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한 언론학자가 'TV조선 재승인 조작설'을 검찰에 이첩한 감사원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점수표 '수정'을 근거로 '조작설'을 제기한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냐는 지적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19일 경향신문 칼럼 <[미디어세상] 감사원을 감사하라>에서 "감사원법이 보장한 '독립적 지위'를 가진 헌법상의 기관에서 지원기관으로 전락한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할까. 감사원에 국민감사라도 청구해야 할까?"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2020년 TV조선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가 세간의 비판을 받은 사실을 강조하며 "이게 정치적 탄압의 증거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교수는 "TV조선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재승인 심사에서도 625.13점으로 낙제점을 받아 재승인이 거부됐어야 마땅함에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당연히 당시 방통위가 봐주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며 "2020년에도 사정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2020년 심사과정에서 수렴한 시청자 의견 조사에서 TV조선은 다른 종편에 비해 재승인하지 말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이 매긴 총점은 이전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며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는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심사위원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하였음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게다가 심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주요 심사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던 방통위는 조건부 재승인 하여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653.39점, 662.95점을 받았다. 종편 재승인 심사는 심사위원회가 총점 1050점 기준으로 채점한 후 이를 10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해 평균값을 매긴다. 650점 미만의 점수를 받거나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을 경우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취소 대상이 된다.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아 청문절차를 밟았다. 채널A는 그 무렵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져 의견청취 절차가 진행됐다. 이후 두 종편 모두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 점수는 직전 2017년 재승인 심사와 비교해 상승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이뤄진 2017년 상반기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은 625.13점을 받아 기준점에 미달하고도 재승인을 받았다. 채널A는 661.91점을 받았다.
또한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과 관련해 방통위에 접수된 시청자 의견은 이들 방송사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당시 재승인 과정을 기록한 백서에 따르면 시청자 의견 총 3만 2355건 중 TV조선은 1만 7133건, 채널A 8154건을 기록했다. 이 중 TV조선과 채널A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75%, 77.6%였으며 기타 의견도 부정적 내용이 절대 다수였다.
김 교수는 감사원이 문제 삼는 점수표 수정 행위에 대해 "이전에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점수를 부여하고 나서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여 점수를 수정하는 사례는 으레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보수정권 시절인 2014년 종편·보도PP 재승인 심사위원을 지냈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수정을 하면 기존 점수표를 파기하고 새 점수표에 기록하였다. 하지만 2020년 심사 당시에는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기존 점수에 두 줄을 그어 취소하고 그 점수표에 수정된 점수를 다시 적게 하였다고 한다"며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근거를 남기는 이런 절차를 마련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감사원이 확인했다는 '정황'은 심사위원들이 수기로 작성한 채점표로 추측된다. 복수의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심사위원 소환조사 과정에서 수정 전 점수가 병기된 채점표를 제시하며 점수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채점표에 수정 전 점수가 병기된 것은 재허가·재승인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점수기재 방식을 까다롭게 변경한 결과다.

김 교수는 "심사위원들은 앞으로 검찰 조사도 받게 될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전문가들이나 시민사회가 종편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심사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방통위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 당연히 고려했어야 할 맥락은 배제하고 '수정된 흔적'만으로 조작 정황 결론을 내렸다"며 "이게 오히려 정치적 고려가 작동한 결과가 아닐까"라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심사를 맡긴다. 그런데 외부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진행한 심사도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되고, 검찰 조사를 받는다면 앞으로 설사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심사에 임해도 사회는 그 심사 결과를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면서 "누가 이득을 볼까? 이번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서 미뤄 짐작 가능하다"고 했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TV조선·조선일보는 7, 8일 감사원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정황을 확보하고 검찰에 자료를 이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 <文 정권의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정황, 전모 밝혀야>에서 "사실이라면 방송의 중립성을 지켜줘야 할 방통위가 거꾸로 인·허가권을 이용해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을 공격한 것"이라며 한상혁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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