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헌법재판소가 24일 오전 10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하기로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언론은 일러야 다음 주 중후반을 예상하고 있다. 4월까지 넘어가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는 최소한 기각을 예상하는 시각이 다수인 걸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선포를 묵인하고 방조했거나 공모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데다 본인이 오히려 당시 국무회의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것은 최근 헌법재판소도 위헌적인 행위임을 인정했는데, 이 대목과 관련해선 임명을 거부한 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의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연합뉴스)

헌법재판관들의 태도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게 한다. 지난달 19일 1차 변론 당시 국회 측은 기일을 더 열어다라거나 증인 신청을 받아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90분 만에 변론을 종결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보면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덕수 총리 복귀 시나리오는 윤석열 대통령 측과 여당이 기대하고 주장해왔던 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한덕수 총리의 복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한덕수 총리의 진술은 비상계엄 선포가 불법적이었다는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 총리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필요한 판단이 끝났다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의 쟁점에 대한 결론도 상당 부분은 내려졌다는 얘기가 된다.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결정문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가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에 대한 ‘미리보기’ 효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초 이러한 이유, 즉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심중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덕수 총리에 대한 선고는 최소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고와 함께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총리에 대한 선고를 굳이 먼저 내리기로 한 것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

구체적 쟁점에 대한 판단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각하설이 이 대목에서 나온다. 각하설의 구체적 근거는 의결정족수 문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이 151인 이상의 찬성인지, 200인 이상의 찬성인지 하는 문제에서 200인 이상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PG)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PG) (연합뉴스)

이런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한덕수 총리에 대한 선고에서 심중이 노출되더라도 굳이 상관 없을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임박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한덕수 총리에 대한 선고와 최소한 같은 주, 적어도 28일 금요일에는 이뤄질 것이다. 양쪽 중 어디에 가까운 결과가 될 것인지는 당분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우려가 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6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있는 날이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이날 이후로 잡고 있다면 그간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 항소심 선고 이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이루어지는 결과가 된다.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한덕수 총리 선고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고보다 빨리 나오는 것도 국민의힘이 원했던 대로이다. 마치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이 주장한 바를 다 들어주는 모양새처럼 되는 것이다. 그런 거라면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 주장을 다수 수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균형 맞추기’라는 시각으로 보면 이런 결론이 불가피하다.

물론 이는 외부에서, 여의도 정치의 시각으로 봤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헌법재판관들이 실제 대법원 일정과 여당의 주장까지 살펴서 평의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 팽배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고 그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논의가 기대한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자 탄핵 찬성 측 시민들이 격앙되고 헌법재판관들을 비난하는 정도가 심해지는 현상이 관찰되는 게 사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상황을 냉정하게, 차분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은 가능할 수 있지만 도를 넘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황을 정치권이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정국은 헌정을 수호하는 세력과 이를 부정하고 흔들고 파괴하려는 세력으로 갈라질 것이다.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이후 어디에 설 것이냐를 판가름할 수 있다. 단지 세력 대 세력의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를 흔드는 것은 윤석열과 그 일당들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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