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해 취지에 공감하지만 모호한 정의, 독소 조항들로 인해 표현·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면서 숙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류희림과 달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90여개 언론시민사회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4일 국회 앞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 이대로는 안된다>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희영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은 “현행 망법 개정안은 법 규범이 갖춰야 할 체계성, 논리적 정합성이 결여돼 있고, 언론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면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규제의 대상이 과도하게 확장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통한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의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 ‘오인하도록 변형·조작된 내용을 포함한 정보’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 등으로 명시했다.
민주당은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가 있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5배의 배액 배상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악의성' 추정 요건은 ▲법원의 명령에도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고의로 타인을 해할 의도가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이 위원장은 “(망법상)불법 정보인지 불분명하더라도 유통을 금지하는 부분은 위헌 소지까지 있다”며 “혐오 표현을 규제한다면서 성적지향 등에 대한 차별적 표현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부분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다.(중략)현재 망법 개정안의 성급한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민주당은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망법 개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은 전문가들이 설명하고 있다”며 “허위조작정보 규제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언론의 책무인 권력 비판 기능을 위축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권력자를 손배제 청구 자격에서 제외하는 것 말고는 손배 남발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의 법안에 최초 발화자에 동일한 책임 부여, 플랫폼의 언론 감시 기능 강화 등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조항들이 수두룩하다”며 “일부 유튜버, 극우 언론이 타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피해는 대다수 정상적 언론이 입는다. 또 이 법의 규제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밀어 넣을 것이 아니라, 논의 초기부터 명확히 하고 가야 한다. 이 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국민주권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고, 언론자유지수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지부장은 “민주당 언론개혁특위의 허위조작정보 규제 법안에 대한 우려가 아주 크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하는데, 법안의 정의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런데 악의성 추정 조항이 더 생겼다”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민주당의 법안은 가장 중요한 허위정보가 무엇인지 규제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에 실패했다”면서 “류희림이 방통심의위원장이 되자마자 만들었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허위조작정보인지 정의하지 못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시민 피해 구제를 위한 망법 개정안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면서도 “시민피해구제 강화를 위한 배액배상제 도입은 필요하지만, 악의적 의도성 추정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기 보다 법원 판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 권력자의 배액배상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사무처장은 “인종, 국가, 종교, 성적 지향, 신체적 차이를 이유로 혐오를 조장하는 정보는 불법 정보로 규정할 필요가 있지만, 풍자나 패러디 정보는 허위조작정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신 사무처장은 “배액배상제 골자 망법 개정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제 폐지와 친고제 전환, 보도 공정성 심의 개선 등이 전제가 돼야 한다”며 “법안 취자와 다르게 악용될 소지가 있거나 언론 자유, 시민 권리를 제한할 우려가 있는 조항은 의견을 수렴해 해법을 마련한 후 개정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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