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결론이 늦어지고 있다는 언론의 분석이 넘쳐난다. 애초 이번 주로 예상됐던 선고는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자 언론은 논조에 따라 다음 주, 혹은 이번 달 말 선고를 예상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빨리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심각한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다루는 만큼 전원일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전원일치를 위한 숙고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는 거다. 이런 분석을 근거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5대 3, 4대 4 설 등을 유포하며 기각 혹은 각하 시나리오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선고가 임박했다는 것도 언론의 일방적 예측이었을 뿐이다. 헌법재판관들의 평의가 계속되는 것 역시 반드시 ‘8대 0’이냐 ‘5대 3’이냐 등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하는 것 외의 다른 결론을 생각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국회의 권한남용이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에 해당하고 헌법 위반도 없었다고 주장하나, 세세하게 따지면 하나 같이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일 뿐이다. 따라서 파면 결정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파면이냐 아니냐 만큼 결정문에 뭘 담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를 봐도 결정문 외에 당시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파면을 한다는 결론에 대하여는 결정에 참여한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논리에 대하여는 쟁점별로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는 점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에선 파면이냐 아니냐만큼이나 이러한 작업은 중요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보다 먼저 나온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 결론을 봐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언론은 이 결론이 나온 시점과 내용 등에 대해 여러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가령 헌법재판관들이 전원일치 결론을 내리는 데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든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보다 앞당겨 선고기일을 연 것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든지 하는 식이다.
그러나 각각의 절차는 병렬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관들의 전원일치 기각도 특별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여기서 주목해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인용이냐 기각이냐, 인용 또는 기각이라면 스코어는 몇 대 몇이냐 등으로 결론을 단순하게 볼 수 없다는 거다.
가령 헌법재판소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도 국회의 현장 검증 때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점 등 소추 사유 2개는 위법했다고 인정했다.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경우 최재해 감사원장이 훈령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한 행위를 위헌으로 판단한 별개의견을 냈다.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각 언론은 논조에 맞는 사실을 골라잡아 부각하고 싶은 바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점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원일치 기각이 예상됐던 탄핵심판의 경우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에 이미 이를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탄핵 사유가 불분명하니 분명히 해달라는 취지의 질문 등이 그것이다. 이 점을 근거로 언론은 기각을 예상하는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은 어떠했는가? 기각을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중도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헌법재판관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꼼꼼한 사실관계 확인을 이끌어갔다. 이 점을 종합해보면 역시나 결론을 의심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남는 것은 결론에 어떻게 승복할 것이냐이다. ‘이기고 있다’고 믿는 듯한 윤 대통령 측은 일단은 이른바 ‘정중동’ 행보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와도 그럴 것인지 의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반발할 것이냐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심상찮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은 여당의 태도다. 여당은 그다지 믿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탄핵은 걱정하지 않는데, 탄핵보다 탄핵 이후를 더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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