 능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은 삼부토건 전 실소유주 관련 로비 정황을 둘러싼 의혹에서도 등장한다.
![[단독] 이종호](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407/309371_213830_4527.jpg)
녹취록에 따르면 이종호 전 대표는 지난 9월 라임 사태 당시 5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 형을 받은 상태였던 삼부토건 전 회장의 아들 조모씨를 삼부토건의 실소유주로 지목하며 “2심이 끝나면 지금 서울구치소에서 동부구치소로 가야 된다면서. 근데 얘는 대법원까지 가는 기간 4~5개월 동안은 서울구치소에서 있고 싶어 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종호 전 대표는 검찰이 라임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한다는 명분이 있으면 서울구치소에 더 머무를 수 있다는 언급을 한다. JTBC 등 언론 보도에 의하면 조 모 씨는 실제 4달 가까이 서울구치소에 더 있다가 올해 2월에야 동부구치소로 이동됐다고 한다. 이게 이종호 전 대표의 말이 실현된 것으로 본다면, 이들은 여기서도 검찰을 움직인 셈이 되는 거다.
이종호 전 대표는 본인이 인정하듯 김건희 여사와 과거 인연으로 엮여있는 인물이다. 다른 얘기를 다 허풍으로 치부한다 해도 이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의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익을 고리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권력의 정점에 선 존재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해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만하다.
앞서 조 모 경무관에 대한 발언에서 이종호 전 대표는 “우리가 그 정도는 주변에 데리고 있어야지”라고 했다.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은 사람이 치안감을 주변에 왜 데리고 있어야 하는가? 과거 정권 같으면 바로 엄청난 규모의 수사팀이 꾸려졌을 일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핵심들은 다들 모르는 척하면서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핑계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런 정권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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