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허위조작정보 근절안'에 대해 권력자의 입막음 소송을 막기 어렵고,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언론시민단체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정치·경제권력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에서 제외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20일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최민희)는 허위조작정보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별위원회 허위 조작정보 근절안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별위원회 허위 조작정보 근절안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는 입장문을 내어 "법안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급하게 당론으로 확정하지 말고 언론계와 시민사회 등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여론을 수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민주당 언론개혁특위의 허위조작정보 근절 방안에는 우려됐던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 위축'을 불러올 여러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특히 언론현업단체들이 일관되게 요구해 온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자격에서의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제외’가 포함돼 있지 않은 데 대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앞서 언론현업단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정치·경제 권력의 '입막음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언론현업단체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특정인을 소송 청구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위헌 시비가 불가피하다며 '중간판결'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력자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언론·유튜버 등 피청구인이 재판부에 전략적 봉쇄소송 여부를 먼저 판단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도록 '특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특칙에 대해 "징벌적 배상이 청구될 정도로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법원이 실체를 따져보기도 전에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며 소송 자체를 각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노조는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해 허위조작정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입증책임 전환 전환' 조항을 그대로 옮겨왔다"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8개로 정리된 추정 요건엔 취재원 공개를 강제하거나 내부제보를 위축시킬 조항이 포함돼 있고,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 등의 추상적 요건 역시 존재한다"며 "지금도 언론은 소송을 당하면 해당 보도의 진실성과 공익성을 입증해야 면책된다. ‘자의적인 추정 요건’으로 논란을 키울 것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원고·피고가 다투면 될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의 요건으로 ▲정보 게재자가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자료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이미 허위조작정보로 판명된 내용을 유통한 경우 ▲언론중재법에 따른 정정보도가 이뤄진 내용을 유통한 경우 ▲소가 제기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기 전 1년 동안 다른 허위조작정보 유통이 2회 이상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경우 등을 규정했다.

또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전후해 피해자·이해관계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인사·정책조치를 요구한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고의로 타인을 해할 의도가 인정되는 경우도 허위조작정보의 요건이 된다.

언론현업단체들이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속도전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언론현업단체들이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속도전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같은 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논평을 내어 "정보통신망법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에 대해, 적용 대상을 제한하고 요건을 엄격히 규정했으며 전략적 소송 방지 특칙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며 "그러나 구체적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정부의 자의적 기준 설정과 과잉 규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타인을 해할 악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두었지만, ‘해할 의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한 모호한 규정은 표현 게시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워 위축 효과를 막지 못한다"며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대책 역시 이미 언론중재법 추진 당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된 방안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정심의 규제를 대폭 축소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우선 과제로 제시해왔다. 또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표현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자율규제와 팩트체크 저널리즘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우선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한 개혁 방향을 ‘추가 과제’로 미뤄둔 채, 또다시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키는 개악안을 내놓았다"고 했다.

최민희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으로 안다"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보도 공정성 심의 조항은 거의 폐지, 일부 개선하기로 합의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그 외에 오랫동안 기자들을 발목 잡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명예훼손죄가 친고죄로 전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