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위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치·자본 권력의 배액 손해배상 청구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54.3%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계는 권력의 전략적 봉쇄소송 남발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비판·감시 기능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8일 최민희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장은 '주식회사 박시영(유튜브 박시영TV 대표)'에게 의뢰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식회사 박시영'은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ARS(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최민희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최민희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정치인이나 대기업 등 권력층에 대해서도 배액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 54.3%가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남발 방지를 위한 규정을 두되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6.9%, '전면 배제해야 한다'는 13.3%다. 최민희 의원실은 "권력자라 해서 언론 피해에 예외를 두어선 안 된다는 입장에 다수 국민이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악의적 오보에 대해 일반적인 오보보다 몇 배 높은 손해배상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 62.9%가 동의했다. '반대' 응답은 23.9%, '잘 모르겠다'는 13.1%로 나타났다. 악의적 오보에 대한 손해배상 수위는 '5배 이상' 48.5%, '최소 5배' 33.4%, '3배 이하' 14.4%, '잘 모르겠다' 3.7% 순으로 집계됐다.  

보도의 악의성 여부를 입증할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응답은 71.4%로 집계됐다. '피해자가 악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응답은 14.9%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유튜브 허위조작정보에 배액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응답자 71.2%가 '동의'했다. '반대'는 19.5%, '잘 모르겠다'는 9.3%다. 유튜브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손해배상 수위에 대한 응답은 '5배 이상' 49.5%, '최소 5배' 37.1%, '3배 이하' 11.2%, '잘 모르겠다' 2.1% 순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배액 손해배상제 도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한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 70.3%는 '시민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응답은 23.6%였다. 최민희 의원실은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요구가 ‘표현의 자유’ 보호 요구를 앞서는 흐름이 국민 다수 여론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했다. 유튜브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8.3%,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0.4%였다. 

최민희 위원장은 “악의적 허위정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강력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분명히 확인됐다”며 “언론과 유튜버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배액배상 제도 도입 등 개혁과제에 대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배액배상 도입 등에 우려하는 언론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언론인들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지난 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허위조작정보·보도의 기본 손해액을 3천만 원~5천만 원으로 정하고, 고의·중과실 정도에 따라 3~5배의 배액 배상을 적용하고, 인용·매개에 따른 파급력에 따라 할증을 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최대 15~20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이 산정될 수 있다. 노종면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배수 적용 방식의 성질이 다른데도 산술적으로 곱셈을 해서 그런 수치가 나온 것"이라며 "그 보도는 이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정치·자본 권력을 배액 손해배상 청구 주체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제어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정치·자본 권력은 언론에 배액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무조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절차부터 밟아야 하며 언론중재위가 각하·기각·직권조정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수용해야만 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담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언론현업단체들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속도전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현업단체들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속도전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계는 언론중재위 조정이 불성립되는 경우 정치·자본 권력의 배액 손해배상 소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8일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언론중재위에서 조정이 설립되지 않는 조정 불성립에 대해서는 전혀 대안이 없다. 징벌적 손배가 남발하면 실질적으로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어지고, 그렇게 되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게 되는 개념"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자본 권력이)언론중재위에서 조정을 무조건 받아들게 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도 권력자들에 대한 허위·조작 보도가 맞다고 했을 때 그걸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도 일반적 손배로 소송을 내고 있고, 권력자들은 언론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훨씬 더 많다"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소송들에 더해 과연 징벌적 손배액을 수배 수십 배까지 늘려가면서 우리가 대기업 임원과 고위공직자들을 보호해줘야 할 급박하고 중대한 사유가 있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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