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공영방송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두고 “‘정권의 지원기관’을 자임하며 청부 감사에 나선 꼴이 개탄스럽다”며 “본분을 망각한 방송장악 청부 감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1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의 방송장악 청부감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권력기관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획책이 도를 넘었다”며 “감사원은 관변단체들의 국민감사청구를 빌미로 양대 공영방송에 대한 무법감사, 무한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 감사원이 보여주는 행태는 한 마디로 ‘뭐라도 나올 때까지 판다’ 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감사원의 방송장악 청부감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감사원의 방송장악 청부감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감사원은 보수 성향의 노조·언론단체의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KBS 이사회와 사장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현재까지 세 차례나 연장됐다. ‘국민감사 규칙’에 따르면 감사는 실시 60일 안에 종결하고 10일 안에 그 결과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감사원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기간 연장을 이어왔다. 

감사원은 지난 10일부터 3주간 방문진에 대한 추가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자료수집 명목으로 방문진 사전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지난해 7월 시작된 방송통신위원회 감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감사보고서 작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공영방송을 향해서 끝도 없는 감사의 칼날을 겨누고 있는 감사원의 칼끝은 엄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냐”라며 “지난해 시작된 KBS 감사는 ‘뭐든 하나만 걸려라’ ‘먼지가 날 때까지 한번 털어보겠다’는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 구성원에 대한 탄압이자 명백한 괴롭힘“이라고 규탄했다. 

윤 위원장은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방송 시나리오 첨병으로 전락했다“며 ”이따위로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면 이 정권이 끝날 4년 뒤 감사원은 해체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봉사하는 길은 하나다. 이미 정치적 목적에 의해 오염된 공영방송을 향한 정치·표적 감사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감사원의 방송장악 청부감사 중단 촉구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감사원의 방송장악 청부감사 중단 촉구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성원 KBS본부장은 “KBS는 당연히 감사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이고, 국민이 제기하는 감사는 더더욱 피할 이유가 없다”면서 “하지만 이번 국민감사 청구의 면면을 보면 과거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정권에 부역했던 세력이 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정치감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강 본부장은 “8월에 시작된 감사가 세 번이나 결과 발표를 미루면서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런 선례가 있었나”라며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떳떳하게 발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디어 전반의 정치적인 상황들과 유불리를 따진다면 이는 분명한 정치감사로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본부장은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실의 여론조작 여론몰이가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국민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달 9일부터 한달간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TV수신료 징수방식(TV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개선'에 대한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참여 토론'은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해서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찬반투표를 할 수 있는 등 여론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찬 MBC본부장은 “현행법상 MBC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이니다”라며 “MBC는 정부 예산을 단 한 푼도 지원받지 않는 주식회사다. 그러나 감사원은 방문진 감사를 빌미로 사실상 MBC를 감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감사원은 주식회사의 경영상 비밀에 해당하는 대외비 자료를 마구잡이로 요청하고 있다. MBC의 경영행위 하나하나 뜯어보고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겠다고 나서는데 이는 명백한 과잉감사이자 감사원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 감사는 방통위원장 교체 이후 방문진 이사를 즉각 해임하기 위한 명분 만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통위원장 교체, 방문진 이사진 해임, MBC 경영진 교체 시기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작금의 이런 부당한 감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감사원은 소수 노조, 보수성향 언론단체의 국민감사 청구에 곧바로 감사 결정을 하면서 방통위가 MBN 재승인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2021년 민언련이 제기한 감사청구는 기각했다. 감사원의 문턱이 이렇게 낮은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신 사무처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정치감사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감사원은 어떤 책임을 졌냐”며 “이렇게 감사원이 정권의 앞잡이로 전락하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시민의 이름으로 정치·표적 감사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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