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감사원이 두 달 간 이어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에 대한 감사를 26일 종료했다. 감사원이 감사 내용과 지적사항 등을 방통위에 통보하면, 방통위는 이에 대한 의견을 감사원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감사원은 추가조사나 감사보고서 작성 등을 진행한다.

국민의힘과 보수단체에서 종합편성채널(종편) 관련 사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수장들의 소속 기관에 고강도 감사를 벌여 '표적 감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감사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지난 6월 22일 3명의 감사관을 포함한 15명 안팎의 감사인원을 방통위에 보내 기관운영감사를 위한 자료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에 대해 여권이 사퇴를 종용하던 시점이다. 감사원은 연간 감사계획에 따른 정기감사 일정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지만, 감사착수 이틀 전 방통위에 감사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실지감사는 지난 12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기간이 연장돼 26일까지 진행됐다. 

감사원은 방통위에 상설 감사장을 두고 면담조사와 PC 하드디스크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등을 진행했다. 이례적인 고강도 감사라는 지적이 방통위 안팎에서 제기됐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피감기관의 장으로서 감사의 적절성 등을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정기감사라는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방통위 기관운영감사는 종편 재승인과 관련된 사안이 초점이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최재해 감사원장 발언으로 '표적 감사' 논란이 절정에 치달은 지난 1일 감사원은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감사원은 이 자료에서 "방통위 감사는 종편 재승인 등의 내용을 포함해 2021년 감사계획에 있었던 '방송통신분야 규제 운영실태'(21.8~11월 자료수집 실시) 감사가 일정상 금년으로 이월된 것"이라며 "감사여건·감사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초 10월로 예정되어 있던 정기감사를 앞당겨 착수한 것이지, 일부 언론보도 내용처럼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가 전혀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KBS·MBC 소수 노동조합, 보수성향 시민단체 등이 수사기관에 한상혁 위원장을 고발한 내용은 종편과 관련된 사안이 주를 이룬다. KBS노동조합·MBC노동조합·공영언론미래비전 100년위원회 등은 지난 6월 27일 한상혁 위원장이 지상파 사장단에게 '미디어 비평 등 저널리즘 기능 복원'을 언급하고, 종편 4사 대표에게 '코로나19 가짜뉴스 대처'를 당부한 것이 방송법 위반이라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한상혁 위원장이 방송 편성권을 침해하고, JTBC·MBN 재승인 절차 과정에서 보도지침을 하달해 '종편 길들이기'를 했다는 주장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2020년 2월 종편 4사 대표와의 간담회,  2019년 9월 지상파 3사 대표와의 간담회를 진행한 모습 (사진=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2020년 2월 종편 4사 대표와의 간담회,  2019년 9월 지상파 3사 대표와의 간담회를 진행한 모습 (사진=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그러나 한상혁 위원장과 지상파·종편 대표의 만남은 각각 '간담회' '오찬'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모두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6월 28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KBS·MBC 소수노조의 한상혁 위원장 고발 소식을 전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호하기 위해 위원장 권한을 악용한 것이다. 당장 사퇴하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남부지검은 한상혁 위원장이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사전에 인지하고 채널A 재승인을 보류했다며 이종배 전 법세련 대표(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가 2020년 8월에 고발한 사건을 2년 만에 꺼내 조사에 착수했다. 이종배 전 대표는 채널A가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662.95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점을 넘었고, 중점심사사항 기준도 넘겼는데 한상혁 위원장이 재승인을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권경애 변호사와 주요 보수언론이 제기한 이른바 '권언유착' 의혹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정정 및 반론보도'로 판가름됐다. 또한 방통위는 채널A에 대해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MBC '검언유착' 보도 1시간 이후인 오후 9시 9분부터 23분간 권 변호사와 통화했다는 통신기록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한상혁 위원장이 MBC 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1시간 반가량 압박성 통화를 했다는 권 변호사의 주장은 반박됐다. 

당시 방통위는 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PP에 대해 승인유효 기간 등을 고려해 재승인을 의결하고,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안건은 추후 처리하기로 했다. 두 보도PP의 승인유효기간은 3월 31일까지였으며 두 종편PP의 승인유효기간은 4월 21일까지였다. TV조선의 경우 공정성 부문 과락 평가로 청문 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유사 전례도 있다. 2017년 종편‧보도PP 재승인 시 방통위는 보도PP에 대해 먼저 의결하고, TV조선 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 종편PP 재승인 안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박성중 의원을 비롯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 일동은 지난달 보수언론의 보도를 근거로 한상혁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여권의 한상혁 위원장 사퇴 압박과 종편·공영방송 정책의 인과관계를 주목한 분석도 있다. 한겨레 김영희 논설위원실장은 지난 6월 27일 칼럼 <누구를 위한 방통위 흔들기인가>에서 "일정이 공교롭다. 한상혁 위원장 임기 내인 내년 4월 TV조선 재승인 심사가 돌아온다"며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종편 심사가 3~5년으로 잦아 방송 경쟁력을 해친다고 콕 집어 말했다. '법정제재 처분 연간 5회 이내 유지' 같은 재승인 조건은 종편의 공공연한 불만 사항"이라고 짚었다. 

박성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가 지난 4월 28일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종편 승인 기간 3~5년으로는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및 서비스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고, 종편 승인 조건도 과도하게 많아 방송사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브리핑했다. 당시 인수위 내부에서 종편 재승인 기간을 7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거론돼 언론보도가 이뤄졌으나 박성중 의원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TV조선은 2020년 7월 방통위가 결정한 재승인 조건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이라는 조건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방송심의에 대한 법적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정제재를 재승인 조건에 포함하는 것은 '철회권 유보'에 해당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또 김영희 실장은 "문화방송(MBC) 박성제 사장은 내년 2월까지다. 사장을 뽑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 임면권은 방통위에 있고 행정감사도 가능하다"며 "임기가 한참 남은 김의철 한국방송(KBS)사장과 이사들에 대해선 보수적인 한국방송노조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고 전했다. 30일 감사원은 KBS노조 등이 청구한 국민감사를 수용, KBS 감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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