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정책과제와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가  민주당은 추석 전 검찰·언론·사법 분야 '3대 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언론개혁은 검찰·사법개혁과 달리 개혁 대상과 목표가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는 처음으로 주재한 당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언론·사법 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검찰·언론·사법 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 인선을 마쳤다. 정 대표는 "3대 개혁 모두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이미 구성돼 있다. 내란사태를 겪으면서 국민 공감대도 형성됐다"며 추석 전 3대 개혁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언론개혁특위의 주요 논의 과제는 ▲유튜브 허위조작정보 대책 마련 ▲방송3법 사후작업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사후처리(방통위·방통심의위·YTN·TBS 정상화) ▲언론중재법 개정 ▲언론재단 개혁 ▲포털 개혁 등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동덕여대 ARETE 교양대학 교수는 8일 한겨레 칼럼 <언론개혁은 무엇인가>에서 지난 5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비록 정치로부터 완벽한 절연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향후 정치 역학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제도적 안정성을 공고히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겠으나, 번번이 말로만 잔치를 벌이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던 질척한 진흙탕에서 일단 한발이라도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그래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홍 교수는 "하지만 방송법 개정안의 통과라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과연 여당 대표의 천명처럼 언론개혁이라는 과제가 전광석화처럼 달성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여러 이유에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며 "검찰개혁이나 사법개혁은 비교적 명확한 개혁의 대상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과 달리, 언론개혁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혁하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개혁 대상의 흐름을 ▲보수언론(1990년대 후반 '안티 조선 운동') ▲공영방송 정치적 후견주의(2008년 MB정권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기성 언론 전반의 윤리·관행(2014년 세월호 참사 전원구조 오보와 '기레기' 담론) ▲온라인 플랫폼 '가짜뉴스' 등으로 정리했다. 

홍 교수는 "그렇다면 새로운 민주정부가 막 시작된 현시점에 언론개혁의 주요 대상은 무엇이고, 어떤 목표가 달성되어야 하는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아마도 지금은 답하는 사람에 따라서 천이면 천 개의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현재의 언론개혁이란 마치 '행복한 대한민국' 같은 비어 있는 기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에 동의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단 동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모든 상징이 그러하듯이, 실제 정책으로 실행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은 좁히고 과제의 목표는 명확하게 구체화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다 바꾸겠다고 뛰어드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무능함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방송 3법 개혁으로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지금, 시작의 시작에서는 답보다는 질문이 중요할 듯하다. 지금 무엇이 언론개혁인가?"라고 물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 중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 중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지난 5일 세계일보 칼럼 <언론개혁 속도전, 국민이 공감할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민주당 언론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 하나 있다. 정 대표가 말한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라며 "지금 거론되는 언론개혁이라는 것이 결국은 21대 국회 때 상임위에 법사위까지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갔지만 큰 논란에 부딪혀 폐기된 것과 비슷한 내용 아닐까?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 언론개혁이 준비 중일 리는 없다"고 했다. 

심 교수는 "정 대표가 말하는 국민적 공감대는 언제, 어떻게 형성됐다는 것일까?"라며 "물론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국민'이라는 말은 '지지자'라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잘 안다.(중략)그러니 정 대표가 말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언론개혁은 이미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출한 법안들에 있는 바로 그런 언론규제 강화일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현장 언론인들은 힘들겠지만 언론계 전체로는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민주당이 지난번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멈추자마자 언론사업자 단체들은 필자 등이 참여해 어렵게 마련한 자율규제 강화 방안을 실행 직전에 내팽개쳤다"면서 "다만  민주당이나 지지자들이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법이나 제도는 내가 생각한 목표가 무엇이든 일단 만들어지면 누구든 손에 쥔 사람 마음대로 쓰는 칼이 된다"고 했다. 

심 교수는 "어찌 됐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만든다면 그 내용은 상임위 통과 전에 신속하게 공개하면 좋겠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개혁안이 무엇인지 정작 국민이 모른다면 앞뒤가 맞지 않으니 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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