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최민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언론중재위원회 상급 기관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 변경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발제자의 의견으로 특위 내에서 아직 논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에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포섭하는 방안을 중점 고려하고 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는 사회적 숙의를 거쳐야 한다며 권력자들이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해 언론이 위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1일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보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언론·사법개혁 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는 "한국사회에서 언론자유 담론은 순수한 자유담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언론개혁 담론을 사회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 담론"이라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방송3법과 관련해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평범한 악인의 주장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관련 기사 ▶ PD연합회장 "'윤석열 폐기' 방송3법보다 후퇴한 것 아닌가")
채영길 교수는 "언론자유 담론은 언론중재법 손해배상 구제제도의 비판적 평가와 실효성 제고 논의, 법원의 언론 사회적 책무 강화 요구, 구제대상 법익의 다양화 등 실질적 조치를 제도화하려는 흐름을 차단시키는 보수적 담론 형성에 기여했다"며 "개혁을 추동하는 진보적 담론을 자극하는 데에 거의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개혁 논의의 발원지를 고립시키며 책임 있는 언론 자유의 실현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외면하거나 봉쇄해 버렸다"고 말했다.
채영길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의 주요 원칙으로 '민주적 공론장 회복·확장 장치 기능'을 강조하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포섭해야 한다고 했다. 채영길 교수는 "오늘날 온라인 플랫폼과 유튜브, 인터넷 신문이 주요 여론 형성의 장이 된 상황에서 구제 제도는 전통 매체 중심의 협소한 법적 틀을 넘어 디지털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플랫폼 미디어의 시대의 언론은 더 이상 단순히 '보도와 매개 행위'로 규정될 수 없다. 당연히 비선형적이고 네트워크화된 복잡한 미디어 생태계 차원에서 언론의 법적 개념이 면밀히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했다.

채영길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언론중재위의 규모와 성격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져야 한다며 방통위 산하 기구 모델을 제시했다. 채영길 교수는 "언론중재법과 언론중재위는 국회 문체위 관할 아래 있고, 방송법과 방통위는 국회 과방위의 관할 아래 있다. 이러한 관할 분리는 언론 피해의 범위 설정과 구제 방시에 대한 논의에서 정부부처, 기관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울러 언론중재위 위원 추천의 자의성을 방지하기 위해 위촉권 관할을 방통위로 일원화 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채영길 교수는 "문체부는 언론 정책을 관리하거나 개혁할 의지가 사실상 미약하다. 정부광고의 불평등한 집행과 관리, 내란·계엄 시기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의 반복, 언론중재위원 충원·구성의 소극적 태도 등은 문체부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며 "또한 언론중재위는 현재 방송통신발전기금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감독 기관(문체부)과 예산 지원 기관(방통위) 간 불일치가 지속적으로 문제되어 왔다"고 했다.
채영길 교수는 "향후 제정될 가칭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유튜브와 OTT를 아우르는 새로운 규율 체계를 마련하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방통위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따라서 언론중재위원 위촉권 역시 문체부 장관이 아닌 방통위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하다.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통위는 문체부보다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하다는 점에서 언론중재위의 민주적 정당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했다. 채영길 교수는 법조인·언론인·언론학자 출신 인사로 채워지는 언론중재위 구성에 있어서는 "시민 대표성 강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채영길 교수의 언론중재위 방통위 이관 방안에 대해 노종면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는 "이 부분은 아직 우리 내부에서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소송, 언론중재위가 막는다?
