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 사정기관의 'TV조선 재승인 조작설' 감사·수사로 방송정책의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언론학계 비판이 제기된다.
종편 재승인 여부는 여야에서 추천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 상임위원들에 의해 최종 결정되며, 방통위는 심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문가를 추천받아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는 15일 서울대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제도와 학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3대 언론학회는 방통위 재허가·재승인 심사위원을 추천해왔다. 지난달 감사원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인 이후 3대 언론학회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 '치트키', 방송정책 정치적 독립성 숨통 끊었다"
안차수 언론정보학회장(경남대 교수)은 "감사원이 민간인 심사위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 특별한 사실확인 없이 심정적으로 검찰에 자료를 넘기며 사태가 심각해졌다"며 "심사위원은 각 학회에서 추천했기 때문에 3대 학회가 공동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언론학회·방송학회 회장들이 수락해 토론회가 성사됐다. 오랫동안 학자집단에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위협적인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공동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홍원식 동덕여대 교수(언론학회), 최용준 전북대 교수·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원(방송학회), 이정훈 신한대 교수·정준희 한양대 교수(언론정보학회) 등이 각 학회를 대표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첫 토론에 나선 홍원식 교수는 재허가·재승인 제도의 핵심은 현 정권의 영향력이 행사되지 않도록 하는 '정치적 독립성 보장'에 있다며 "이번 감사원 감사는 방송 전반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정기관의 치트키(cheat key, 게임에서 부정행위 수준으로 강력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나 문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방송제도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의 대리인을 정책기구의 책임자(방통위 상임위원, 공영방송 이사 등)로 선임, 기구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을 발생시키는 '정치중화적' 모델을 활용해왔는데 이 같은 구조를 감사원이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정치적 독립성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선례를 만든 것이다. 행정부의 권력이 국회 대리인인 방통위원을 뛰어넘어 직접 작용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다"며 "감사원이 이런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최소한의 투명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어떤 감사결과와 문제점에 의해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넘긴 것인지 발표도, 통보도 없다. 정치종속적이라는 비판 속에서 그나마 가냘프게 유지해 온 방송정책 정치적 독립성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권력행사"라고 비판했다.
최용준 교수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선정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바꾼 것이 어디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하필이면 왜 지금인지, 이전에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특정사업자와 관련해 문제가 발발했는지도 고민스럽다"며 "저도 채점했을 해봤지만 감사원이 점수수정이라는 정황증거로 이러는 건 처음 본다. 이번 사태의 정확한 문제가 무엇인지 솔직히 모르겠는데, 어쩔 수 없이 음모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권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사퇴를 압박하는 가운데 감사원이 표적감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얘기다.
최 교수는 "심사위원 중 몇 분이 타게팅 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관련 정보는 없다. 실질적으로 다 평가가 된 다음에도 전체회의에서 확인하게 돼 있다"며 "그때는 문제가 안 됐는데 지금 와서 문제가 되나. 방송사들이 국민과 시청자를 위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심사를 한 것인데 이것이 거부되는 상황이라면 학자의 양심과 전문가의 자질, 공공성을 강조한 심사가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김민정 교수는 검찰이 일부 심사위원에게 적용하고 있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심사위원들이 제출한 것은 심사의견인데 그것이 허위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재승인은 심사위원 점수가 출발점이 되는 것은 맞지만 청문을 거쳐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결정하는데, (감사·수사는) 상임위 판단의 자율성과 전문성까지 무시하는 법의 적용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TV조선 공정성 미달, 재승인 백서에서 드러나
김민정 교수는 일부 심사위원들이 TV조선의 공정성 점수를 떨어뜨려 문제라는 여권과 사정기관의 주장과 관련해 2020년 상반기 종편·보도전문PP 재승인 백서에 기록된 사실관계를 거론했다. 김 교수는 해당 심사에서 '국민이 묻는다'는 시청자 의견 수렴 절차가 도입돼 TV조선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TV조선이 과락 평가를 받은 중점심사사항은 단순히 '프로그램 공정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과 관련해 방통위에 접수된 시청자 의견은 이들 방송사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백서에 따르면 시청자 의견 총 3만 2355건에서 TV조선에 대한 의견은 1만 7133건, 채널A는 8154건이었다. 이 중 TV조선과 채널A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75%, 77.6%였으며 기타 의견도 부정적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심사 당시 TV조선 대표자는 "어쨌든 바깥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공정하지 못하다, 그리고 편향적이라고 하면 저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확실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런 부분은 저희들이 끊임없이 끈을 놓지 않고 개선하고 시정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TV조선 대표자는 속보·특종에 우선 가치를 두는 방식이 아니라 늦더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 중점심사사항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정성 등 2개 항목이다. 김 교수는 "중점심사항목은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만이 아니다.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등을 따지는데 이와 관련해 방송사들이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많다"며 "심의 제재·조치 건수, 선거방송 공정성, 방송언어 순화실정, 편성규악, 공익성 캠페인, 시청자위원회 운영방식과 프로그램 불만처리, 지역·사회·문화 기여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정성·공익성이라는 핵심 가치에 관한 배점은 전체 점수 중 20% 정도다. 공정성 개념을 몇가지 차원으로 나누고 세부지표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전문가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이번 심사가 전문가들의 전문성·자율성과 무관하게 자의적으로, 특정 방송사의 재승인을 거부시키기 위해 점수를 수정한 것처럼 사회적인 논의를 몰아가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한편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한 심사위원은 TV조선의 중점심사사항 중 일부 항목 점수를 기존보다 올려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또 다른 심사위원 한 명은 중점심사사항이 아닌 다른 항목의 점수를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를 의도적으로 낮게 수정해 TV조선에 불이익을 줬다는 감사·수사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점수수정 때 압수수색 들어올까 손 덜덜 떨어야 하나"
정준희 교수는 "여러분이 심사위원으로 제안 받으면 들어갈 생각이 날까"라며 "일주일 동안 갇혀 자유가 억압된 채 결과에 대한 보상도 없는데, 점수를 낮게주든 높게주든 정권에 따라 '공모 없었냐', '왜 점수변경했냐' 질문을 받아야 한다면 안 들어가는 게 맞다. 점수를 수정할 때 압수수색 들어올까봐 손이 덜덜 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문가로서 내 전문적 판단이 보정당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인신구속까지 가능한 모멸적 상황을 버텨야 한다면 안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그 자리는 도구적·당파적 인사가 차지할 것"이라며 "국회와 동일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제도를 운영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재허가·재승인 제도는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허가취소 등을 함부로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허가사업자에게 유리한 제도이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는 정책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일정한 제약 아래 독자적 판단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교수는 "재허가·재승인 심사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본질은 '내가 추천받았다면 내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데 있다"면서 "정부가 요청하고 학회가 보내 전문성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그 일을 근본적으로 부정당하는 것인데 초현실주의적으로까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가와 전문가의 관계설정이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이뤄지는 게 맞는 것인가. 학자의 책무는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인데 정부가 활용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주관성은 안 들어갈 수 없다. 그게 동료들 고초의 원인이라면 그게 과연 정당한가"라고 했다.
최용준 교수는 "몇몇 선생들만 타겟이 된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제도 자체에 부정당하고 있고, 전문가 자질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 분명하게 대응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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