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합의제 기구 수장을 교체하기 위한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언론·시민단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방통위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PD연합회는 28일 성명을 내어 "방통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D연합회는 "이 나라 방송의 퇴행을 가져올 이 사태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법원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으로 난폭한 방송 탄압에 제동을 걸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PD연합회는 "현직 방통위원장이 도주할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전무하다. 그동안 검찰이 주장해 온 'TV조선 점수를 낮게 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은 구속영장에 없다고 한다"며 "증거인멸의 우려도 물론 없다. 지난 8개월 동안 방통위를 네 차례 압수수색하고 자택까지 샅샅이 뒤졌는데 새삼 은폐할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PD연합회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정치적 의도가 빤히 보인다. 방통위원장을 위협하고 모욕해 조기 자진사퇴를 유도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이유가 없다"며 "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이 바뀌면 도의상 물러나야 한다'며 방통위원장을 흔들었고, 대통령실은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배제했다. 이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특정 정치세력의 방송 탄압에 면허를 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임기가 보장된 합의제 기구 수장인 방통위원장을 어떻게든 끌어내겠다는 권력의 의도를 반영한 영장"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검찰 영장 청구의 진짜 목적은 TV조선 재승인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더라도 검찰은 기소할 것이다. 기소가 목적"이라고 전망했다. 윤 위원장은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을 해임해야겠다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명분을 만들려 할 것이고, 다음 수순은 우리가 익히 봐온 것"이라며 "방통위 수장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내리꽂고, 자기 입맛에 맞는 인물로 공영방송을 휘젓는 것이다. 권력의 이런 의도를 모르는 시민은 없다"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27일 논평을 내어 "방통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연대는 "이번 검찰수사는 방통위의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이는 개인 비리 등과는 전혀 다른 성격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언론연대가 주목하는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이라며 "방통위의 공정한 업무집행을 위한 수사라면 그 사법절차는 더욱 더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다. 

언론연대는 방통위 설치법 제1조(목적)가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이사·감사 추천을 비롯한 방송정책 전반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방통위원 결격사유가 '정치적 독립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방통위의 독립성과 위원들의 신분보장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에도 언론들조차 '조기 해임'이라는 용어를 서슴없이 쓰고 있다. 개탄스럽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들이 방통위원장을 시급히 구속해야 할 만한 사유를 충분히 제시하고, 입증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고의로 감점한 의혹이 있다면 그 사실관계는 밝혀져야 한다. 다만, 그것은 불구속 원칙에 따라 법원의 재판을 통해 이뤄지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사진=연합뉴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한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연서명을 받고 있다. 민언련은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 대표·이사진 선임권을 가진 자리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총선 이전 공영방송을 권력에 순치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공영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부디 시민 여러분께서 뜻을 모아달라"고 했다. (관련링크▶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구속영장 기각을 탄원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정황을 확보했다며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 감사원이 확인했다는 '정황'은 수정 전 점수가 병기돼 있는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로 추정된다. 점수 수정은 심사위원 재량이다. TV조선은 653.39점을 받았지만 중점심사사항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과락 평가를 받았다. TV조선은 청문절차를 거친 뒤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지난 24일 한 위원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언론에서 계속 제기되었던 의혹의 핵심인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지시 혐의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9일 오후 2시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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