이날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전략적 봉쇄소송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검토 중인 방안을 공개했다. 정치인·공직자·대기업 등 권력자는 언론중재위를 통해서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언론중재위 조정 결정이 나오면 수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노종면 간사는 "민주당이 고민하는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은 일정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일률적으로 (권력자를 청구권자에서)배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권력자는 반드시 언론중재위를 거쳐야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언론중재 단위나 하급심에서 조정 결정이 나오면 그것을 수용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제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간사는 "권력자들은 대다수 사안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걸고 싶어도 못 거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확장해 권력자들이 곧바로 (언론에)소송 거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며 "지금도 (권력자 소송이)남발되고 있는 부분들이 충분히 제어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노종면 간사는 "이런 것을 전제할 때는 반드시 언론중재위에 행정적 집행을 담당하는 일종의 센터 같은 집행기구가 새로 설치되어야 한다"며 "거기서 웬만한 것들은 다 벗는다고 전제할 수 있다"고 했다. 언론중재위에 권력자들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사건을 심의할 수 있는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은 권력자들을 언론 손해배상 청구권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형 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면 공직 인물에 의해 더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심지어 남소(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략적 봉쇄소송의 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정치인·공직자·대기업 등의 대상자를 예외로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준형 전문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권력화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 그 자체인 정치의 언론 통제가 곧바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며 "공직자나 대기업 임원은 악의적인 불법정보 유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충분한 능력이 있고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남소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다시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승철 KBS 기자협회장은 자신의 사례로 위축효과를 설명했다. 이승철 협회장은 2019년 10월 '죽음 부른 통증 주사' 탐사보도로 민언련으로부터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로 인해 3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반론보도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승철 협회장은 "만약 제가 유사한 보도를 다시 한다면 '허위보도를 반복적으로 한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해배상액은 일종의 보상인데 보상이 커지면 기대값이 커진다. 소를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기대값이 크기 때문에 소송을 남발하거나 더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언론에게 큰 위축효과로 나타난다"고 했다.

반면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주권자인 시민의 권리 피해를 구제할 필요성이 높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이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협회장은 "헌법 제21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주체는 모두 국민"이라며 "언론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에서 언론자유 침해를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제기하지만 대전제는 언론의 공익과 자유의 주체는 국민이고, 국민이 언론 보도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면 그 부분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개정 논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준희 협회장은 "양회동 열사(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간부)가 돌아가실 때 (언론에서)유서조작, 대필 같은 얘기 나오지 않았나. 유족과 노동단체들이 고소·고발했지만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를 했다"며 "일반적인 오보를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뜻이 절대 아니다. 핵심은 명백한 고의·중과실 부분을 구체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강화시키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명백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장철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언론계가 우려하는 위축효과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언론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분명하지만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신화에 싸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장철준 교수는 "수백 억원의 배상판결을 하는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도 아직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자체를 위헌이라고,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고 결정한 적 없다"며 "지금까지 제안된 법률안이 3~5배 배상이라면 100억 1000억 배상액 물려 언론을 파산하게 할 정도의 제도는 아닌 것"이라고 했다.
장철준 교수는 언론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자주 위축효과를 드러내 왔다고 지적했다. 권력을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철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는 제도에서 언론에 위축효과는 없어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육성이 나오기 전까지, MBC가 방통위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기 전까지(바이든-날리면 사태) 우리 언론과 대한민국 사회는 너무 평화로웠다"며 "열심히 보도 활동을 해오다가 어려움을 겪는 언론인들이 많이 나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얘기해볼 수 있는데, 지금 이 자리에 와서 '위축효과가 너무 커서 못하겠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더 서운한 것"이라고 했다.
허진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는 실효성이 없고 고의·중과실 입증책임은 언론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진민 소장은 "(언론 피해구제 소송)대부분은 명예훼손과 관련이 있다. 그런 구조는 인격권 침해로 구성이 되고 정신적 위자료로 인정하게 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적 위자료에 대한 상한액은 없다. 각 법원에서 판사가 경과를 보고 손해액을 정하기 때문에 '정신적 위자료를 3배로 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진민 소장은 "배액배상제보다는 입증책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고의·중과실은 없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언론과 기자가 증명하게 하는 게 좋다"며 "그래야만 법원에서 기자가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 지금은 사실상 판사 입장에서 (언론의 주의의무를)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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