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가 발행하는 신문협회보가 더불어민주당의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재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협회보는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미법계 국가들과는 달리 이미 형법·민법·선거법·정보통신망법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고 또 '악의적 보도'의 정의가 모호해 자의적인 법 해석과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잉금지·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보 2025년 9월호 1면 갈무리
신문협회보 2025년 9월호 1면 갈무리

신문협회보는 지난 1일 9월호 지면 기사에서 "민주당이 언론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법률 개정을 9월 중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이 9월 정기국회의 쟁점이 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지난 2020년과 2021년 징벌적 손배제 추진 시 불거졌던 위헌 논쟁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문협회보는 "민주당은 8월 14일 언론개혁특위를 출범하고 구체적인 개정 방향을 논의 중"이라며 "특위는 아직 구체적인 개정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기본 뼈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9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3대 개혁'(언론·검찰·사법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언론·유튜브 허위조작보도·정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언론개혁특위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22대 국회 들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이 '허위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악의적 왜곡보도를 강행, 인격권을 명백하게 침해한 경우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문협회보는 ▲과잉금지 원칙 위배 ▲명확성 원칙 위배 ▲전략적 봉쇄 소송 이용 수단 ▲국제사회 비판 등의 문제를 거론했다. 신문협회보는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에서 판례로 발전된 제도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륙법계 국가는 대부분 채택하고 있지 않다. 영미권계에서 명예훼손과 관련한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이 가능한 것은 다른 법령에서 표현의 자유 제한 수준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낮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하고 있다. 형사적 제재에 더해 민사적으로 처벌적 성격의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과잉규제이며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문협회보는 허위조작정보 생성·유포자에 대해 형법상 명예훼손·업무방해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정보 유통금지 규정 등의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문협회보는 이어 "개정안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규정한 '악의적 보도'는 그 정의가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 경우, '기본권을 제한하고',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되며', '법률의 확대해석·적용이 가능하게 되는' 등의 이유로 헌법불합치나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허위조작보도의 '악의성'을 판단할 기준으로 '반복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노종면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는 "악의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실수에 의한 보도라고 주장하더라도, 보도가 악의성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동일한 오보가 반복될 경우에는 악의성을 인정한다는 정리가 있다"고 했다. 

신문협회보는 정치·자본 권력의 전략적 봉쇄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문협회보는 "일명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은 애초에 승소가 소송의 주목적이 아니라 언론사에 비용 부담이나 정신적 압박을 가해 후속 보도를 막거나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정신문의 논조 등에 불만을 품은 기관·기업 등이 전체 기사 중 극히 일부 내용으로 명예훼손 등 손해배상을 청구해 신문의 신뢰에 흠집을 내는 목적으로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 소송을 제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일 노종면 간사는 "민주당이 고민하는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은 일정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일률적으로 (권력자를 청구권자에서)배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권력자는 반드시 언론중재위를 거쳐야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언론중재 단위나 하급심에서 조정 결정이 나오면 그것을 수용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제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언론보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 방안 마련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지난 1일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언론보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 방안 마련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신문협회보는 지난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이 무산된 결정적 이유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꼽았다. 세계신문협회, 국제언론인협회, 국제기자연맹, UN 등이 성명과 보고서를 통해 언론자유 침해를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세계신문협회는 2021년 8월 12일 성명에서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제언론인협회는 8월 17일 성명에서 "모호한 규정과 개념적 불확실성 때문에 언론의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고, 국제기자연맹은 8월 20일 성명에서 "법률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라고 했다.

UN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은 2021년 8월 27일 한국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아이린 칸 보고관은 "자의적인 법 집행, 적용을 가능하게 하고 언론의 자기검열과 부담을 심화시킨다"며 "명제가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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