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동아일보가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에 제동을 걸었다면서 "단순 오보에 형벌적 제재를 부과하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추석 전 입법이라는 민주당의 개정 시한을 철회하고 권력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자격을 제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12일 사설 <“언론중재법을 건드리지 말자”>에서 “언론 오보에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는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언론징벌법)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서 “언론만 대상으로 악의나 고의성이 없는 보도에까지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는 여당 안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중과실을 대상으로 하지 말고, 명백한 사안으로 제한해 언론뿐 아니라 일반적 배상을 하게 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면서 “언론중재법을 건들지 말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러 그러는 것과 실수는 다르니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중대한 과실은 징벌 배상할 일은 아니다" “규제 범위는 최대한 좁히되, 배상은 아주 엄격하게 해 고의로 나쁜 의도를 갖고 일부러 그러는 것은 못하게 하자” “형사 처벌보다는 돈을 물어내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등의 의견을 여당에 전달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최민희)는 기본 손해액에 고의·중과실 정도에 따라 3~5배의 배액 배상을 적용하고, 인용·매개에 따른 파급력에 따라 할증을 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단순 오보에도 형벌적 제재를 부과하면 공익적인 보도조차 위축돼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도 이 같은 이유로 단순 오보를 엄벌하는 유례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유튜버들이 가짜뉴스로 본 버는 걸 놔둬야 하나’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징벌법 적용 대상에서 유튜브를 제외한다는 여당과 달리 허위 정보를 엄벌해야 한다면 유튜브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라며 “부정선거론을 비롯해 그동안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준 허위 정보들의 온상은 대부분 유튜브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한국은 허위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 가운데 이례적으로 명예훼손죄로 형사 처벌한다”며 “여기에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액까지 추가로 물리겠다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으로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기일 뿐이다. 무리한 언론징벌법은 포기하고 음모론 같은 허위 정보의 제작과 유포를 엄벌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검찰·언론개혁 ‘세밀한 입법’ 강조한 이 대통령 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오보와 ‘가짜뉴스’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대 과실을 징벌적 배상 할 일은 아니다. 악의라는 조건은 엄격하게 하되 배상액은 크게 하자’고 했다. 언론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업적·악의적 가짜뉴스엔 고삐를 채우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9개 언론현업단체들은 11일 공동 성명을 내어 “배상에 대해 언론중재법을 건들지 말라고 했다는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특히 고의가 아닌 중대 과실에 대해 징벌 배상할 일이 아니라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언론현업단체는 ‘규제 범위를 최대한 좁히고 명확하게 하되 나쁜 의도로 허위정보를 유포한 것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에도 공감한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지금껏 논의돼왔던 법안 개정의 틀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더더욱 ‘속도전’을 중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언론현업단체는 “추석 전 입법'이라는 민주당의 개정 시한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와 언론현업단체들과 심도 깊은 논의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면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약화를 막기 위해 정치인과 공직자, 대기업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언론현업단체는 “대다수 언론사의 기사는 유튜브나 인터넷 포털 등으로 전송되고 있다"면서 "권력자들에 대한 징벌적 손배 문제와 ‘고의 추정 요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에 ‘특정 집단’의 문제로 전체 언론의 감시와 견제 역할이 타격을 받아선 안 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한다”고 했다.
야당에서도 이 대통령의 ‘유튜브 가짜뉴스를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TV조선 기자 출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나쁘게 고의적으로 보도했다고 단정하려면 여러 가지 정황이나 팩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과실에 대해서까지 언론중재법으로 다루는 것은 언론자유 위축 위험이 있다는 취지”이라면서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좀 더 강한 처벌을 하려고 하는 그런 기류인데 대통령이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은 유튜브의 악의적 보도에 더 관심을 갖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며 “야당 의원이지만 극단적인 주장과 합리적이지 않은 주장으로 국민 생각을 선동하는 것에 대해 강한 처벌과 그리고 강한 배상을 통해서 재발 방지를 해야 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특정 진영의 목소리만 제어하려고 한다면 그건 위헌적 소지가 있기 때문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심고있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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